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령자 미국이민, 좋은 아이디어일까요?
미국 이민에 대한 환상이 요즘들어 많이 깨진 건 사실입니다.
한국의 경제력이 높아짐에 따라 삶의 질이 향상되기도 했고 또 미국이 천국인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더라는 사실을 깨닫는 사람들이 많아졌기 때문이겠지요.
물론 미국에 와서 살겠다는 사람들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닙니다. 한국의 정치나
경제상황이 불안해지면 미국 이민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집니다. 그리고 장래에
대한 희망이 없다고 판단한 젊은이들의 경우에도 미국에 와서 살고 싶어하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왜 이민을 미국으로 가고 싶어하느냐는 각자 개인에 따라 다를 것입니다. 제 생각으론
법적으로나 제도적으로나 이민에 대해 비교적 관용적인 나라가 미국이라서 그런 것
같습니다. 잘 알고 계신 것 처럼 미국이란 나라는 결국 이민을 기반으로 해서 세워진
나라가 아니겠습니까?
물론 최근 추세는 반이민 정서가 서서히 세를 불려 나가는 듯 보이긴 합니다.
정치적 야심을 위해 이민자를 희생양으로 삼으려는 사람이 대통령 자리에 앉아서
부채질을 하고 있으니까요. 하지만 이같은 반이민 정서에 대해 양식있는 미국인들의
저항도 만만치 않은 것도 사실입니다.
이민을 결심하고 실행에 옮기겠다면 하루라도 젊을 때 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래야 새로운 사회에 적응하는게 쉬워지니까요. 나이가 들면 들수록 말 배우기도
어려워지고 본국과의 고리에 연연하느라 적응력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으니까요.
그런데 은퇴 후 노후를 미국에서 보내고 싶어하는 분들이 가끔 상담을 요청해 오는
경우가 있습니다. 미국에 어떤 연결고리, 특히 자녀들이 미국에 살고 있는 경우에
그런 생각을 많이 하십니다. 아무래도 합법적 이민이 가능하니까요.
결론부터 말씀드린다면 저는 반대입니다. 물설고 낯설은 이국 땅, 모든게 익숙하지
않을 게 틀림없습니다. 하나부터 열까지 자녀들에게 기대해야만 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러나 자녀들에 기대서 살아 가기엔 미국 생활은 너무 버겁습니다.
경우에 따라선 자녀들의 전폭적 지원을 받아서 미국에서의 노후생활을 잘 꾸려 나갈
수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자식보험은 이미 한국에서도 부도가 난 상태입니다.
그런데 미국에 살고 있는 자녀들이 한국에서 온 부모를 모신다?… 현실적일 것 같지
않습니다.
노령자의 미국 은퇴를 반대하는 결정적 이유는 이 때문이 아닙니다. 더 큰 이유가
있습니다. 노후 건강보험 문제 때문입니다. 나이가 들면 들 수록 아무래도 병원 출입이
잦아지게 됩니다. 그런데 미국 의료비는 정말 상상 외로 높습니다. 그리고 65세 이후에
건강보험을 사는 것 또한 쉽지가 않습니다.
대부분의 미국인들은 젊었을 때 일하면서 메디케어 세금을 냅니다. 최소 10년 간
이 세금을 냈다면 65세 은퇴 후 자동적으로 메디케어 보험에 가입을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나이가 든 다음 미국에 온 외국 이민자 노인들이라면 별도로 보험료를 내지
않는 한 메디케어 혜택을 받을 수가 없습니다.
보험료를 내면 되지 않겠느냐고요? 물론 그럴 수도 있습니다. 단 보험료로 최소한
월 60만원을 납부하실 각오를 하셔야 합니다. 이걸로 충분하게 의료혜택을 받을 수
있느냐 하면 그것도 아닙니다. 메디케어는 기본적인 혜택만 주기 때문에 부족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추가 혜택을 원한다면 메디케어 보충보험이란 걸 또 따로 들어야 하고 보험료로
아마 월 20만원 정도 내셔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치과보험은 별도이니까 추가로
또 돈이 듭니다. 결국 100만원 가까운 돈을 매달 건강보험료로 지불해야 안심이
된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노령자의 미국 은퇴가 좋은 아이디어가 아니라는 이유는
바로 이것 때문입니다. 심사숙고 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