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물과 선물

‘김영란 법’ 때문에 한국 사회가 꽤나 뒤숭숭한 모양입니다. 특히 논란이 되고 있는 부분은 이 법의 적용 대상에 언론인이나 사학 교원들과 같은 비공직자들이 포함됐고 또 접대비 상한선이 비현실적이라는 내용이라고 합니다. 언론인이나 교원들까지 포함시킨 것에 대한 불평은 이해되는 부분도 있긴 하지만 허용되는 접대비 금액이 너무 적다는 불평은 이해하기가 좀 힘드네요.

제일 맛있는 술은 공술이고 제일 맛나는 밥은 공짜밥이라는 우숫개 소리가 있습니다. 돈 싫다는 사람 없고 대접받는 걸 마다는 사람은 드물다는 얘기겠지요. 그런데 이 세상에 진짜 ‘공짜’가 있습니까? 과한 대접이나 선물(?)을 받게 되면 아무래도 그런 대접을 해 준 사람에게 신경을 조금 더 써야 합니다. 그게 공술이나 공짜밥을 얻어 먹은 댓가입니다. 친한 사람들 한테서선물을 받아도 뭔가 보답해야 되는 거 아닌지 불편하게 느낄 때가 종종 있는데 뇌물을 받았다면 어떨까요. 상응하는 어떤 보답을 반드시 해야 한다는 의무감까지 느낄 지 모릅니다. 이해관계가 얽혀 있다면 그리고 뭔가 대가를 바라는 ‘꼬리’가 달려 있다면 선물이라는 이름으로 포장이 되었다 하더라도 뇌물 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뇌물은 꼬리가 달렸고 선물은 그렇지 않다고 그냥 편하게 구별하기란 어렵습니다. ‘공적관계’에서는 ‘공정성’과 ‘투명성’을 기준으로 해서 일을 처리합니다. 그러나 ‘사적관계’가 중시되는 시회에서는 본인하고 얼마나 친하고 가까우냐에 따라 일처리가 달라집니다. ‘공적관계’ 보다는 ‘사적관계’를 동원하는게 훨씬 편할 때가 많을 수 있다는 것이지요. 그래서 혈연, 지연, 학연을 따져 보고 만일 그런 인연 관계가 맺어진 사이가 아니라면 뇌물과 향응을 동원합니다.

법 대신 친분관계가 더 대접받는 사회가 제대로 돌아 갈리가 없습니다. 그래서 ‘김영란 법’ 같은 법은 미국은 물론 영국, 독일, 일본, 싱가포르 등등…. 웬만한 나라들은 죄다 가지고 있습니다. 유별나게 우리나라만 만들자고 하는 것은 아닙니다. 미국 공직자들은 공무 수행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등의 대가로 금품을 받는다면 15년 이하의 징역형에다가 벌금도 내야 합니다. 이해 관계가 없는 사람이 주는 선물이라면 물론 받을 수 있지만 그런 경우에도 선물 상한액수는 건당 20달러, 그리고 연간 50달러를 넘으면 안됩니다. 그래도 불평을 하는 사람들은 없습니다. 그리고 선물 금지 규정은 비단 공직자들에게만 적용되는 것은 아닙니다. 민간인들도 ‘선물’이라는 명목으로 소비자들의 선택에 영향력을 주려는 행위는 엄격하게 금지됩니
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메디케어 프로그램을 통해 예를들어 보겠습니다.

메디케어 중에 ‘파트 C’ 또는 메디케어 어드밴티지라고 불리우는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정부가 직접 운용하는 대신 민간 보험회사들에게 업무를 민영화시킨 프로그램이지요. 여기 참여하고 있는 보험회사들은 가입자를 확보하기 위해 매년 치열한 경쟁을 벌입니다. 해마다 10월 중순이 되면 ‘파트 C’ 선전 광고들이 쏟아져 나오는 거, 다 잘 아시고 계시는 내용입니다. 그런데 ‘파트 C’ 프로그램을 판매 할 때 가입자에게는 $15 이상의 선물을 줄 수 없다는 규정이 있다는 것도 알고 계신지 모르겠습니다. 식사 대접은 아예 원천적으로 할 수 없도록 되어 있고요. 왜 이런 규정이 만들어졌을까요? 부담감 때문에 필요하지도 않은 물품이나 서비스를 구입해야 되는 것 아니냐는 고민을 하지 말라고 만들어진 것입니다. ‘김영란 법’도 마찬가지 입니다. 공적 입장에 있는 사람들이 분에 넘치는 선물이나 대접을 받은 부담감 때문에 제대로 일을 하지 못할까 봐 만든 장치입니다. 그런데도 문제를 삼는 사람들이 있다면 그건 자리를 이용해서 자기 욕심을 채워 보겠다는 속셈을 아직 버리지 못한 사람들이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