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테크는 방법이 아닌 자세의 문제

태국 북부지방의 대표적 음식은 카오소이입니다. 코코넛 밀크에 카레를 풀어서 맛을
낸 버마 식 국수입니다. 치앙마이 사람들이 모이기만 하면 어느 집 카오소이가
맛있냐를 갖고 말싸움을 벌일 정도라고 합니다. 냉면 명가가 어느 집이냐를 갖고
우리나라 식도락가들이 논쟁을 벌이 듯 말입니다.

그래서 치앙마이에 가면 이 카오소이를 적어도 열번은 먹어 보자, 그것도 한 집이
아니라 입소문이 난 집 열군데를 찾아가자…이렇게 원대(?)한 꿈을 세우고 떠났습니다.
물론 세상 일이 모두 마음먹은 대로 이뤄지는 것은 아닙니다. 겨우 다섯군데 방문으로
저의 카오소이 탐험은 끝나고 말았습니다.

입맛에 맞지 않아서 중간에 그만 뒀던 것은 아닙니다. 함께 간 마나님께서 맛있는
음식이 쌔고 쌨는 데 맨날 카오소이 타령이냐고 호통을 치시는 바람에 그렇게 됐던
것입니다. 어쩌겠습니까? 나이가 들수록 마나님 말씀은 잘 들어야 된다고 했으니
아쉽지만 그만 둘 수 밖에요.

입맛은 사람에 따라 다른 것이라서 어느 집이 제일이라는 말은 사실 무리가 있습니다.
그러나 입맛에 제일 맞았던 식당이 어디냐는 것은 말해도 괜찮을 듯 싶네요. 바로
‘카오소이 쿤야이’라는 집이였습니다. 태국 말, 쿤야이는 할머니란 뜻이니까 할머니네
카오소이’집이라고 하면 감이 팍 오지 않습니까?

그런데 이 할머니는 장사를 아주 배짱으로 합니다. 아침 10시부터 오후 2시까지
딱 4시간만 장사를 합니다. 그러니까 이 할머니가 말아주는 국수 맛을 보고 싶다면
시간 조절을 아주 잘해야 합니다. 배짱 장사를 하는 식당은 이 할머니네 뿐이 아닙니다.
유명하다는 곳들은 물론 대부분 식당들이 아주 짧은 시간 동안만 문을 엽니다.

그러니까 배짱이라기 보다는 돈 버는 일에 그렇게 열심이 아니라는 뜻일 수도 있습니다.
일년 365일, 하루 12시간 가까이 영업을 하는 한국 식당들하고 비교가 됩니다.
일본 식당이나 베트남 식당들도 우리처럼 그렇게 오래 영업을 하지 않습니다.
점심 손님들이 뜸해지는 오후 2시쯤 문을 닫고 쉬다가 다섯 시 쯤 다시 문을 열기도 하고
여름이 되면 1주, 2주 휴가를 갑니다.

벌 수 있을 때 열심히 벌어야지 쉬엄쉬엄 하면 언제 돈을 버느냐고 나무라실 분들이
계실 듯 합니다. ‘개미와 베짱이’ 얘기도 있으니까 분명 맞는 말씀입니다.
그런데 왜 돈을 버는 것일까요? 그냥 벌기 위해서 버는 것은 아닐 거고 돈을 모아서
인생을 재미있게 살아 보려고 버는 것 아닐까요?

그런데 돈을 많이 벌어서 큰 집을 사고 좋은 가구들을 들여 놓고서도 잠잘 때만 잠깐
집에 들리는 분들을 종종 만납니다. 버는 데만 집중하느라 삶을 즐길 시간이나 여유가
없는 것이겠지요. 그런 분들이라면 돈을 버는 방법에는 꼭 노동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걸 알려 드리고 싶습니다.

종잣돈이 없어서 우선 그 돈부터 만들려면 땀 흘려 몸을 굴려야겠지만 그런 단계를
훨씬 지난 분이라면 재테크에도 신경을 써 보시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재테크라고
하니까 뭐 유별난 것 아니냐, 그러실 분들이 계실 것 같습니다만 사실 재테크란 게
별게 아닙니다. 돈이 돈을 벌 수 있게 해주고 벌어 놓은 돈이 축 나지 않도록 하면
됩니다

구체적으로 이렇게 하시면 됩니다. (1)돈이 자신을 위해서 일할 수 있게 해주고
(2)공짜가 없는 세상이니까 투자상품에 대한 장단점을 이해하고 (3) 높은 수익에는
높은 위험, 낮은 수익에는 낮은 위험이 따른다는 점을 이해하는게 그것입니다

그러니까 재테크는 자세의 문제지 어떤 특정 투자상품이나 금융상품들과 관련된
방법에 대한 문제가 아닙니다.물론 동남아나 일본 사람들이 쉬엄쉬엄 일하는 건
재테크를 잘해서라기 보다는 그네들의 생활습관 때문일 겁니다.
하지만 돈을 벌고 싶다는 욕구가 아무리 크더라도 돈이 돈을 벌어 주는 방법을 잘
이용한다면 과연 일년 365일 쉬지 않고 일 할 필요가 있을까, 그런 생각을 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