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철회계사 – 피터 틸처럼 우리도 Roth IRA로 거금 만들 수 있을까

온라인 페이먼트 회사 페이팔의 공동 창업자, 피터 틸이 요즘 구설수에 올랐습니다. 페이팔 주식으로 무려 50억 달러를 벌었다는데 세금은 한 푼도 안 낼거다 해서 말입니다.

돈을 벌었다면 세금은 내야 한다는게 법인데 이 사람은 무슨 방법을 썼길 래 세금 걱정을 안해도 된다는 걸까요. 그건 자기가 갖고 있는 페이팔 주식의 일부를 아주 일찍 Roth IRA 계좌에 넣어뒀기 때문입니다.

피터 틸의 Roth 계좌 사건이 세상에 알린 건 한 인터넷 언론입니다. 탐사보도를 전문으로 하는 프로퍼블리카라는 매체죠. 틸은 1999년도에 Roth에 1천7백 달러를 넣은 다음 그 이후엔 한번도 더 불입한 적이 없는데도 현재 계좌 밸런스는 50억 달러 이상이다, 1967년 생이니까 틸의 현재 나이는 53세, 그렇다면 59.5세가 될 때까지 한 6년 기다렸다가 돈을 찾으면 세금은 한푼도 안낸다, 이건 너무 불공평하다, 그거겠죠.

일반 국민들 입장에서도 분통 터지는건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틸이 사용한 방법은 법적으론 큰 문제가 없어 보입니다. 1,700 달러를 넣었다고 하니까 법으로 정해 놓은 돈 이상을 넣은 것도 아니고 99년에 한번만 넣고 그 이후론 넣지 않았다, 이것도 역시 시비를 걸긴 어렵습니다. IRA 계좌를 오픈하면 매년 불입해야 한다는 의무는 없으니까요.

물론 문제를 삼을 여지가 아주 없는 건 아닙니다. 현금 대신 페이팔 주식 170만주를 넣었다고 하니까 계산 상으론 1주 당 값을 1/10센트로 쳤다는 얘깁니다. 그래서 170만주의 값어치가 겨우 1,700달러냐, 여기에 촛점을 맞춘다면 세금폭탄을 맞을 가능성도 있긴 합니다.

언더벨류 되었다고 판단이 나온다면 excess contribution 을 했다는 거니까 그동안 Roth에 담아놓고 꺼내지 않았다고 해서 연 6% 씩 페널티가 계산될 거고. 또 그동안 자라난 증식 부분에 대한 세금과 페널티도 붙을 겁니다.

그러나 IRS가 그쪽으로 문제를 삼진 않을 것 같습니다. 가치 평가 즉 Valuation은 과학이라기 보다는 예술 쪽에 더 가까워서 승산이 있다, 그렇게 보기엔 힘드니까요. 그렇다고 2002년에 페이팔이 기업공개 IPO를 하면서 매겼던 주 당 13달러를 기준으로 하기도 어렵습니다.

스타트업 회사들의 자금조달 실체를 살펴볼 때 그건 무리라고 보기 때문입니다.초창기 때는 전적으로 창업자들 주머니에서 모든 돈을 조달해야 합니다. 성공 가능성은 아주 적고 리스크만 클 때라서 돈을 대 주겠다는 곳을 찾기 힘들 때니까요.

은행에서 돈을 대 준다? 어림 반푼어치도 없습니다. 엔젤 투자자나 벤처 투자자들이 있긴 하지만 그 돈을 끌어 쓰는 것도 하늘의 별따기나 마찬가집니다. 그래서 창업 초기 당시의 기업가치를 IPO 당시의 주가를 기준으로 하는 기업가치와 똑같다고 주장한다면 톡톡히 창피를 당할 각오를 해야 합니다.

그리고 Roth에 넣은 돈이 50억달러 이상 자랄 것이라곤 아마 틸 자신도 전혀 예상치 못했을 겁니다. 물론 자신이 주도해서 만든 페이팔이 크게 자랄 것이다, 그런 자신감은 있었겠지요. 성공만 하면 돈 좀 만질 수 있을 거다, 그런 꿈도 없이 벤처 창업을 했겠습니까?

하지만 성공할 거란 자신을 100프로 갖고 있었다, 그렇게 말하긴 힘듭니다. 그랬다면 1999년에 한차례 Roth에 넣은 후 왜 다시 넣지 않았을까요. 그냥 도박하는 기분으로 되면 좋고 안되도 좋고 뭐 그런 기분으로 하지 않았을까 그런 생각도 드네요.

어쨌든 피터 틸이 부러운 건 사실입니다. 그래서 틸이 했던 방법을 써먹을 수 없는지 그게 궁금합니다. 이론 상으론 물론 가능합니다만 현실적으론 거의 불가능하다고 봐야 합니다. 틸 처럼 엄청난 비즈니스 아이디어도 없고 설령 기발한 아이디어가 있다 해도 그걸 사업으로 발전시킨다는 건 별개의 문제니까요.

그래서 피터 틸 처럼 창업을 한 다음 저평가된 회사 주식을 Roth에 넣는다, 이건 거의 확률 제로라고 봐야 합니다. 당연히 기업 공개나 합병 등을 통해서 큰 돈을 만질 가능성도 없다는 얘기죠. 그나마 현실적으로 가능한 건 IPO를 하는 회사의 주식을 구입하는 방법입니다.

페이팔이 2002년에 IPO를 할 당시에 1만 달러 쯤 넣어서 페이팔 주식을 샀다면 769 주 정도 구입할 수 있었을 겁니다. 그런데 페이팔은 상장 후 6개월 만에 이베이와 합병을 합니다.덕분에 페이팔 주주들은 1주 당 이베이 주식을 0.39 주씩 받게 됩니다.769주를 갖고 있었다면 300주를 받았다는 뜻이죠.

그런데 이베이는 2003년과 2005년에 2:1 주식 분할을 합니다. 그래서 300주를 갖고 있던 주주들은 2003년에 300주, 2005년엔 600주를 또 받습니다. 총 1200주의 이베이 주식을 갖게 됐다는 얘깁니다.

근데 이걸로 끝이 아닙니다. 2015년에는 페이팔이 이베이에서 분리가 되는데 그 과정에서 이베이 1주 당 페이팔 1주 씩을 나눠 줍니다. 그러니까 2002년에 1만 달러어치 페이팔 주식을 산 다음 쭉 갖고 있었다면 2015년엔 이베이 1200주, 페이팔 1200주 씩을 보유할 수 있게 됩니다.

이 1200주를 팔지 않고 아직까지 갖고 있다면 그 값어치는 얼마나 될까요. 2021년 6월 30일 현재 페이팔은 $291.48 그리고 이베이는 주 당 $70.21 로 클로즈 됐으니까 1200주의 값어치는 페이팔은 349,766 달러, 이베이는 84,252 달러라고 계산이 나오네요.

합해서 43만 4천달러를 약간 넘는 금액입니다. 피터 틸의 50억달러에 비하면 껌값입니다만 1만달러 투자해서 43만 달러 이상 만든 셈입니다. 저라면 불평은 조금도 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계산하는 김에 아마존을 샀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한번 볼까요? 아마존 IPO 가격은 주 당 $1.50이였다고 하니까 1만달러를 투자했다면 666.67 주를 살 수 있었을 겁니다. 이 666.67주를 지난 6월 말 가격으로 따져 보니까 거의 243만 달러란 금액이 나오네요.

페이팔을 샀다고 가정했을 때하고 비교하면 무려 5배 이상 차이가 납니다. 페이팔보다는 아마존을 샀어야 했다, 그런 뜻이죠. 하지만 어떤 게 더 나은지 그걸 당시에 알 수 있는 사람은 이 세상 어디에도 없습니다. 지나고 나니까 아 그렇구나 무릎을 치는 것일 뿐입니다.

여기서 한가지 따져 봐야 할 게 있습니다. 페이팔이 2002년에 기업공개를 할 때 여러분은 기회가 왔다, 사자 그랬을까요? 아마 안 샀을 가능성이 큽니다.닷컴 버블이 터진 직후라서 인터넷 관련 주식들 하면 다들 몸을 사렸을 때니까요.

그리고 한 회사에 몰빵하지 마라, 특히 은퇴자금 준비가 목적이라면 말이다. 아마 그런 조언을 떠올렸을 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페이팔 주식을 샀을 가능성은 아주 낮았을 겁니다.

어쩄든 프로퍼블리카의 기사 때문에 피터 틸이 괘씸죄에 걸려든 건 사실입니다. 그래서 Roth 에 넣은 돈은 무조건 택스프리란 규정에 변화가 있을 것 같기도 합니다.어떤 식으로 바뀔지 그건 현재로선 알 수 없지만 전액 비과세 대신 일정 금액 예컨대 2백만 달러 또는 3백만 달러까지만 택스프리다, 이렇게 바뀔 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은퇴자금 모으라고 했지 재산 상속으로 쓰라고 한 건 아니니까 Roth 에 있는 돈은 죽기 전까지 다 꺼내야 한다, 그래서 Roth 돈을 상속받은 사람에겐 세금을 매기겠다. 이런 규정들이 추가될 것으로 전망하는 전문가들도 있다고 합니다.

어쨌든 피터 틸의 50억 달러 Roth 에서 배워야 할 교훈이 두가지 있습니다. 첫번 째는 노후자금을 준비하겠다면 Roth 를 이용해라 그리고 Roth에는 가격 상승 가능성이 높은 자산을 넣어라, 이 두가지입니다.

틸이 99년에 Roth 대신 레귤러 IRA에 1700달러를 넣었다면 50억 달러의 절반 가까이 세금으로 내야 할 지 모릅니다. 레귤러 IRA 는 일반 세율에 따라 세금을 계산해야 하는데 억만장자 틸의 세율은 37%죠. 게다가 거주하는 주가 어디냐에 따라 주정부 소득세까지 내야 하니까요.

레귤러 IRA 가 아니라 일반 투자를 했다면 양도소득세율을 적용받을 테니까 사정은 조금 낫겠죠. 그래도 50억 달러의 ¼ 이상은 세금으로 내야 할 겁니다. 고소득층이니까 20% 양도소득세에다 Net Investment Income Tax 3.8%, 주 소득세가 붙을 테니까요.

하지만 Roth에 넣은 돈은 얼마가 되었건 무조건 택스 프리입니다. 적어도 현재까지는 말입니다. 그래서 Roth에는 가능한 한 값이 많이 오를 거로 보는 자산을 넣어야 합니다. 스타트업 캄페니에 불과한 페이팔 주식 1700 달러 어치를 틸이 자기 Roth에 넣었던 것처럼 말입니다. 그래야 택스프리 혜택을 극대화 시킬 수 있다, 이 포인트를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출처] 피터 틸처럼 우리도 Roth IRA로 거금 만들 수 있을까|작성자 시원 톡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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