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州) 세무조사

경제학을 공부하지 않았더라도 아담 스미스라는 이름을 들어본 적은 있으실 것입니다.
이 분의 ‘국부론’이란 책은 경제학의 기초적인 저작으로 유명한데 이 책에는 세금의
네가지 원칙도 제시되어 있습니다.

세금은 (1) 지불능력에 따라 부과하고 (2) 확실해야 하며 임의적이어선 안되며
(3) 납세자의 편의에 맞춰 세금의 납부시기와 방법을 정하고 (4) 가능한 한 경제적으로
징수해야 한다는게 바로 그 네가지 원칙입니다.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이 원칙은 대부분 나라에서 지켜지고 있습니다. 어디 꼬집을
데가 없을 정도로 합리적이라서 ‘모르쇠’했다가는 납세자의 거센 저항에 맞닥뜨릴
수도 있으니까요. 미국 IRS의 ‘납세자 권리장전’도 바로 이 원칙에 입각해서
만들어졌다고 봐도 좋을 듯 합니다.

하지만 주정부 차원으로 내려오면 사정은 다릅니다. 특히 판매세에 세입을 의존하는
주 일수록 조세당국의 횡포가 아주 심합니다. 왜 그럴까요? 판매세가 가지고 있는
특수성 때문에 그런 것 아니냐는게 제 생각입니다.

미국은 50개 주가 모여서 나라를 이룬 연방국가라서 세법도 주 마다 다릅니다.
워싱턴이나 텍사스 같은 주는 판매세로 주 살림을 꾸리지만 오레건처럼 소득세만
걷는 주들도 있습니다. 캘리포니아, 뉴욕, 뉴저지 같은 주는 판매세와 소득세, 두가지를
모두 걷는 욕심을 부리기도 합니다.

소비자가 내는 세금을 판매자가 걷어서 조세당국에게 전달하는 판매세는 일종의
‘트러스트 텍스’입니다.
주 조세국은 상인들이 중간에서 가로채는 그러니까 배달사고라도 내지 않을까 신경을
곤두 세울 수 밖에 없는 그런 구조를 가진 세금입니다.

그래서 세무조사관은 신고된 매출액이 정확한지 제일 먼저 살펴 봅니다.
매출액의 몇 퍼센트 식으로 계산해서 판매세를 납부하니까 매출액을 먼저 확인하는
것이지요. Z-Tape같은 매출 기록을 보지만 종종 은행 입금기록 및 현금 출납장부,
크레딧카드 수령 내역 등을 함께 봅니다.

이렇게 장부나 기록을 조사하는 것에 대해선 불평할 근거가 없습니다.
납세자는 이런 장부들을 갖춰야 할 의무가 있고 또 조사관 입장에선 이런 기록에
의거해서 조사하는게 당연하니까요.

그런데 이런 자료들이 불완전하다는 이유로 납득이 되지 않는 기준치를 적용해
매출액을 임의로 결정하겠다고 나올 때도 많습니다. 신고된 매출액이 어떤 기준,
예컨대 동종업종의 평균치 같은 틀에 맞춰 보니까 부족하다고 주장하는 경우가
좋은 에입니다.

문제는 통계는 사실이 아니라는데 있습니다. 숫자로 보이니까 사실같지만 그건 절대
아닙니다. 통계는 트렌드, 그러니까 흐름을 보여주는 자료에 불과합니다.
게다가 통계자료에 의거해 세금을 매기는 것은 세금은 임의적으로 부과해서는
안된다는 아담 스미스의 주장에 분명하게 위배됩니다.

매출액을 줄였다는 확실한 증거도 없이 단지 통계치에서 벗어 낫으니까 탈세라고
주장한다면 그건 납세자를 도둑놈 취급하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물론 주 조세관리들이
모질거나 인간성이 나빠서 그럴 리는 없습니다.

아마 주 정부나 주 의회의 납세자 보호 의지가 부족하다는게 더 큰 이유일 것 같습니다.
판매세는 ‘트러스트 텍스’니까 ‘납세자 권리장전’ 같은 보호막을 쳐 줄 필요가 없다,
뭐 그렇게 생각하는 것 아니냐는 의심도 듭니다.

하지만 어쩌겠습니까? 보호받을 제도적 장치가 없으니 억울한 일을 당하지 않으려며
판매자들이 주의할 수 밖에는 없습니다. 통계의 횡포에 당하지 않으려면 판매 기록이나
장부를 완벽하게 갖추는게 최선입니다. POS 시스템으로 대처한다면 무난하지 않을까,
그런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