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애틀 가을, 버섯과 함께 즐겨 보세요

가을 그러면 대부분 사람들이 단풍을 떠올리죠. 그래서 가을을 만끽해 보고 싶다 그러면 단풍 구경을 떠나는게 일반적입니다. 그런 단풍 명소가 그런데 시애틀에는 아주 드뭅니다. 전나무나 삼나무같은 침엽수들이 빽빽하게 산을 채우고 있기 때문입니다.

가을을 즐기는 방법이 그럼 없느냐? 그건 아닙니다. 꿩 대신 닭이란 말처럼 버섯 구경으로 대체하는 방법도 있으니까요. 버섯들을 찾아 숲속을 헤매면서 사진도 찍고 피톤치드 샤워도 즐기고 얼마나 좋습니까.

그런데 버섯 그러면 무섭다는 분들 계신 것도 사실입니다. 독버섯인지 아닌지 어떻게 그걸 아느냐 그래서겠죠. 맞습니다. 가을철엔 버섯 중독 사고가 심심치 않게 일어나고 있으니까요.

​하지만 아메니타 버섯들, 우리나라에선 광대버섯이라고 부르는 이놈들은 사실 큰 문제가 없습니다. 보는 순간 누구나 이건 독버섯이네 딱 감이 오니까 이런 걸 드실 가능성은 아주 적습니다.

골치 아프게 만드는 놈들은 갈색 색깔이 나는 작은 버섯들, 보통 LBM, Little Brown Mushroom 이라고 불리우는 놈들입니다. 생김새도 비슷비슷한 데다가 뭐 딱히 특징이다 이런 걸 잡아내기가 힘듭니다. 그래서 버섯 프로가 아니라면 구별하는게 쉽지가 않습니다 .

그런데 어떤 버섯들 예컨대 송이나 쉔트렐 버섯 아니면 랍스터 버섯 이런 건 혼동 가능성이 거의 없습니다. 생김새가 독특하거나 아니면 특별한 향취를 갖고 있기 때문에 버섯 초보자라 해도 쉽게 구별을 할 수 있으니까요.

쉔트렐 버섯은 맛과 향이 좋다고 해서 서양 사람들도 즐겨 찾습니다. 색깔이 노랗다고 해서 꾀꼬리 버섯이라고 부르는 이 버섯은 우리나라에서도 많이 채집을 한다고 하더군요. 정말 어울리는 이름입니다.

​그런데 쉔트렐이라고 해서 다 노란 건 아닙니다, 하얀 색을 가진 것도 있으니까요. 그래서 하얀 꾀꼬리, 이렇게 부르기도 합니다.

롭스터 버섯은 이름이 왜 그렇게 붙여졌는지 보는 순간 금방 짐작을 할 수가 있습니다. 색깔이 잘 익혀 낸 롭스터를 닮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맛까지 그런 건 아닙니다. 간혹 맛도 롭스터같다고 얘기를 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건 뻥입니다. 그런데 이 버섯, 식감이 아주 좋습니다. 버섯 답지 않게 쫄깃쫄깃해서 서양 사람들이 좋아 한다고 하지요.

이 롭스터 버섯과 꾀꼬리 버섯은 가을 철엔 세이프웨이나 홀 푸드같은 마켓에도 종종 나옵니다. 그런데 값이 엄청 쎕니다. 파운드에 무려 3-40 달러나 하니까요. 그래도 그 돈을 주고 사먹는 사람들이 있는 걸 보면 그만큼 인기가 있다는 얘기겠죠.

​그러나 우리 동양 사람들은 버섯 그러면 무조건 송이를 으뜸으로 칩니다. 향도 좋고 쫄깃한 식감 때문에 많은 사랑을 받고 있지요.

그런데 이 송이 버섯은 퍼시픽 노스웨스트 그러니까 워싱턴, 오리건 그리고 브리티쉬 콜롬비아에서도 아주 많이 나옵니다. 그래서 이 버섯을 따러 산에 가는 한인들도 많습니다. 가을에 버섯 따러 간다 그러면 십중팔구 송이 따러 가는구나 이렇게 생각해도 틀린 말이 아닐 겁니다.

물론 이 미국 송이는 한국 송이와 똑같진 않습니다. 우리나라 송이는 짙은 누런 색깔을 띠면서 홀쭉한 몸채를 가졌지만 미국 송이는 하얀 색깔에 몸통이 두툼하기니까요. 그래서 미국 송이들은 화이트 마츠다께란 이름으로 불리웁니다.

향도 약합니다. 미국 친구들 중에는 젖은 양말 냄새가 난다고 손사레를 치는 사람들도 있지만 한국 송이에 비하면 깜도 안됩니다. 그런 사람들에게 한국 송이를 먹어봐라 그러면 꽁무니를 빼면서 도망칠 가능성이 백프로도 더 될 겁니다.

그래선지 학명도 다르다고 하네요. 한국이나 일본 송이는 트리콜로마 마츠다께이라는 이름이 붙혀졌지만 미국 서부 송이는 트리콜로마 머릴리어눔 그리고 미국 동부 주에서 나는 송이는 트리콜로마 메그니벨라레, 이렇게 분류 한다고 합니다.

이 서북미 송이들은 한 때 대량 일본으로 수출되기도 했었습니다. 덕분에 파운드 당 수백달러라는 고가로 거래가 되었다 하고요. 하지만 요즘엔 사정이 많이 달라졌습니다. 미국 송이 대신 중국산 송이를 일본이 수입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당연히 가격도 많이 내렸습니다. 얼마전 한국 마켓 앞에서 송이룰 파는 동남아 사람에게 값을 물어 봤더니 일등품이 파운드에 19 달러, 2-3등품은 15 달러, 그리고 4등품 5등품은 10달러라고 하더군요.

갓이 많이 피어난 4등품이나 5등품 송이는 1등품 송이보다는 확실히 향이 약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먹을 때 문제가 있는 건 아닙니다. 일등품 보다는 사이즈가 훨씬 크기 때문에 오히려 더 풍성하게 즐길 수 있습니다. 그래서 5등품이라도 좋다, 많이 만나게만 해주쇼, 이게 솔직한 심정입니다.

우리나라에선 버섯 따러 가는게 쉽지가 않다더군요. 하지만 미국에선 어렵지 않습니다. 네셔널 포리스나 주 정부 소유 산림에선 누구나 버섯 산행을 즐길 수 있으니까요.

​다만 국유림인 경우엔 관할 구역에 따라 퍼밋을 요구하는 곳도 있긴 합니다. 하지만 그런 곳이라도

커머셜이 아닌 개인용 퍼밋은 대부분 무료로 내줍니다. 주차 퍼밋만 사면 됩니다.

시애틀 10월이라면 비가 본격적으로 내리는 시기죠. 그렇다고 방콕만 할 수 있겠습니까? 비가 오면 오는 대로 맑으면 맑은 대로 산에 올라서 버섯 구경도 하고 그러다 송이라도 몇 개 딸 수 있다면 금상첨화일 것 같습니다. 땅이 얼어 붙기 전에 한번 나가 보시기 바랍니다.

| 박현철 회계사 Tel.206-949-2867 e-mail: cpatalktalk@hcparkcp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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