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 고’ 걱정된다

재벌들이 빵집 사업, 떡볶이 사업까지 진출해 동네 상권을 넘본다는 한국 발 뉴스를 접했던 것이
불과 몇년 전 일입니다.
그리고 재벌들의 그런 문어발 확장을 비난하는 여론이 높았던 것도 기억합니다.
그런데 비슷한 일이 미국, 그것도 시애틀에서 시작된다고 하네요.
아마존닷컴의 편의점 사업, ‘아마존 고’ 계획 말입니다.

 

‘아마존 고’는 온라인 식료품 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하겠다는 아마존닷컴의 의지가
집약된 것처럼 보입니다.  
보도에 따르면 체크아웃 과정없이 장을 보고 자동 결제할 수 있는 시스템이라고 하네요.
물론 그렇게 하기 위해선 스마트폰에 앱을 깔아야 한다고 합니다.

 

소비자 지출 중 식료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20%에 이르지만 온라인 구입은 2%에 불과하다니까
성장 가능성은 무궁무진할 것 같습니다.
그 뿐 아닙니다. ‘드라이브인’(drive-in) 시설도 갖출 계획이라고 하니 주문한 물건들을 차에
바로 싣는 것도 가능합니다.
젊은 층의 구미를 돋굴 만 합니다. 그러나 제가 보기엔 별로 반가운 소식이 아닙니다.

 

이윤 극대화는 기업 존재의 목적이라고 경영학자들은 주장합니다.
소비자가 필요로 하는 재화와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좋은 마케팅이란 것도
역시 그들의 주장입니다.
그러니까 자본의 여력이 많은 기업이 아직까지 누구도 만족시켜 주지 못하고 있는
소비자의 욕구를 찾아내 이익을 더 많이 내려고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봅니다.

 

하지만 경제 세계의 플레이어는 기업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소비자도 있고 또 정부도 있습니다. 적어도 경제학에선 이렇게 셋이라고 얘기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기업 쪽 시각으로만 세상을 바라보는 건 옳지 않다는 질문도
충분히 근거가 있습니다.  

 

기업의 존재 이유는 이윤 극대화에 있다는 경영학 이론을 그대로 받아 들이면
이런 상상도 해 볼 수 있습니다. 소득이라고 하는 파이를 더 많이 차지하려고 기업이
다른 주체, 정부 쪽 몫은 감히 넘겨 볼 수 없으니까 특히 가계 쪽 몫을 넘 본다는 상상 말입니다.
파이를 더 크게 만드는 것 보다는 빼앗는게 오히려 쉬울 때가 더 많기도 하니까요.

 

파이를 크게 만들 수 있다 해도 그것이 꼭 전체의 이익이라는 보장도 없습니다.
파이를 키우기 위해 사용한 사회적 비용이 파이의 사이즈가 늘어난 것 보다
훨씬 더 클 때가 많으니까요. 가장 흔하게 드는 사례는 환경 파괴와 오염의 문제들입니다.

 

그래서 요즘에는 경영학에서도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합니다.
경제 사회의 일원으로서 모든 이해 관계자의 기대와 가치 기준에 맞춰 기업도 행동해야 한다는 것이지요.  
하지만 ‘아마존 고’는 그런 의무를 망각한 비즈니스 모델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왜 그런 생각이 들었는가 하면 그건 세가지 이유 때문입니다.
체크아웃이 필요없는 시스템이니까 제일 먼저  그로서리 캐셔들의 대량 실직 사태가 우려됩니다.

두번째로는 자본과 기술력이 뒤질 수 밖에 없는  소규모 편의점 업소들의 집단 폐사 가능성이 걱정됩니다.
마지막 이유는 조금 더 심각한 문제 때문입니다.

개인 정보를 기업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는 도어가 활짝 열리게 될 가능성이 무서워서입니다.

‘아마존 고’를 이용하려면 이미 말씀드린 대로 스마트폰에 필요한 앱을 깔고 개인 정보를
모두 노출시켜야만 합니다.
그렇지 않아도 개인정보 유출 때문에 골머리를 썪고 있는 시대인데 이윤 극대화가 목표인
일개 기업에게 자신의 정보를 다 내준다?… 상상 만해도 끔찍합니다.

그런 면에서 ‘아마존 고’ 프로젝트는 한국 재벌들이 동네 구멍가게들을 밀어 내려고 벌인 행위보다
더 심각한 행위입니다. 저는 ‘아마존 고’를 이용할 생각이 조금도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