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에는 2

새해를 맞으며 지난 연말에 느낀 흐믓한 장면이 떠오른다. 성탄절이 되면 기독교인이든 아니든 많은 사람들이 크리스 마스 예배에 참석한다. 이 때는 교회가 평소보다 훨씬 많은 예배객들로 붐빈다. 얼굴이 익숙한 어르신들 옆에 다소곳이 앉아있는 자녀들의 모습은 그림처럼 참 행복해 보인다. 타지에서 부모님을 뵈러 온 이들의 얼굴에는 어린 시절 학생적에 본 옛 모습이 조금은 남아있어 더욱 친근감이 든다. 유치원생쯤이나 되는 아이들을 들쳐없거나 안고 불편하지만 행복한 얼굴로 삼대가 같이 예배를 드린다. 대견한 마음을 감추지 못하시며, 연신 손자, 손녀의 응석을 받으시느라 예배에 집중하시기 힘든 할머님에게 예수님께서 뭐 그리 언짢으신 반응을 하실 것 같지는 않다. 오히려, “아이구 그래 수고했다. 내가 선물로 준 아이들을 정말 잘 키웠고, 네 자식들에게 또 선물로 준 자녀들과 함께 기쁜 마음으로 내게 예배를 드리니 정말 고맙구나”하시며, 이게 내가 제일 기뻐하는 생일 잔치상이라고 기쁨을 못 이기시는 예수님의 행복하신 눈길을 느끼는 듯하다.

이런 행복한 광경들을 뒤로 하고 이제 새해를 맞았다. 올 2017년에는 우리 모두가 서로 사랑하는 한 해이기를 기도한다. 사람의 능력으로는 타인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일이 가능하지 않음을 나이가 들수록 느낀다. 하지만, 가능한한 새해에는 주위의 사람들, 특히 아내와 남편, 자녀와 부모님, 형제와 자매, 나아가 이웃과 땅끝의 사람들까지도 배려하고 인정하며 칭찬해 주는 그런 해가 되기를 기도한다.

특히, 우리 자녀들, 공부하느라, 과외활동하느라, 꿈같은 젊은 시절을 팍팍하게 살아 가는 우리 아이들을 위해 우리 어른들이 더욱 더 신경 써주고 부담을 덜어 주려 노력해야 할 것이다. 테니스 코트에서 학원으로, 바이얼린 교습소에서 봉사활동을 하는 아동 병원으로 라이드 주시는 틈틈이 사랑을 나누어 보자. 성적이 좀 떨어져도, 경기에서 신통찮은 결과를 냈더라도 따뜻하게 어깨를 다독이며 더 환하게 웃어 주자. 몇몇 명문 대학의 이름을 되뇌이며, 아이들을 코너로 몰기보다는, 이름보다는 자신에게 최적의 학교가 어떤 대학인지 찾아보라고 권해 보는 것은 어떻겠는가? 우리가 하나님의 말씀, “수고하고 무거운 짐진 자들아, 다 내게로 오라. 내가 너희를 쉬게하리라”하신 말씀으로 위안을 얻은 것을 기억하며, 우리 아이들의 어깨를 짓 누르는 짐을 덜어 줄 일들을 찾아 실천하는 한 해가 되도록 노력하자. 아무리 조그마한 격려와 칭찬이더라도 일단 해보시라. 그것은 아이들에게 삼십배, 백배의 효과로 배가 될터이고, 언젠가는 아이들이 돌아와 “고마워요, 엄마, 아빠”하며 따스하게 손을 잡아줄 날이 올 것이니 말이다.

이와함께, 올해의 삶속에서는 ‘카르페 디엠 (Carpe Diem)’의 의미를 실천하며 살았으면 하는 바램이다. 생소할 수도 있는 이 라틴 어구를 잠시 소개한다. 그리스의 시인 호라시우스의 원문에 따른 전통적인 해석은 내일 (미래)은 확실한 것이 아니기에 오늘 주어진 시간을 충실히 활용하라는 것, 즉 “Seize the Day”이다. 우리 인간들은 시체가 되어 구더기에게 뜯기울 날로 한걸음 한걸음 다가가는 인생이기에 생명이 주어진 오늘을 잘 활용하고 즐기라는 말이다. 하지만, 똑같은 이 말은 보다 젊은 세대들에게 조금은 다른 의미로 해석된다. 즉, 젊은 세대들에게 이 말은 현재에 충실하고 그것을 즐기라는 의미는 빌려 쓰지만, 전통적인 관점에서 볼 때는 상당히 부정적인 의미까지도 함축한다. 즉, 오늘만이 중요하니 미래에 대한 대비나 걱정없이 무분별하게라도 이 순간을 즐기라는 말로 받아 들여진다. 이들이 쓰는 의미는 YOLO (You Only Live Once)라는 말로 잘 대변되는데, 젊은이들의 티셔츠나 각종 장신구들에 빈번하게 사용되는 약자이다. 이 말은 캐나다인 래퍼인 드래이크의 2011년 앨범 “The Motto”에 사용되어 유명해졌고 이 의미로 쓰인 최악의 경우는 래퍼인 어윈 매키니스가 음주 운전 사고로 죽기 직전에 트윗한 내용 “취한 채 시속 120마일의 차로 코너를 돈다. 어차피 한 번 사는 인생은 오늘을 즐기는 것인걸…”

우리의 삶 속에서 현재의 중요성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하지만 그것이 과거에 대한 반성이나 미래에 대한 대비의 개념없이 그저 현재를 있는 그대로의 상태에서 즐기는 것이라면, 이러한 태도는 곧 다가올 미래에 대한 불합리한 부정에서 오는 자포자기와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다. 이에 대해 YOLO를 주창하는 젊은이들은 뭐라고 말할까?

시간 날 때마다 컴퓨터 게임에 몰입하며 지금 이 시간을 즐기는 아이들, 잠시도 휴대폰을 떠나서는 작금의 인생이 재미없는 아이들, 그저 지금은 잠을 잘 수 있도록 깨우지 말고 그대로 두기를 원하는 아이들에게 “그래 카르페 디엠, 한번인 짧은 인생, 네가 하고 싶은대로 즐기며 살아라”고 좋은 얼굴로 격려를 하는 것이 옳을까? 아니면, 현재를 충실히 살 어떤 목적이 없는 아이들에게 무언가 삶이 재미있지만 의미도 있게 살만한 것들로 가득찬 장소임를 깨우쳐 주는 것은 어떨까. 올 해는 YOLO셔츠를 입은 아이들에게 랩 풍으로 손을 아래로 흔들어 보이시며, “Yo Lo(w)!! [여보게 젊은이, 자넨 수준이 낮아] 하지만 우리 주님은 자네처럼 낮은 곳으로 임하시는 분이라네”하며 해맑은 웃음을 보여주며 격려하는 것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