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철 회계사 – 인플레이션 시대의 돈 관리

인플레이션, 얼마전까지만 해도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던 이슈죠. 코비드 19로 서플라인 체인에 인터럽션이 생겨서 물가가 오르고 있지만 잠깐 스쳐 지나가는 비, 그러니까 transitory 일 뿐이라는게 연방준비은행의 공식 입장이였습니다.

무려 400명이 넘는 경제학 박사들을 거느리고 있는 연준의 얘기인데 누가 감히 토를 달겠습니까. 그런데 분위기가 갑자기 바뀌었습니다. 하늘 높을 줄 모르고 기름값이 오르고 있는 데다가 주택, 식료품, 자동차 이런 것들 값까지 들썩 거리니까 사람들 마음이 불안해진 거죠.

실제로 연방 정부 발표도 물가가 심하게 오르고 있다는 걸 확인해 주고 있습니다. Bureau of Labor Statistics, 이 부서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10월 소비자 물가지수는 작년과 비교했을 때 6.2% 나 올랐다고 하니까요.

인플레이션이 왜 문제가 되느냐? 그건 인플레가 심하면 Purchasing Power 즉 소비자의 구매력이 줄어 들기 때문입니다. 물가가 2배가 되면 구매력은 절반으로 꺾인다는 얘기니까요.

이렇게 된다면 씀씀이를 줄여야 하고 그렇게 씀씀이를 줄이게 되면 기업들은 고용을 줄일 거고 이렇게 고용이 줄어들면 구매력은 또 감소할 거고… 악순환 고리가 형성될 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그렇게 고리가 형성된다면 경제는 큰 타격을 받겠죠.

그래도 아직 경제 일선에서 뛰고 있는 사람들은 사정이 낫습니다. 능동적으로 경제 활동을 하고 있으니까 어떤 방법들을 찾아 낼 수도 있을 테니까요. 하지만 은퇴를 한 사람들이라면 어떨까요. 아마 애기가 다를 겁니다. 연금이나 이자 수입 이런 고정 수입을 가지고 생활을 꾸려 나가고 있을 테니까 말입니다.

고정수입이란 말 그대로 수입이 고정되어 있단 뜻입니다. 받는 사람 입장에선 대처하기가 아주 힘들다 그런 뜻이겠죠. 그래서 존 윌리엄스뉴욕 연준 총재가 고정 소득 받는 사람들이 인플레에 더 취약하다는 말을 한 거 아니겠습니까?

그렇다면 주는 쪽에서 선심을 쓰거나 배려를 해줘야 된다는 얘기인데 그게 현실적으로 가능할까요? 물론 물가상승을 반영해서 매년 돈을 올려주는 곳도 있긴 합니다. 내년에는 소셜 연금을 5.9% 더 올려 주겠다고 발표한 소셜시큐리티 당국처럼 말입니다.

하지만 일반 금융회사 예컨대 어뉴이티를 판매한 보험회사 또는 정기예금을 든 은행에서도 그렇게 해 줄까요? 아마 가능성은 제로일 겁니다.

결국 돈이 모자라지 않도록 수입과 지출의 비율을 맞추고 주식이나 채권 이런 데 투자를 하고 있다면 인플레 기간 중에도 포트폴리오의 가치가 떨어지지 않고 또 구매력을 유지 시켜주는 그런 곳을 골라 투자를 하는 건 우리 스스로의 몫이다 그런 뜻이겠죠.

명목 상 수익률이 아니라 실질 수익률에도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명목 수익률이 10% 라고 해도 인플레이션이 6% 라면 실질 수익률은 4%란 뜻이니까요.

구체적으로 그럼 어떤 데 어떻게 투자를 하는게 좋을까요. 사실 정답은 없습니다. 다만 인플레 영향을 덜 받는 곳 아니면 인플레가 심해지면 가치가 함께 올라가는 곳, 그러니까 인플레이션과 positive 한 상관 관계를 보이는 그런 투자 수단들을 이용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런 면에서 TIPS 라고 하는 연방정부 국채가 도움이 될 지 모릅니다. 만기가 되서 돈을 찾을 때 인플레이션을 반영해서 투자 원금을 내주니까요.

인플레이션 대비용으론 부동산도 좋다는 얘기가 많습니다. 그러나 부동산을 직접 관리한다는 거 말처럼 쉽지 않죠. 테넌트를 들이고 관리하는 문제 등등 여러가지 어려움이 있지 않습니까? 그런게 부담이 된다면 Real Estate Investment Trust, 리츠도 고려해 볼 만합니다.

경제 상황이 어떻게 되든 간에 소비자들이 필요로 하는 제품이나 서비스, 예컨대 유틸리티나 에너지 아니면 소비재 상품을 제공하는 기업에 투자하는 것도 좋은 아이디어일 수 있습니다.

인플레이션이 심할 땐 금을 사두는게 좋다, 그런 얘기들을 많이 합니다. 비트코인같은 가상화폐도 요즘 인기가 있긴 하지만 금만큼이야 할까 그건 의문입니다. 사하라 사막 한가운데 사는 유목민 부족들이 금은 마다않고 받겠지만 비트코인도 그럴까 확신이 서지 않으니까요.

보험회사들이 파는 어뉴이티 중엔 인플레이션 라이더를 제공하는 것들도 있습니다. 그런 어뉴이티를 구입하는 것도 방법이긴 합니다. 하지만 인플레이션 퍼센테이지에 따라 자동적으로 올려 주는 건 아닙니다. 그래서 사기 전에 계약서 내용을 잘 살펴 보는게 중요할 겁니다.

투자할 돈이 어딨냐, 먹고 살기에도 빠듯하다 그런 분들도 계실 겁니다. 그런 분들이라면 지출을 늘이고 수입을 늘리는 방법들을 찾아야겠지요. 집을 줄여서 작은 집으로 이사가는 방법 그러니까 다운 사이징도 검토해 보고 필요하다면 파트타임 잡을 잡아서 일을 하는 것 등 자신의 상황과 형편에 맞는 방법들을 찾아 보시기 바랍니다.

[출처] 인플레이션 시대의 돈 관리|작성자 시원 톡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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