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쇼크는 없다고 선언한 주식시장

배럴 100달러를 오르내리던 유가가 급전직하, 30-40달러 선으로 거래된다고 세상이 떠들썩합니다.
하지만 70년대와 80년대의 오일쇼크 사태를 겪었던 입장에서는 이게 문제라는 건지 쉽게 이해가 되지를 않습니다. 기름 값이 치솟으면 원가 부담이 늘어나니까 당연히 나쁘겠지만 값이 떨어지면 원가부담이 덜어지니까 경제에 좋은 아닌가이런 생각이 머릿 속에서 떠나지 않으니까요.

유가가 하락하면 산유국들의 경제가 위축되고 이렇게 되면 석유 수입국가들이라 하더라도 성장동력이 떨어져서 디플레이션 현상을 겪게 때문이라는데 암만 생각해도 요령부득입니다. 그래서 오일쇼크라는 말을 사람들이 썼을까 하고 관점을 약간 바꿔 생각해 봤습니다.

쇼크란 예상을 뒤엎고 어떤 사건이 갑자기 벌어졌을 흔히 쓰는 입니다. 누구나 충분히 예상했다면 쇼크란 말은 사용하지 않지요. 그러니까 유가 변동이 문제가 것은 변동 자체 보다는 변동 폭이 극단적일 정도로 너무 컸기 때문일 겁니다. 하도 급격하게 오르고 내리니까 판단할 수도 없고 결정을 내릴 없는 그런 난처한 상황이니까 쇼크라는 말로 속마음을 드러냈던 것이겠지요.

투표가 아직 끝나지 않았는 데도 주식시장은 이미 힐러리를 승자로 인정했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는 이유도 비슷한 맥락에서 있습니다. 그건 대선 쇼크는 없다고 주식시장이 판단했다는 뜻입니다. 물론 주식시장의 이런 판단이 옳은지 아니면 그른지는 아직 모릅니다. 9 새벽이나 되서야 있겠지요.

하지만 한가지는 분명합니다. 시장은 주어진 정보, 트럼프와 힐러리가 발표한 정책들과 그들의 언행을 바탕으로 가장 합리적인 선택을 했을 것이라는 사실입니다. 여기서 선택을 합리적으로 한다는 것은 외부 자극에 대한 기계적으로 반응하는 대신 주어진 대안들을 비교, 검토해서 결정한다는 뜻입니다.

시장 참여자들은 합리적 선택을 한다이것은 경제학의 대전제 하나이니까요. 물론 어떤 선택이나 결정이 미래에 확실히 최선의 결과를 가져다 줄 지는 아무도 자신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가능한 한 모두 대안들을 찾아내서 그것들을 비교 검토한 뒤에 가장 유망한 대안으로 압축해서 변화에 대비해야 합니다.

하지만 급변하는 상황 속에서는 합리적 선택을 한다는 것은 매우 어렵습니다. 아니 변화에 대응하는 조차 버거울 때가 대부분입니다. 그래서 합리적 선택을 하기 어렵게 하는 또는 불가능하게 만드는 상황과 맞닥뜨리지 않기를 바라는게 사람 마음입니다.

트럼프 대통령 시나리오에 주식시장이 부정적 반응을 보인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그가 대통령이 된다면 미국 뿐만 아니라 전세계 경제에 네거티브란 점은 누구도 부정하지 않으니까요. 럭비공처럼 어디로 아무도 모르는데다가 그가 주장하는 반이민, 보호 무역정책 등의 파급 효과를 점치기가 대단히 어렵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대선 전날과 대선 당일 연속해서 주가가 오른 것은 주식시장이 힐러리를 좋아하거나 아니면 트럼프를 싫어하기 때문에서가 아닙니다. 힐러리는 현상유지, 트럼프는 급변과 혼란을 의미한다고 봤기 때문입니다. 결국 트럼프가 당선이 되었고 아마도 주식시장은 쇼크를 받을게 틀림없습니다. 좁게는 주식시장, 넓게는 경제 모두 체질적으로 불확실성을 싫어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