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계좌 돈을 연금보험으로 옮긴다고요?
며칠 전 고객 한 분으로부터 전화를 받았습니다. 보험 에이전트가 IRA에 있는 돈을
어뉴이티, 그러니까 연금보험으로 롤오버하라고 권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냐고요.
그동안 이 CPATalkTalk칼럼을 읽어 보신 분들이라면 아마 제 대답이 어떤 것이었는지
짐작하시기가 어렵지 않으셨을 듯 합니다.
권유하는 대로 IRA기금을 연금보험으로 옮겨 준다면 에이전트 입장에선 정말
시쳇말로 대박입니다. 연금보험 커미션이 높으면 6%라니까 쉽게 몇만불을 챙길 수
있을테니까요. 뭐 좋습니다. 고객에게도 이익이 되고 또 자신도 수입을 챙길 수 있다면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일인데 누가 뭐라 그러겠습니까? 문제는 이게 고객에게 이익이
될 가능성이 아주 낮다는 데 있습니다.
뭉떵거려서 그냥 쉽게 연금보험이라고 얘기하지만 이 상품에는 사실 두 개의 단계가
있습니다. 첫번째 단계는 돈을 모으는 그러니까 accumulation stage이고 두번째는
distribution stage 즉 분배를 받는 단계입니다. 롤오버를 권유했다는 것으로 미뤄 보면
이 분은 적립 단계가 아니라 분배 단계에 도달했거나 또는 아주 근접해 있거나 한
그런 단계에 있는 분이 틀림없습니다.
그렇다면 연금보험으로 IRA의 돈을 옮기는 것은 더더욱 주의해야 합니다.
왜냐고요? 그건 은퇴기금의 소유권을 보험회사로 옮기는 것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입니다. 그냥 보험회사에 내 돈을 맡겨둔 것 쯤으로 이해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천만에 말씀입니다. 이건 아주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에 조금 상세하게 설명을 드려야
할 것 같네요.
연금보험의 가장 큰 장점은 보험회사가 약속된 기간동안 가입자에게 돈을 나눠 준다는
점입니다. 경제 상황이나 증권시장에 어떤 나쁜 일이 일어나더라도. 그건 보험회사가
걱정할 일이지 가입자는 계약대로 꼬박꼬박 돈을 챙기기만 하면 됩니다.
얼마나 신나는 일입니까?
그런데 보험회사가 왜 이런 책임을 지겠다고 하는 건지 궁금하지 않으십니까? 물론
그렇게 책임을 진다는 약속을 해도 절대 손해를 보지 않는다는 확신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런 확신은 보험회사가 통이 커서 그런 것은 절대 아니고 확률적으로 절대
손해가 나지 않는다는 계산을 했기 때문입니다.
생명보험 아니면 연금보험 또는 사회보장연금이든 관계없이 장래에 가입자나
수혜자에게 일정한 돈을 주겠다고 약속을 할 때는 그냥 주먹구구 식으로 하지
않습니다. 반드시 ‘경험생명표 (Life Expectancy Table)’ 란 것을 바탕으로 계산해 보고
나서 금액을 책정합니다. 이 경영생명표를 바탕으로 오래 살 것 같으면 조금 주고
일찍 죽을 것 같다고 본다면 많이 줍니다. 그러니까 확률적으로 절대 손해를 볼 일이
없습니다.
그런데 이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닙니다. 모든 연금은 가입자가 사망하면 원금을
얼마나 맡겼는지에 관계없이 더 이상 돈을 지급하지 않는걸 원칙으로 합니다.
당연히 연금보험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떤 의미에선 소셜시큐리티 또한 그렇습니다
그러니까 법적으로 해석한다면 맡긴 돈에 대한 소유권은 사후엔 소멸해 버리고 만다,
그렇게 볼 수 있습니다
이런 사실을 가입자가 안다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요? 당연히 미쳤냐고 하면서 가입을
하지 않겠지요. 그래서 모든 연금상품들 중에는 사후에도 배우자가 일정금액을 받을
수 있다던지 아니면 상속인에게 남은 원금을 돌려 준다든지 해서 원금만큼은 돌려
준다는 상품들이 있긴 합니다. 하지만 그 원금을 바탕으로 자라난 수익에 대해선
돌려 준다는 얘기는 하지 않지요.
그래서 IRA 같은 은퇴기금을 연금보험으로 옮기는 아이디어는 추천하고 싶지 않습니다.
물론 사람에 따라선 널뛰기 하듯이 오르고 내리는 금융시장에 대한 불안감을 가질 수도
있습니다. 그런 분들이라면 여유자금 중 일부를 가지고 연금보험을 구입하는 건 나쁘지
않습니다. 그러나 은퇴기금의 전부를 연금보험에 몰빵하는 건 현명한 결정이 아니라는
의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