북미 월드컵과 한국 팀의 세금 문제

우리나라와 남아프리카 공화국 경기, 보셨죠. 분통 터져 가지고 혈압 올랐다는 분들 많으셨을 것 같습니다. 시합에서 이기고 지는 건 있을 수 있는 일입니다만 무기력하게 볼만 돌리다가 졌다? 이건 아니죠. ​우리 선수들, 어디 내놔도 꿀리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런 선수들을 데리고 이렇게 망하다니… 상상도 못했던 일입니다. 감독 하나 잘못 만난 죄가 이리 크네요. ​

32 강 진출의 꿈이 아직 사라진 건 물론 아닙니다. 하지만 솔직히 말해서 큰 기대는 없습니다. 백 필드에서 볼을 빙빙 돌리다가 끝내는 동네 축구 수준 경기는 다시 또 보고 싶진 않으니까요. 오늘 톡톡에선 32강에 올라갔을 때 한국 선수단의 포상금은 얼마고 또 그랬을 때의 세금 문제, 이런 걸 얘기해 볼 생각이였습니다. 그런데 흥이 나질 않습니다. 하지만 준비했던 거니까 그냥 얘기를 이어 보겠습니다.

2026 년 월드컵은 미국과 캐나다 그리고 멕시코, 이렇게 세 나라 공동 개최죠. 참가국들의 부담이 커졌다는 뜻입니다. 세 나라를 오가면서 이동 거리도 길어졌고 또 숙박비나 훈련 시설 사용료 등 운영비가 늘어났기 때문이죠. ​

그래서 FIFA 는 8억 7100만 달러를 배정한 후 본선에 진출한 48개 나라의 축구협회에 1250만 달러 씩 나눠 줬다고 합니다. 물론 각국 축구협회가 이 돈을 전부 운영비로 쓰는 건 아니고 일부는 선수단 포상금으로 쓰고 있다죠. 성적에 따라 더 많이 주는 식으로 말입니다.

한국 축구협회도 마찬가지입니다. 엔트리에 포함된 선수 전원에게 기본 수당으로 1인당 5,000만 원 씩 지급한 다음, 조별 리그에서 승리할 때는 3,000만 원 그리고 무승부 시에는 1,000만 원 씩 준다고 했다죠. 조별리그를 통과하면 포상금은 더 올라 갑니다. 32강에 오르면 1인당 1억원, 16강 2억원, 8강 3억원, 준결승 4억원, 3위 4억5000만원, 준우승 5억원, 그리고 우승을 하는 경우엔 6억원을 준다고 하니까요.

​그러니까 남아공을 꺾었다면 2승 1패 성적으로 32강에 올랐을 거고, 선수들은 각자 2억 1천만원을 챙길 수 있었겠죠. 하지만 남아공한테 졌기 때문에 우리 선수단의 조별 성적은 1승 2패입니다. ​

32강에 올라가지 못할 수도 있고 그렇게 된다면 포상금은 8천만원에 그치게 된다는 얘기죠. 하지만 각조 3위 중에서 상위 8개 팀에 주어지는 32강 티켓을 얻는다면 1억을 추가로 받을 수 있을 겁니다.

세금 문제는 어떻게 될까요? 어느 나라에서 경기를 치뤘느냐에 따라 비교적 간단할 수도 있고 아니면 복잡해 질 수도 있습니다. 전체 경기 중 어느 한 국가에서 치른 경기 수의 비율만큼 그 나라에서 얻은 소득으로 간주하기 때문입니다. ​

예컨대 조별 경기 3게임 중 하나는 캐나다에서 그리고 나머지 2 경기는 미국에서 치뤘다면 조별 리그 포상금의 1/3 은 캐나다에, 그리고 2/3 는 미국에 내야 하는 거죠. 그런데 한국 팀은 조 예선 경기를 모두 멕시코에서 치루지 않았습니까?

그래서 조별 리그 포상금에 대해선 멕시코에 세금을 납부해야 한단 얘기가 됩니다. 금액 상으론 2천만원 정도가 될 겁니다. 이런 경우 멕시코가 부과하는 세율은 25% 라고 하니까요.

하지만 축구협회는 세금 걱정은 안해도 될 겁니다. 멕시코는 FIFA 와 참가국 축협들에게 면세 혜택을 부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32 강에 오르지 못하는 경우, 선수들만 멕시코에 세금을 내고 끝낼 수 있으니까 세금 상으론 제일 심플한 케이스가 되겠죠.

만약 한국팀이 32강에 진출했다면 32강 보너스 1억원에 대해선 미국에 세금을 내야 한다는 뜻이죠. 외국인이 미국에서 운동 경기 또는 공연을 하고 돈을 벌었다면 그건 미국 발생 소득으로 취급됩니다. 그리고 그런 경우엔 수입의 30%를 원천납부 해야 된다고 되어 있으니까 멕시코에서 경기할 때하고 비교하면 세금 부담이 늘어나는 셈이죠.

물론 체육인이나 예술인의 미국 발생 소득에 대해서 미국의 과세권을 제한하거나 인정하지 않는 조약, 그러니까 조세협정이 있다면 30% 원천징수에서 제외가 됩니다. 하지만 이번 월드컵 참가국 중 이런 조약을 맺은 나라가 18개국인데 유감스럽게도 한국은 포함되어 있지 않습니다.

​한국과 미국도 1979년에 협정을 맺긴 했지만 이 조약에 아티스트나 운동선수에 대한 세율 감면이나 면제 규정은 포함되어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1970년 대라면 아무래도 이런 것까지 살필 수 있는 여유는 없었겠죠.

30% 세금을 원천납부 했으니까 그럼 미국하고의 세금 문제는 모두 끝난 걸까요? 아닙니다. 세금을 원천 납부했어도 세금보고는 해야 합니다. 그리고 대부분 경우엔 보고를 하는게 나을 겁니다. 이미 납부한 세금의 일부를 돌려받을 수도 있기 때문이죠.

운동선수가 미국 내에서 경기를 하고 받은 돈은 Personal Service Income 으로 봅니다. 그래서 미국 내 활동과 실질적으로 연결이 된 소득, 즉 Effectively Connected Income 이라고 취급이 될 겁니다. 무슨 뜻이냐 하면 과세율이 소득 액수에 따라 결정된다는 얘기입니다. 그래서 30% 보다 더 낮은 세율을 적용받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Effective tax rate 이 30% 보다 낮다면 세금을 돌려 받는 경우가 생길 거란 뜻이죠.

축구협회가 FIFA로 부터 받은 돈은 어떨까요? 이것도 미국에서 과세를 할까요? 그건 협회가 미국이 인정하는 비영리단체 자격을 갖췄느냐에 따라 결정됩니다.

​FIFA는 1994년 미국 월드컵 이후 미국 내에서 비영리단체 지위를 인정받고 있지만 외국 축구협회들은 다릅니다. 별도로 비영리단체 자격을 획득하거나 아니면 W8-EXP 라는 서류를 제출해서 면세조건을 충족시킨다는 걸 증명해야 하는데 축구협회가 이런 절차를 밟았는지는 분명치 않습니다.

또한 주 정부 세금에 대해서도 신경을 써야 할 겁니다. 연방 정부와는 별도로 주 정부들도 과세권을 갖고 있기 때문이죠. 게다가 조세협정이나 비영리단체 면세, 이런 건 연방 정부에게만 구속력이 있지 주 정부들과는 아무 관계가 없습니다.

​그래서 소득세를 부과하는 주에서 경기를 했다면 선수들은 물론 축구협회까지 해당 주의 세금을 내야 하는 상황이 생길 지 모릅니다. 보스턴에서 32강 경기를 치룬다면 메사추세츠에 세금을 내야 할 거란 얘기죠. 그러니까 한국 팀 입장에선 소득세가 없는 시애틀에서 경기하는게 훨씬 나았을 겁니다.

한국 팀은 캐나다에선 경기를 하지 않았고 또 할 가능성도 현재로선 희박합니다. 그래서 그냥 간단히 짚고만 넘어 가겠습니다. 캐나다 발생 소득에 대해선 비거주자라 해도 세금을 내야 한다, 그리고 프로빈스 차원의 세금도 있으니까 미국과 비슷하다고 보시면 될 것 같다고 말입니다.

예상치 못한 한국 팀의 졸전으로 김이 빠지긴 했지만 어쨌든 외국인의 미국 경제활동과 관련된 미국 세금문제는 알아두면 나쁠 것 없겠죠. 그냥 재미삼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박현철 회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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