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화나 합법화와 세금
미국이란 나라라고 하면 우리는 한 나라처럼 생각합니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습니다. 법 체계가 다른 50개의 주와 특별자치구 한 개가 모인 합중국이 미국입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연방법과 주법이 다른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가장 좋은 예가 마리화나 문제입니다. 연방 법에선 마리화나 재배와 판매 그리고
사용하는 것은 불법입니다. 하지만 일부 주들에선 마리화나 그러니까 대마초를
소지하거나 판매하는게 불법이 아닙니다. 의료용 목적으로만 사용하도록 제한을 둔
주들도 있지만 콜로라도를 비롯한 서부지역의 6개주 그리고 메인과 메서추세츠에서는
그런 제한조차 없습니다.
그러니까 마리화나가 합법화된 주에선 마리화나 비즈니스를 하는데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물론 주법에서 규정한 조건들을 갖춰야 하고 사업면허를 받아야 합니다.
하지만 마리화나 사업자라고 해서 유별나게 취급되지는 않을까 걱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런데 글을 더 써나가기 전에 미리 한 말씀을 드려야겠습니다. 이 글의 목적은
마리화나 사용이 옳으냐 그르냐를 가르자는데 있지 않습니다. 마리화나 재배자나
판매자의 경우 이같이 연방법과 주법 사이에 충돌이 있을 때 세금 문제가 어떻게
되느냐를 짚어 보는게 목적일 뿐이니까 오해 없으시길 바랍니다.
미국은 세법에 비과세라고 명확하게 규정되어 있지 않다면 모두 과세대상이 된다는
포괄주의 세법을 따르는 나라입니다. 이 원칙에 따라 불법 행위로 얻은 소득에 대해서도
세금을 내야 합니다. 알 카포네라고 하는 1930년대의 전설적인 갱단 두목이 징역을
살게 된 것도 바로 이 원칙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마리화나 사업자도 당연히 연방 소득세를 납부해야 합니다. 여기까지는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으니까 마리화나 사업자도 소득세를 계산하기 위해 회계사를
찾아 갑니다. 그런데 회계사가 이상한 소리를 합니다. 일반 관리비용 그러니까 렌트비,
광고비 또는 직원 봉급 등등에 대해서는 비용 처리를 할 수 없다고 말입니다.
소득을 발생시키기 위해 사용된 통상적이고 필요한 (ordinary and necessary) 비용은
공제를 받을 수 있다는데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를 하나 울화가 치밀 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그건 회계사의 무지 때문이 아닙니다. 마리화나를 규제물질
(controlled substance)로 규정한 연방세법 280E 조항 때문입니다.
이 조항에 따르면 규제물질 거래로 인해 소득이 생겼을 경우 관련 비용들을 공제할 수
없고 또 어떤 텍스 크레딧도 받을 수 없습니다. 유일하게 인정해 주는 비용은 원가비용
(cost of goods) 뿐입니다. 이렇게 비용 공제에 제한을 받으니까 마리화나 사업자는
사업소득의 70%를 세금으로 내야 한다는 조사도 나와 있습니다. 법인 최고소득세율이
현재 35%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세금폭탄이 어마어마 하다는 얘기입니다.
마리화나 사업자들의 골머리는 이것 만으로 끝난게 아닙니다. 마리화나 거래는 연방법
상 불법이기 때문에 은행계좌를 개설할 수 없다는 것도 큰 문제입니다. 모든 거래를
현찰로 해야 한다는 부담을 지게 되니까 비용 지출을 증명하는데 큰 어려움을 겪을 수
밖에 없습니다. 은행계좌가 없으니까 페이롤 텍스나 기타 세금을 납부할 때 e-filing을 할
수가 없는 것도 고민거리입니다. e-filing을 안하면 IRS에서 페널티 를 매기겠다고
달려들 테니까요.
도덕적인 판단은 접어둔다 해도 연방정부가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는 한 마리화나
사업을 한다는 건 이처럼 만만치 않습니다. 여러가지 골치 아픈 문제들과 맞닥뜨릴
가능성이 크니까요. 마리화나 시장의 잠재력이 무궁하고 또 판매 마진이 크다는 점만
보고 무작정 뛰어드는 것은 삼가는게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