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쉬 플로우와 소득

사업 세무상담을 하다보면 가끔 받는 질문이 있습니다. 올해 과세소득이 이만큼이라고 하는데 어째서 통장에는 돈이 없느냐는 질문이 바로 그것입니다. 돈을 벌었다면 그럼 그만큼 돈이 있어야 하는 하면서 당신, 혹시 계산 잘못한 아냐 눈길을 보내는 분들도 계십니다.

이런 질문이 나오는 까닭에는 몇가지가 있겠지만 우선 소득과 캐시 플로우를 혼동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캐쉬 플로우는 현금의 흐름, 현금 유입과 현금 지출만을 봅니다. 반면에 소득은 경제 활동으로 얼마의 이득을 봤는지를 재는 척도입니다. 그러니까 서로 아무 관계가 없습니다.

소득 계산하는 방법이 회계원칙에 따라 달라지는 것도 이런 오해를 불러 일으키는 이유 하나입니다. 현금의 출납 여부에 따라 수입과 비용을 잡은 다음에 소득을 계산하는 현금주의( cash basis)’ 회계원칙이라면 수중에 남은 돈을 계산하기가 비교적 쉽습니다.

단순하게 정리한다면 현금주의원칙은 캐쉬 플로우만 갖고 소득을 계산하는 방법이라고도 있습니다. 하지만 소득이 정확하게 계산되지 못한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고객에게 외상을 주거나 또는 외상으로 물건을 샀다면 원칙을 사용할 경우 이런 내용들은 반영되지 못하니까요.

그리고 현금으로 장비같은 고정자산 등을 구입헀다면 이건 어떻게 처리해야 할까요? 구입한 해의 비용으로 처리하는게 맞을까요 아니면 고정자산의 유효기간을 따져서 해마다 일정비율 만큼만 비용으로 잡는게 옳을까요. 현금주의원칙 이나 캐쉬 플로우 분석이 갖고 있는 가장 문제점입니다.

그래서 서비스업 일부 특수업종을 제외한 대부분의 업체는 소득을 계산할 발생주의 (accrual basis)’ 원칙을 사용합니다. 무슨 말인고 하니 수익과 비용을 잡을 현금을 주고받은 시점은 무시하고 재무상태를 변동시킨 거래나 사건이 발생한시점에서 잡으라는 얘기입니다. 수입은 수입이 생겼을 비용은 비용이 발생했을 수입과 비용으로 잡는 것이지요.

이렇게 하면 외상 매출도 매상으로 잡히고 외상 구입도 비용으로 장부에 잡힙니다. 인벤토리를 구입했다 하더라도 구입 인벤토리 전액을 비용 처리하는 대신 연말 재고를 빼고 계산합니다. 사업체의 실제 현황과 소득이 매치가 되는 것이지요.

하지만 발생주의원칙이라고 해서 완벽한 것은 아닙니다. 소득과 캐쉬 플로우에 괴리가 생기니까 당장 위에서 말씀드린 그런 질문들이 쏟아집니다. 그래서 사업체를 제대로 평가하려면 캐쉬플로우만 봐서도 안되고 소득만 봐서도 안됩니다. 봐야 합니다.

소득이 많이 잡히는 것은 사업주가 사업체의 자금을 개인 용도로 많이 사용했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주택 융자 상환금도 회사 통장에서 지불하고 자동차 월부금이며 자녀들 학원비도 회사 돈으로 합니다. 친구들과 저녁 약속이라도 잡히면 가게 금전출납기에서 현금을 꺼내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런 지출들은 사업경비로 인정받을 있는 그런 종류의 지출이 아닙니다.

현금주의이든 발생주의 간에 관계없이 이런 개인적 지출들은 소득을 계산할 빼야 맞습니다. 어쨌든 소득세 신고서에 잡힌 소득이 생각했던 금액보다 많이 나온 것은 회계사의 계산 실수는 아닐 입니다. 캐쉬 플로우와 소득의 차이 아니면 회계 원칙의 차이점을 구별하지 못해서 나온 결과일 가능성이 큽니다. 아니면 개인적 지출이 너무 많아서 그랬을 수도 있습니다. 소득이 많이 나왔다는데 은행 계좌에는 돈이 없지? …하는 의문을 가지셨다면 이런 점들을 짚어 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