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체자, 세금보고 해야 하나

잘 아시다시피 미국 소득세법은 미국 거주기간이 일정일 이상이 넘으면 ‘거주인’으로 취급합니다.
서류미비자 (undocumented worker)이든 불체자이든 미국 체류 신분과는 관계가 없습니다.
소위 말하는 ‘183일 테스트’에 부합하는 사람이라면 세법 상으로는 모두 ‘거주인’이란 것이지요.

이렇게 ‘거주인’으로 간주되면 미국 내에서 발생한 소득은 물론 해외에서 번 소득도 과세소득으로
신고해야 할 의무를 지닙니다. 이민법 상으로는 서류미비자 또는 불체자 신분이지만 세법 상으로는
거주인이다, 이렇게 되니까 혼란이 생깁니다. 그러니까 어떻게 세금 보고를 해야 할 지 감이 잡히지
않습니다.

세금 보고를 하려면 사회보장번호, 즉 소셜시큐리티 번호가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이것도 내주지
않으면서 보고를 해야 한다고 으름짱을 놓고 있으니까 말입니다. 물론 먼 옛날 호랑이 담배피던
시절에는 신청만 하면 누구나 이 소셜번호를 다 받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어림도 없는 일입니다.

합법적으로 체류하고 있다는 증명과 함께 미국에서 일을 해도 좋다는 당국의 허가, 즉 워크퍼밋을
제시해야만 발급이 됩니다. 그러니까 합법적 체류 신분이라 하더라도 워크퍼밋이 없다면 소셜번호를
받는 것은 원칙적으로 막혀 있다, 이렇게 생각하는게 좋습니다.

IRS에서도 물론 이런 딜레마를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대안으로 제시한 것이ITIN
(Individual Taxpayer Identification Number), 즉 개인납세자번호입니다. 소셜번호가 없다면 우리가
ITIN을 발급해 줄테니 그것을 받아서 보고하라는 것이지요.

그래서 신분만 확인이 된다면 IRS는 ITIN을 군말없이 내줍니다. 다만 신분을 확인하기 위한 서류들
예컨대 여권, 운전 면허증, 출생증명서, 영사관 신분증, 또는 이민국 서류 등을 ITIN 신청서류인 W-7과
함께 제출해야 합니다.

ITIN과 관련해서 몇가지 덧붙이고 싶은게 있습니다. 우선ITIN은 소셜번호처럼 신분증으로 사용할 수는
없고 세금보고를 할 때만 유용한 번호라는 점입니다. 그리고 2013년 이전에 ITIN을 발급받았다면 갱신
신청을 해야 합니다. 또 최소한 3년에 한번 세금보고를 하지 않으면 ITIN이 취소된다는 것도 기억해 둬야
할 내용입니다.

그런데 이렇게ITIN을 받아서 세금보고를 하기 시작하면 체류신분이 노출되지는 않을까 걱정이 생기기도
합니다. 만에 하나 IRS가 이민국과 정보교환을 할 가능성도 있으니까 말입니다. 하지만 납세자의 개인
정보를 누설하는 것은 법으로 금지되어 있습니다. 정당한 절차를 강조하는 미국이니까 아무리 IRS라고
해도 그렇게는 할 수 없습니다.

다만 이민국의 추방리스트에 올라있는 사람들이라면 사정이 다를 수 있습니다. 이민법원에서 이미
추방판결을 받았거나 아니면 범죄행위로 사법당국의 명단에 올라간 사람들이기 때문에 이민국이 IRS를
상대로 관련정보를 요청하는게 법적으로 허용될 수 있으니까요.

워크퍼밋없이 일을 하고 있다면 이미 그건 이민법을 위반한 상태입니다. 하지만 소득이 생겼는데도
그 사실을 보고하지 않고 또 세금을 내지 않는 면세법까지 위반하는 결과를 빚고 맙니다.
법을 위반하는 행위가 하나에서 둘로 늘어 난다는 결론이지요. 그래서 이민국 단속의 대상이 아닌
서류미비자 또는 불체자들이지만 소득이 생겼다면 ITIN을 발급받아서 정식으로 세금보고를 하는게
좋겠다, 이렇게 조언을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