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레니어 택스는 부자들만 내는 세금… 믿어도 될까?
부자들한테선 세금을 더 받자는게 밀리어네어 택스죠. 그런데 이게 요즘 유행인가 봅니다. 2022년인가 그때 쯤 매셔츄세츠 주가 미국 주들 중에선 최초로 백만장자들에게는 추가로 4% 세금을 더 받겠다는 법을 만든 이후로 이걸 카피하는 주들이 늘고 있으니까요.
그동안 소득세가 없었던 워싱턴 주에서도 백만불 이상 소득을 올렸다면 100만불을 넘어간 소득에 대해선 9.9% 세금을 부과하겠다는 법을 올해 통과시키지 않았습니까? 물론 지금 당장 내라는 건 아니고 2029년부터 내는 걸로 되어 있긴 합니다. 메인 주도 금년에 비슷한 법을 만들었죠. 거기선 백만달러 이상 소득에 대해 추가로 2% 세금을 더 내야 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게 다가 아닙니다. 로드 아일랜드 역시 백만장자 대상으로 3% 추가 과세를 하는 법안을 논의 중이고 캘리포니아에선 소득 1억달러 이상 납세자 대상으로 5% 세금, 다행히 이건 원 타임 세금이라고 하는데 어쨌든 이걸 실행할 건지 올 11월 주민투표에서 결정한다고 하네요.
한가지 흥미로운 건 이 밀리어네어 세금을 채택했거나 또는 검토를 하고 있는 주들이 모두 블루 스테이트들입니다. 즉 민주당이 주 정부와 의회를 장악한 주들이란 거죠.
백만장자들에게 세금을 더 걷자는 아이디어가 확산되고 있는 이유는 뭘까요? 표면적으로 내세우고 있는 건 부의 편재 현상 그러니까 불평등 문제를 해소하겠다는 겁니다. 전형적인 Tax the Rich, Feed the Poor 아이디어죠. 부자들한테서 세금을 걷어 가지고 교육이나 차일드 케어 아니면 헬스케어 같은데 쓰겠다는 거니까요.
그런데 왜 이 시점에서 얘기가 나온 걸까요? 그건 주 정부들이 예산 부족 사태를 겪고 있기 때문입니다. 워싱턴 주를 보자면 현재 예상하고 있는 deficit 은 2.3 빌리언 달러, 그리고 앞으로 4년 안엔 12.6 빌리언 달러나 될 거라고 하니까 뭔가를 해야만 되는 그런 상황에 몰린 거죠. 그래서 머리를 짜낸 게 밀레니어 택스이고요
밀레니어 택스를 시행하면 그럼 문제가 다 풀릴까요? 밀레니어 택스 찬성론자들은 그럴 거라고 하지만 그게 그렇게 간단하진 않을 겁니다. 이 세금을 둘러 싼 정치적 반발도 거세고 또 경제적 역풍이 불 가능성도 높기 때문이죠.
우선 백만장자들이 다른 주로 이사를 갈 겁니다. 즉 Capital Flight 현상이 일어날 거라는 거죠. 실제로 워싱턴 주가 캐피탈 게인 택스와 밀레니어 택스를 논의하기 시작하자 아마존 CEO 제프 베조스 그리고 스타벅스의 하워드 슐츠가 시애틀을 떠나 플로리다로 이사를 해버렸습니다.
그뿐 아닙니다. 베조스나 슐츠만큼 알려진 사람들은 아니지만 숨은 부자들 중에도 이미 워싱턴 주를 떠난 사람들이 많다고 합니다. 그리고 아직 떠나지는 않았지만 비즈니스 오너 중 44% 가 이주를 고려하고 있다는 통계도 있으니까요. 사업주들이 이사를 가게 되면 자기들 비즈니스는 살던 곳에 그대로 놔두고 갈까요? 통채로 들고 갈 가능성이 높다고 봐야겠죠.
스타벅스는 이미 테네시 네슈빌로 본사를 이전했고 유명한 투자자문 회사인 피셔 인베스트먼트도 텍사스로 이사를 갔으니까요. 오래 전에 본사를 타주로 옮긴 보잉은 택스하고는 직접적인 관련은 없습니다만 워싱턴 주의 비즈니스 환경이 어려워지고 있음을 증명하는 사례로 꼽을 순 있을 겁니다.
그런데 대부분의 레드 스테이트들 그러니까 공화당이 살림을 꾸리는 주들은 밀레니어 택스를 채택하지 않고 있습니다. 부자들이 옮겨 갈 곳이 많다는 얘기겠죠.
그래서 밀레니어 택스는 경제적 측면에서 오히려 역효과를 가져 올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부자들의 이주 사태로 생각했던 만큼 세금도 못 걷고 또 회사들도 옮겨 가는 일까지 벌어지니까 직장을 잃는 사람들만 늘어나고 Tax Base 도 줄어드는 결과를 가져올 거다 그래서죠.
개빈 뉴섬은 민주당 출신의 캘리포니아 주지사죠. 그런데 이 사람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빌리어네어 택스 발의안에 대해서 공개적으로 반대를 하고 있다더군요. 정치적으로도 시끄러울 게 분명합니다. 특히 워싱턴 주 같이 주 헌법으로 소득세를 금지하고 있는 주에선 더욱 그렇겠죠. 밀레니어 택스는 위헌이라면서 법적으로 다퉈 보자고 꼬리잡이를 하는 사람들이 많을 테니까요.
밀레니어 택스 찬성론자들은 이 세금은 부자들에게만 적용되는 특별 세금이라고 민심을 달래고 있습니다만 이 말을 곧이 곧대로 믿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고 합니다. 그 동안 주 정부들이 해왔던 행태 때문이죠.
새로운 세금이나 세금을 올리는 일은 없다고 공언을 했다가도 돈이 모자란다 그러면 슬그머니 세금을 올리는 일을 반복해 왔으니까요. 그래서 지금은 백만장자만 대상이라고 하지만 적자가 해소되지 않는다면 소득 리미트를 낮추는 방식으로 과세 대상을 확대를 시킬 거라고 의심을 하는 거죠.
저도 밀레니어 택스에 대해선 부정적입니다. 돈이 부족하다면 쓸 데를 줄이는 걸 먼저 검토해야지 왜 Tax Base 를 넓히는 쪽으로 방향을 잡느냐 그래서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사회 복지 문제가 중요하지 않다, 그건 아닙니다.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도록 경제적 약자들을 도와야 한다는 명제엔 저도 백프로 동감입니다. 돈이 없어서 끼니를 굶거나 또는 아파도 치료를 받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건 사회 전체의 책임이라고 보기 때문이죠.
하지만 어느 수준까지 도와야 할 거냐에 대해선 고민을 좀 해 봐야 하지 않겠느냐, 그런 입장입니다. 도울 때 돕더라도 도를 너무 지나치면 안 될거다, 그렇게 보기 때문이죠. 굶는 일이 없도록 식사를 제공하고 병이 나면 기본적인 치료를 받게 해 주고 그 정도면 충분하지 않겠습니까?
좋은 예가 메디케이드 혜택입니다. 일반인들은 보험료를 꼬박꼬박 내면서도 받지 못하는 혜택, 예컨대 롱텀 케어라든지 아니면 치과 혜택 같은 것들을 메디케이드 수령자들은 별 어려움없이 쉽게 받고 있다면 일반 사람들 눈에 그게 곱게 보여질 린 없겠죠.
그래서 트럼프가 대통령이 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정부가 사회 복지 예산을 낭비하고 있다는 인식을 많은 사람들이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란 시각도 있습니다. 미국 복지 제도가 근로 의욕을 꺾고, 일하지 않아도 살 수 있다는 의식을 조장하고 또 자격이 없는 사람들이 허위로 혜택을 받고 정부의 관리 부실로 예산을 낭비하고 있다는 거죠.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에겐 Make America Great Again 이란 구호를 내세우며 지출을 줄이자, 불법 이민을 막자고 하는 트럼프의 주장은 어떻게 들렸을까요? 아주 솔깃하지 않았겠습니까?
어쨌든 세금을 더 걷어서 문제를 풀려고 하는 건 너무 나이브한 어프로치 같습니다. 쓸 데는 많은 데 돈 들어올 곳은 부자들 주머니 말고는 없다, 그런데 그 부자들이 다들 다른 데로 떠나간다면 그땐 어떡하겠습니까?
그래서 밀레니어 택스를 꼭 시행하겠다면 주 차원에서가 아니라 내셔널 차원에서 시행을 하는게 나을 겁니다. 적어도 타주로의 Capital Flight, 이건 막을 수 있을 테니까요. 아니면 세금을 더 걷는 대신 돈이 새고 있는 구멍을 살핀 후 불필요한 지출을 줄이는 식, 즉 Fiscal Policy 를 건전하게 운영하는게 더 현실적일 수도 있습니다.
밀레니어 택스는 최후의 보루로 남겨 두는게 좋지 않을까요? 머리를 아무리 짜 봐도 다른 방법이 없다 그럴 때 꺼내는 마지막 카드, 이런 식으로 말이죠. 그래야 세금 얘기만 나오면 진저리를 치는 사람들의 반발을 잠재울 수 있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