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무조사

권력 업고 세무조사 위협을 했다니

무속인과 비선 조직에 의존해서 대통령이 나라를 꾸려 나갔다고 해서 요란법석합니다.
사극 드라마에서나 있었던 그런 얘기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으니 바를 모르겠습니다.
게다가 외신들마저도 샤머니즘 한국이라고 집중 보도를 하고 있으니 얼굴마저 화끈거립니다.

그런데 중에서도 특히 눈길을 소식이 하나 섞여 있었습니다.
국정농단 주인공의 주위 사람 하나가 어떤 업체에게 세무조사 협박을 했다는 기사입니다.
협박을 받은 회사는 포스코 계열의 광고회사를 인수한 바가 있다는데 아마 지분이
탐이 났던 모양입니다. 그래서 지분을 매각해라, 아니면 회사는 물론 광고주까지 세무조사를
받게 하겠다고 했다는군요.

이렇게 호가호위(狐假虎威) 하는게 미국에서라면 가능할까요? 다들 짐작하시겠지만
그런 일이 일어 가능성은 거의 전무입니다. 행정부, 의회 그리고 법원 간의 견제와
균형이 절묘하게 이루어지고 있는데다가 언론들이 구실을 하고 있고 절차도
정당해야 한다는 원칙이 존중되는 사회가 미국이니까요.

미국 조세제도의 특징 하나는 납세자가 자신의 소득을 스스로 보고한다는데 있습니다.
IRS
나서서 당신은 뉴욕 한복판에서 금은방을 하니까 이만큼한 수입은 있을 것이다,
이렇게 주장하는 일은 없습니다. 특별히 이상한 점이 발견되지 않는 납세자가 신고한
소득세 보고서를 그대로 수용할 뿐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IRS 손을 놓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사후 감독을 않는다면 탈세를 일삼는
불량 납세자들을 적발해 없을테니까요. 그래서 다른 나라 세무서들처럼 IRS
세무조사권을 종종 발동합니다. 하지만 누구를 골탕 먹이기 위해서 세무조사를 시작하는
일은 없고 세무조사를 받는 납세자들의 비율도 아주 미미합니다. 1% 안되는 납세자들만이
세무조사를 받는다고 해서 일부에선 오히려 걱정을 정도입니다.

IRS 납세자들을 세무조사 대상으로 추출하는 방법도 자의적이지 않습니다. IRS 이용하는
컴퓨터 프로그램은 장막에 쌓여 있긴 하지만 그건 불량 납세자들이 악용할 가능성을 막기
위해서입니다. 프로그램을 사용해서 IRS DIF 점수를 매긴 탈세 가능성이 높다고
간주된 납세자들을 상대로 조사에 나설 뿐입니다.

그리고 우리나라에선 세무조사라고 하면 서슬 푸른 세무서 직원들이 조사 대상이
납세자들의 사업장으로 쳐들어가서 컴퓨터 파일을 조사하고 서류들을 마구 뒤지는 것을
연상합니다. 하지만 미국에서의 세무조사는 아주 신사적(?)으로 이뤄집니다.
서면조사 (correspondence audit), 그러니까 보충 서류들을 보내주면 해결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세무자료를 들고 IRS 사무실을 방문해서 받는 조사 (office audit) 서면조사보다는
강도가 높지만 빈도 수도 낮고 대부분 하루 만에 끝납니다. 조사 강도가 가장 높은
현장조사(field audit) 조사관이 납세자의 집이나 사업장으로 가서 조사하는 방법인데
대부분 납세자의 경우는 이런 조사를 받을 확률이 아주 낮습니다.

물론 어떤 근거도 없이 무작위로 세무조사의 대상이 되는 경우가 있기는 합니다.
TCMP(Taxpayer Compliance Measurement Program)
라는 프로그램에 의해서 진행되는
세무조사가 바로 그것입니다. 하지만 프로그램의 목적은 납세자의 탈세를 적발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DIF 프로그램을 업데이트 하는데 필요한 자료들을 축적하기
위한 것입니다. 결코 납세자들에게 겁을 주려고 하는 조사는 아니란 것이지요.

세무조사라면 납세자들이 국민의 의무 하나인 납세의무를 제대로 지키고 있는가를
세무당국이 조사하는 행위입니다. 결코 정치적 목적이나 어떤 다른 이유로 휘둘러서는
안되는 그런 권한입니다. 권력자 또는 권력자를 등에 업은 일부 협잡꾼들의
배를 불리우기 위한 수단으로 공권력이 쓰여지고 있다면 나라의 기강이 똑바로
리가 없습니다. 일개 개인이 기업들을 상대로 세무조사 위협을 했다는
문제도 철저하게 밝혀져야 한다는게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