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주로 이사가면 세금 안낼까요?

다른 주에서 살다가 워싱턴 주로 이사를 왔는데 세금보고를 해야 하느냐는 전화 문의를 얼마전에 받았습니다. 물론 CPATalkTalk 칼럼을 열심히 읽어 오신 독자님들은 말씀을 구태여 드리지 않더라도 이미 답을 아실게 틀림없습니다.

하지만 전화를 하셨던 분은 그렇지 않았던 모양입니다. 이사 오기 전에 살았던 주가 소득세를 부과하는 주이고 또 그 주에서 살면서 소득이 있었다면 당연히 세금보고를 해야 된다고 답변을 드리니까 왜 그래야 하느냐고 살짝 짜증까지 내시더군요.

뭐 어쩌겠습니까? 전달하는 메시지가 마음에 들지 않을 때는 메신저를 비난하는 건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니까요. 어쨌든 우리 대부분은 미국, 그러면 그냥 한 나라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습니다.미국은 말 그대로 합중국이기 때문에 각 주들은 자기네 영토 안에선 연방정부의 간섭없이 법을 만들고 살림을 꾸립니다.

주 경계를 넘나들며 물건을 배달하는 미국 트럭 운전기사들이 주마다 다른 도로 교통법 때문에 짐을 내렸다 실었다 하는 번잡함을 겪는다고 불평하는 이유도 그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우리나라의 도(道)와 미국의 주(州)는 아주 사뭇 다른 개념입니다.

세금문제도 비슷합니다. 미국 50개 주가 모두 주 정부 차원의 소득세를 부과하는 것도 아닙니다. 워싱턴 주나 텍사스 주 등 7개주는 주 소득세가 없습니다. 그러나 나머지 53개주는 어떤 형태로든지 나름대로의 소득세를 부과합니다. 일례로 소득세가 없는 워싱턴 주 뱅쿠버에 살고 있지만 직장이나 사업장이 오리건 주 포틀랜드에 있다면 거기서 번 돈에 대해선 오리건 세금을 내야 합니다. 워싱턴 주민이라 하더라도 오리건에서 돈을 벌었으니까 세금을 내라는 것이지요.

그런데 말입니다. 만일 오리건 주민이 워싱턴 주에서 돈을 벌었다면 어떻게 될까요? 그런 경우에도 오리건 주 소득세를 납부해야 하는 것일까요? 이럴 땐 속인주의 원칙을 적용해서 내야 한다는게 대부분 주들의 입장입니다.

이건 외국으로 나가 일을 해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미국 시민 또는 영주권자의 신분으로 외국 근무를 할 때 미국의 주소가 어디로 되어있느냐에 따라 예상치도 못한 세금 폭탄을 맞는 경우가 종종 생기기도 합니다.

연방세법은 해외근무 시 일정 요건을 만족시키면 해외근로소득의 일부 (2018년의 경우 $104,100)를 소득에서 빼 주거나 아니면 외국 정부에 납부한 세금에 대해서 크레딧을 줍니다. 하지만 연방세법의 이 규정들을 모든 주들이 따르는 것은 아닙니다. 인정해 주는 주들도 있고 또 인정해 주지 않는 주들도 있습니다. 특히 캘리포니아나 뉴욕, 뉴저지 등이 해외 근로소득 문제와 관련, 아주 인색한 것으로 악명이 높습니다.
이 문제는 그래서 주의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한국의 대기업들이 미국에서 근무하던 한국인 인재들을 스카웃하는 일들이 비일비재 일어나고 있으니까 코 큰 사람들에게만 해당되는 이슈가 아니니까요.

외국에서 스카웃 제의를 받는다면 그래서 대우 문제는 물론이지만 세금문제에 대해서도 검토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연방세법은 물론 주 세법까지 포함해서 말입니다.
살고 있던 주의 세법이 호의적이지 않다면 소득세가 없거나 아니면 연방세법에 준하는 세법을 가진 주로 이사를 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꼭 검토해 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