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 부동산 투자, 과연 현명할까?

태국 치앙마이에도 우리 한인 교포들이 제법 많이 살고 있더군요.
비자 단속이 느슨했던 몇년 전과 비교하면 많이 줄어들긴 했지만 그래도 약 4천명
정도가 산다고 합니다
. 생각보다는 많은 교포들이 살고 있는 셈입니다.

그래선지 교포들을 상대로 한 생활정보지들도 많이 돌아 다니고 있었습니다.
저희가 묵었던 아파트 로비에까지 진열되어 있을 정도였습니다.
덕분에 아주 손쉽게 치앙마이 교포들의 생활상을 들여다 볼 수 있는 기회를
가졌습니다
.

그런데 그런 정보지에는 부동산 중개를 하는 분들이 낸 흥미로운 광고들이 약방의
감초처럼 실려 있더군요. 왜 흥미롭다는 말을 썼느냐 하면 부동산 불패 신화가 유지된
한국의 경험을 그대로 대입했다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

콘도 임대는 손해다. 사는게 훨씬 유익하다면서 사람들의 심리를 교묘하게 자극하는
것도 눈에 거슬렸습니다
. 치앙마이의 부동산 시장이 그렇게 활발한 것처럼 보이지는
않았기 때문입니다
. 주택 건설은 대부분 콘도에 집중되어 있었는데 분양은 활발한 것
같지는 않았습니다
. 짓다만 콘도들이 아주 많았습니다.

태국은 외국인의 토지 소유를 금지하고 있는 나라입니다. 콘도라 하더라도 태국인
입주자가
50% 이상이 되어야 합니다. 그러니까 콘도를 분양하려면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태국인들을 찾아서 반 이상 채워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

그런데 평균 임금이 월 12천에서 15천바트 정도에 불과한 나라가 태국입니다.
달러로 환산하면 340에서 430 정도 밖에는 안되는 금액입니다. 이런 사람들을 상대로
콘도 분양을 한다
? …쉽게 계산이 안 나오네요.

이건 콘도를 구입했다 하더라도 매각할 때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는 말이기도
합니다. 판매 대상층이 외국인 체류자들로 한정될 테니까요. 결국 한국이나 중국의
부동산 투자 붐이 태국에서 이어지기에는 무리가 있다
, 그런 결론을 내릴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치앙마이의 한인 부동산 업자들이 주장하는 대로 구입이 임대보다 낫다는
결론에도 구멍이 생기고 맙니다. 구입이 낫다고 주장하는 근거는 소유하던 콘도를
매각하면서 이익을 낼 수 있다는 전제를 깔고 하는 것이니까요
.

임대료로 지불한 비용은 없어지는 돈이라는 주장에도 무리가 보입니다. 콘도 투자에
따른 기회비용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고 있으니까요
. 콘도를 사겠다면
몫돈을 집어 넣어야 합니다
. 무슨 말이냐 하면 콘도 대신 다른 곳에 투자를 했을 경우
얻을 수 있는 이득을 얻을 수 없다는 뜻입니다
.

물론 미국이나 한국 또는 중국에서의 부동산 투자 열풍을 경험한 분들에겐 소 귀에
경읽기 식인 지도 모릅니다. 미국만 하더라도 지난 2분기 미국 집값이 작년 동기에
비해
6.6% 올랐다는 뉴스가 나올 정도니까요. 한국에서도 하늘 높은 줄 모르는
집 값 때문에 정부가 골머리를 썩히고 있고요
.

하지만 그런 경험을 태국을 비롯한 동남아에다 그대로 접목시키는게 과연 현명한가
의문입니다. 베트남 호치민이나 캄보디아 프놈펜의 콘도 값이 미화로 1백만 달러를
호가한다는데 우리 한국인들끼리 서로 사고 팔다가 막차를 타면 어떡하나 걱정이
되기도 하네요
. 현지 사정을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한 상태라면 동남아 부동산 투자는
안 하는 것이 나을 것 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