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주식 많이 오르고 있는데 지금 사도 좋을까?
지난 15일 오전, 한국 코스피 지수가 사상 처음으로 8000선을 넘었다고 하죠. 그러다가 오후에 매도 물량이 쏟아지면서 7493 선으로 주저 앉았지만 어쨌든 작년 6월에 3000선을 돌파한 뒤 불과 1년 사이에 두배 반이나 뛴 거죠.
같은 기간 미국 S&P 는 23% 정도 오른 것과 비교하면 경이로울 정도입니다. 코스피가 이렇게 뛴 이유는 뭘까요? 그건 코스피의 2대장, 삼성전자와 SK 하이닉스 덕분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 두 회사는 AI 업계가 필요로 하는 메모리 반도체를 만들고 있지 않습니까? 그런데 요즘 반도체 공급은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하죠. 그 결과 반도체 가격은 계속 오르고 있고 그 반사 이익을 이 두 기업이 누리고 있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전문가들 중에는 코스피가 올해 안에 10000 선도 가능할 거라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AI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가 지속되고 있기 때문에 메모리 수요는 계속 올라갈 수 밖에 없고 따라서 가격 상승 흐름도 계속될 거라는 거죠.
게다가 삼성전자와 SK 하이닉스는 단순한 메모리 칩이 아닌 HBM (High Bandwidth Memory) 이 라고 하는 고대역폭 메모리를 만들고 있다, 그런데 이 두 회사의 시장 점유율이 80%이상이라서 주가는 계속 오를 수 밖에 없다는 겁니다. 한국 주식이 계속 오를 거라고 보는 또 다른 이유는 한국 증시의 12개월 선행 PER (12-month forward Price-to-Earnings ratio) 가 낮기 때문입니다.
이 지표는 현재 주가를 향후 1년간 예상되는 주당 순이익 (EPS) 로 나눠 가지고 주식 값이 싼지 비싼지를 판단하는데 이걸 한국에 적용해 보니까 7.5 배 정도 밖에 안 되더라는 겁니다. 이 지수의 Historical Average 는 10 배 수준이니까 7.5 배 정도라면 저평가되고 있다는게 확실하다는 거죠.
물론 반론도 만만치 않습니다. 코스피 저평가, 이 결과는 한국 기업들의 이익 추정치, 그러니까 분모를 너무 높게 잡아서 나온 결과일 뿐이란 거죠. 그래서 만에 하나 반도체 슈퍼 사이클이 지속되지 못한다면 향후 12개월 이익이 떨어질 가능성도 있을 거라고 주장합니다.
사실 이건 단순한 우려는 아닙니다. 캐쉬 플로우 문제 때문이죠. AI 에 투자를 하고 있지만 언제 이익을 볼 수 있을지는 점치기 힘들고 그래서 AI 기업들이 서로 돌려 막기 투자를 하고 있는 거 아니냐, 즉 버블일 가능성도 높다는 거죠.
AI 업계는 그렇다 쳐도 코스피 자체도 너무 과열이란 우려도 있습니다. 1년 전과 비교하면 188%, 그리고 올해 들어서도 연초 대비 75% 나 오르고 있으니까요. 올 들어 7.5% 정도 오른 S&P 는 막말로 깜도 안되는 거죠. 그래서 한국 주식은 저평가가 아니라 고평가되고 있다고 얘기하기도 합니다.
이런 사람들의 얘기는 버핏지수란 것에 근거를 두고 있습니다. 이 지수는 증시 시가총액을 GDP로 나눠 가지고 주식이 높이 평가되고 있는지 아니면 낮게 평가되고 있는지를 보는데 통상 100%를 넘는다면 고평가, 120% 이상이라면 과열이라고 판단을 하죠.
그런데 이 버핏지수를 코스피에 적용을 해 보니까 5월 현재 250% 이상이라고 합니다. 과열 정도가 아니라 폭발 직전이란 얘기가 나올 만한 수준이죠. 누구 얘기가 맞는지 그건 물론 알 수가 없습니다. 물이 반 쯤 차있는 컵을 보고 반 밖에 안 찼네 하는 사람도 있지만 반이나 찼네 하는 사람도 있으니까요.
물이 반 밖엔 안 찼네 하는 사람들이라면 한국 주식에 관심이 많을 겁니다. 그래서 지금이라도 좀 사야 되는 거 아니냐고 생각하실 수도 있습니다. 이런 분들이라면 그럼 어떤 식으로 한국 주식을 사는 게 좋을까요? 삼성전자나 하이닉스같은 개별주식, 아니면 코스피 ETF 같은 분산투자?
ETF 보다는 개별 주식으로 가야겠다 그렇다면 삼성과 하이닉스란 회사에 대해서 좀 더 알아봐야 할 텐데 삼성전자를 선호하는 분들 중에는 주당 가격이 하이닉스보다 싸다는 걸 장점으로 꼽기도 합니다. 5월 15일 현재, 삼성전자의 주당 가격은 281,500 원이죠. 그리고 SK 하이닉스는 주 당 1,837,000원이고요, 숫자만 놓고 본다면 하이닉스 주식이 무려 6.5 배나 높아 보입니다.
주가 상승률에서도 두 회사 간에 차이가 있습니다. 작년 5월 16일부터 금년 5월 15일까지 일년 동안 하이닉스 주가는 약 860 % 급등을 했습니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415 % 정도 오르는 데 그쳤으니까 하이닉스가 삼성전자보다 두 배 이상이나 높게 올랐습니다.
삼성전자 주가가 낮은 건 발행 주식 수가 훨씬 많기 때문에 나온 결과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죠. 삼성전자는 2018 년에 50대 1 비율로 주식 액면분할을 했으니까 일주 당 가격이 분할 이전보다 1/50 줄어든 셈이나 마찬가지입니다.
그리고 두 회사는 업종이나 사업영역에서도 차이가 많습니다. 하이닉스는 반도체에 몰빵하고 있지만 삼성전자는 반도체 의존도가 하이닉스보다는 덜 합니다. 반도체 외에도 파운드리, 시스템 LSI 사업과 함께 스마트폰, TV, 가전사업부 같은 DX, 즉 완제품 사업까지 하고 있으니까요.
그러니까 하이닉스는 반도체 슈퍼 사이클 붐의 혜택을 많이 받았고 삼성전자는 AI 붐의 영향을 덜 받았다고 볼 수도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비슷한 맥락으로 만에 하나 AI 버블이 꺼진다면 하이닉스는 삼성전자보다는 그 영향을 훨씬 더 많이 받을 수도 있다는 전망도 가능하겠죠. 얘기를 하다 보니까 하이닉스보다는 삼성전자 주식을 제가 더 선호하는 것 아니냐는 오해를 하시는 분들도 계실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그건 아닙니다.
제가 강조하고 싶은 건 주식을 고를 때 어떤 한두가지 요소만 보고 고르는 건 바른 접근법이 아닌 것 같다 그거니까요. 주당 가격이나 주가 상승율만 보고 기업 가치가 높다 아니다라고 하거나 아니면 회사 전망이 좋다 나쁘다고 애기하는 건 성급할 지도 모른다 그래서죠.
그렇다면 개별 주식을 사는 대신 코스피 ETF 를 사는 건 어떨까요? 이 톡톡 채널 구독자 분들은 이미 짐작하고 계시겠지만 저는 개별 주식보다는 ETF 나 뮤츄얼펀드가 리스크 관리 측면에서 더 좋다고 보는 입장입니다. 그래서 한국에 살면서 미국 세법에 신경을 쓸 필요가 없는 분들이라면 코스피 ETF 가 괜찮은 선택일 수 있지만 미국 교포분들이라면 얘기가 다릅니다. 코스피 ETF 는 가능한 사지 않는게 좋다고 봅니다.
제가 이렇게 말씀드리는 이유는 Passive Foreign Investment Company 란 미국 세법 규정 때문입니다. 코스피 ETF 는 해외에서 발행된 펀드니까 당연히 이 PFIC 규정에 걸리게 됩니다. 그래서 코스피 ETF 를 사게 되면 세금 신고도 복잡해지고 세금 측면에서도 아주 불리해 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삼성전자나 하이닉스같은 개별 주식은 싫지만 한국 주식에 투자하는 ETF 는 사고 싶다 그러면 방법은 없을까요? 그런 경우라면 EWY 라고 하는 ETF 가 어떨까 싶네요.
이 ETF 는 미국에서 나온 거니까 PFIC 위험은 없습니다. 하지만 한국 주식들이 그동안 너무 급격하게 오른 덕분에 높아진 변동성 위험에 이 ETF 도 노출되어 있다는 건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혹 이 ETF 를 사더라도 포트폴리오의 5%에서 10%, 이 선을 넘지 않도록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