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보험 선물

크리스마스 시즌입니다. 나눔의 시즌답게 모두들 카드나 선물을 주고 받으면서
흥겨운 분위기입니다. 그런데 그 틈을 비집고 자녀나 손자들에게 생명보험을
선물하라는 보험회사들의 마케팅도 요란스럽네요. 해마다 이맘 때면 등장하더니
올해도 역시 빠지지 않고 나타났습니다.
보험이 왜 선물로 좋은지 권유하는 레파토리도 변하지 않았습니다.

갓 태어난 손자가 대학교에 들어갈 때 학자금으로 쓸 수 있으니 그리고 보험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가르쳐 줄 수 있으니 이 아니 좋은 일이냐고 목청을 돋구고
있습니다. 그런데 정말 그럴까요? 이런 식으로 권유되는 보험은 예외없이 모두
종신 생명보험 또는 저축성 생명보험, 그러니까 유니버셜이나 변액보험 같은
것들입니다. 보험도 되고 투자도 된다는 그런 보험들인데 왜 문제냐고 하시는
분들도 계실 것 같습니다.
그건 이런 보험들은 가격대비 투자 효과가 그렇게 뛰어나지 않기 때문입니다.
보험료로 납부한 돈이 전액투자가 된다면 모르겠는데 실제로는 그렇게 되지 않고
있으니까요. 이런 보험들도 보험이니까 우선 보험료가 빠져 나갑니다.
그 다음 에이전트들의 커미션, 회사의 관리비 등등이 제해 지고 남은 돈이 있다면
투자가 됩니다.
그러니까 실제로 투자가 되는 금액은 초기 단계에서는 아주 적을 수 밖에 없습니다.
회사에 따라 다르기는 하지만 첫해 보험료의 100프로 안팎이 수수료가 빠진다는
얘기도 있습니다. 결국 투자되는 돈은 없거나 아주 적다는 얘기이지요.
돈을 맡긴 날부터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그런 투자수단과 비교한다면 출발 자체가
늦어지는 셈입니다. 출발이 늦어졌으니까 목표에 도달하는 것도 덩달아 늦어지게
됩니다. 그래서 이런 보험들의 중도 해약자들의 가장 큰 불평은 찾는 돈이 생각보다
적다는 것입니다. 여러가지 명목으로 보험료에서 돈이 빠지고 난 다음에 투자가
되었으니 쌓인 캐쉬벨류가 얼마되지 않으니까요. 이건 비단 미국에서만 목격할 수
있는 일은 아닙니다.

한국의 한 경제지가 보도에 따르면 변액보험에 가입해 매달 꾸준히 보험료를 내더라도
원금 이상을 돌려 받으려면 8년에서 길게는 13년 이상 걸린다고 합니다. 미국이나
서구 보험회사들을 모방해서 보험상품을 만들었으니 그럴 수 밖에 없겠지요.
학자금 마련을 위한 좋은 수단이라는 주장에도 의문이 생깁니다. 학자금으로 쓰려면
보험을 해약한 후 그동안 적립된 캐쉬벨류를 꺼내거나 아니면 캐쉬벨류를 담보로
보험회사에서 돈을 빌려야 합니다. 적어도 미국에선 보험상품의 구조가 그렇게
짜여져 있습니다. 그런데 해약이라는 방법을 선택해서 캐쉬벨류를 찾아 쓴다면 세금을
내야 합니다. 캐쉬벨류 인출은 자본양도 소득으로 취급되지 않습니다.
일반 투자를 했다면 일반 세율보다 낮은 세율을 내고 끝낼 수 있는데 그렇지 못하고
아주 높은 세금을 내야 하는 상황에 빠질 수도 있는 것이지요.
게다가 529 플랜을 이용하면 세금 걱정없이 학자금 준비가 가능한데 왜 생명보험을
이용하라는 것일까요?

물론 그렇다고 해서 생명보험이 필요없다는 것은 아닙니다. 분명히 가치가 있습니다.
불의의 변을 당해서 남은 가족들이 경제적 고통에 시달리게 하지 않으려면 생명보험은
꼭 필요합니다. 그리고 재산이 많은 분들이라면 보험 계좌 안에서 증식되는 캐쉬벨류에
대해선 과세연기혜택이 주어지니까 검토해 볼 만 합니다.

그리고 돈이 생기는 대로 모두 소비해 버리는 경향이 많다면 저축성 보험을 통한
투자도 좋은 방법일 수 있습니다. 제때 보험료를 내지 않으면 보험이 해약되니까
강제적으로나마 투자를 하게 되는 결과가 나오니까요.

그러나 그건 차선책일 뿐이지 최선의 선택이라고 볼 수는 없을 것 같네요.
보험은 보험, 투자는 투자… 이렇게 접근하는 것이 훨씬 현명하고 효과적일 듯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