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의 저가정책, 일단 좋긴 한데…
얼마전 홀푸드 체인을 인수한 아마존이 그로서리 업계를 상대로
가격전쟁을 선포했다고 합니다. 추수감사절 저녁 상에 오르는 칠면조 고기
값을 최소 20% 이상 싸게 공급하겠다는 것이지요. 그 바람에 기존 수퍼마켓
들이 잔뜩 긴장하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아마존은 이익 극대화 대신 시장 점유율 확대에 촛점을 맞춘 사업전략을
사용하는 것으로 유명하지요. 공격적인 마케팅을 일삼은 덕분에 미국 내
전자상거래 점유율은 거의 40%에 육박합니다. 2위 ‘이베이’의 8% 점유율과
비교하면 무려 5배나 더 많습니다.
매출액도 해마다 늘고 있습니다. 2012년 61억달러, 2012년 75억달러, 2013년
89억달러, 2015년 107억달러 그리고 2016년에는 무려 136억달러 매출을
기록했다고 하니 월 스트리트의 투자자들이 좋아할 만합니다.
그러나 수익률은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아주 저조합니다. 1주 당 기업의
이익을 보여주는 EPS를 살펴보면 아마존의 수익률이 얼마나 형편없는지
금방 알 수 있습니다. 올 2분기 주당 이익은 불과 40센트, 구글의 $5.01,
애플의 $1.67과 비교하면 정말 껌값 수준입니다.
그런데도 아마존 주식은 고공행진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주가가 $1,100을
훌쩍 넘어선 덕분에 아마존 창설자, 제프 베조스는 얼마전 세계 1위의 부자
자리를 꿰어 찾다고 합니다. 주주들에게 이익을 듬뿍 나눠 주지도 못하는
주식의 인기가 왜 이렇게 높은 것일까요?
기업의 존재 목적은 이익의 창출입니다. 사업을 잘해서 생긴 이익을 주주에게
나눠 줄 수 있어야 하고 기업으로서의 사회적 책임, 그러니까 직원들의
복지에도 신경 쓰고 세금도 충실하게 납부하고 비즈니스 파트너들에 대해서도
성실해야 합니다.
그런데 아마존은 이익에는 관심이 없는 듯 사업을 합니다. 주문한 상품을 싼 값에
신속하게 받고 싶어하는 소비자들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데만 매달리고 있습니다.
아마존이 자선단체라 그런 걸까요?
아마존을 통해 물건을 팔고있는 비즈니스 파트너들 그리고 직원들을 대하는
아마존의 태도를 보면 그건 아닌 것 같습니다. 인터넷을 통해 약간 검색을
해보면 아마존의 비인간적 영업방침의 사례들이 넘쳐나고 있는 걸 금방 알
정도니까 자선단체는 분명 아닙니다.
좋을 물건들을 싸게 그리고 편하게 구입할 수 있게 해주는데 소비자들이 왜
불평을 해야 하느냐는 반문이 나올 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직원들이나
비즈니스 파트너들을 쥐어 짜면서 사업을 하는 회사가 소비자를 위할
것이라고 믿어지지는 않습니다.
딴 이유가 있을게 분명합니다. 혹시 밑지고 파는 ‘약탈적 가격 (predatory pricing)’
전략으로 경쟁자들이 사라지면 가격을 대폭 올려서 이익을 보겠다는 속셈은
아닐까요? 만에 하나 그런 의심이 맞다면 아마존의 영업방침은 소비자에게
오히려 독이 된다는 얘기입니다.
대부분의 나라들이 ‘약탈적 가격’ 전략을 불공정 행위의 하나로 취급하는 이유가
바로 그 때문입니다. 물론 아마존이 그걸 모를 리는 없습니다. 당연히 회사 내의
법무팀이나 아니면 유수한 법률회사를 통해서 피해 나가는 방법들에 대해 연구를
하고 있겠지요.
그 결과 나온 것이 ‘프라임 멤버쉽’ 제도란 주장도 있습니다. 어쨌든 추수감사절
칠면조 고기를 싸게 먹을 수 있어서 좋기는 한데… 그게 쌍수를 들고 환호해야만
하는 일인지 약간 고민을 해 봐야 할 시점이 아니냐, 그런 생각도 드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