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윤리와 적폐청산

세월호의 아픈 기억이 아직 아물지도 않았는데 제천에서 참사가 일어났다고 합니다. 이런 비극들이 반복되는 이유 하나는 관련 법들이 미비해서라기 보다는 맡은 일을 제대로 하지않고 적당히 처리하는 관행, 즉 직업윤리의 부재 때문이란 생각입니다.

직업윤리를 지키지 않는 경향은 CPA들 중에서도 보입니다. 얼마전 한 신문이 ‘자본주의 파수꾼, 공인회계사의 추락’이란 기사를 게재한 것이 좋은 예입니다. 고객의 요구에 굴복해서 정확하고 공정하게 일을 해야 한다는 CPA 직업윤리를 위반했다는 내용이었으니까요.

직업윤리라고 하니까 뭐 특별한 것으로 생각하실 수도 있겠습니다만 절대 별난 것은 아닙니다. 법 규정과 양심에 따라 다른 사람들 눈치 보지않고 맡은 일 특히 전문성이 많을 일을 제대로 처리하는게 직업윤리입니다.

CPA 의 역할은 자본주의가 제대로 굴러갈 수 있도록 심판 노릇을 하는 일입니다. 다시말해 기업들이 재무제표를 제대로 만들었는지 감독하는 것입니다. 유리한 내용은 부풀리고 불리한 것들은 감추는 식으로 재무제표가 만들어진다면 경제활동이 정상적으로 이뤄질 수 없을 테니까요.

하지만 재무제표를 보기좋게 마사지 해달라 또는 회계감사 의견서에 아무 문제가 없는 것으로 의견을 내달라는 압력을 종종 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융자나 투자를 받을 때 아니면 사업체를 매각할 때 그래야 유리하니까 하면서 말입니다.

공적관계보다는 개인적인 친분 즉 사적관계를 더 중시하는 정서가 팽배한 사회에선 이런 압력을 거부한다는게 말처럼 쉽지 않습니다. 부탁을 들어주지 않으면 융통성없다거나 혼자 잘난 척 한다는 욕을 얻어먹기 일쑤니까요.

계약을 ‘갑과 을’의 관계로 보는 시각도 직업윤리를 지키는게 힘든 원인 중 하나입니다. 돈을 지불하는 ‘갑’이 요구하는 대로 돈을 받는 ‘을’은 어떤 것이라도 해주는게 옳다, 아니면 다른 데다 일을 맡기겠다, 하는 식이니까요.

물론 그래도 지켜야 합니다. 직업윤리는 각자 맡은 자리에서 자기가 해야 할 일들을 충실하게 하는 것이니까 법이 미치지 못하는 영역에서도 작동합니다. 밝고 환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선 반드시 필요한 규범입니다.

전문인들이 직업윤리를 지키는 것이 유리하다는 인식을 일반인들이 이해하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고 일이 난 후에야 왁자지껄 떠드는 대신 평소부터 관리를 충실히 해야 합니다. 권력이나 금품 또는 지연과 학연을 동원해 압력을 넣는 것도 막아야 합니다.

직업윤리를 위반하거나 위반하도록 종용하면 반드시 큰 불이익을 받는다는 걸 누구나 알 수 있도록 하고 철저하게 관리를 해야 합니다. 종이 방망이를 가지고 때리는 시늉만 한다면 도로 나무아미타불이 되고 맙니다.

그래서 지금 한창 진행되고 있는 적폐청산 작업에 대한 기대가 큽니다. 현재로선 권력의 사유화를 막는데 적폐청산의 촛점이 맞춰져 있지만 진행 상황에 따라 갑질의 횡포 그리고 관행이란 미명 하에 행해지던 올바르지 못한 행위들까지 모두 씻어내는 기회로 삼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