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와 위험관리

EU 탈퇴를 묻는 영국의 국민투표, 브렉시트 결과가 예상을 뒤엎고 탈퇴하는 쪽으로 결론이 나왔다고 뒤숭숭합니다. 투표 당일까지만 해도 EU 잔류를 점치는 기류가 우세했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결과는 딴판이었습니다. 덕분에 아마겟돈까지는 아니더라도 유럽연합의 해체, 춘추전국 시대의 도래와 같은 자극적인 기사까지 나오면서 주식 값은 폭락하고 금과 같은 안전자산의 가격은 치솟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이렇게 당황해 하는 이유는 뭘까요? 영국이 탈퇴를 했으면 했지 그게 무슨 대수라고 이렇게 야단법석하는 것일까요? 아마도 그건 앞날이 어떻게 될 지 알 수 없다는 불확실성, 그게 제일 큰 이유일 것 같습니다. 불안은 변화에 대한 두려움이라는 말도 있지 않습니까. 하지만 변화도 삶의 일부입니다. 변하지 않는 것은 이 세상에 하나도 없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모든 것이 변합니다. 그래서 ‘제행무상(諸行無常)’을 세가지 진리 중의 하나라고 불가에서는 일컫는다지요. 하지만 진시황이 서복(徐福)을 제주도로 보내 불로초를 찾아 오라고 했던 것처럼 우리 마음은 이 진리를 받아 들이는데 인색합니다. 뭔가 방법이 있다는 믿음을 좀처럼 버리려 하지 않습니다.

투자의 세계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투자를 하면 계속 값이 올라가기를 바라면서 내릴 수도 있다는 가능성에 대해선 눈을 감아 버립니다. 눈을 감기만 하면 변화가 일어나지 않거나 또는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만 변화가 일어날 수만 있다면 물론 수천번, 수만번이라도 눈을 감을 수는 있습니다.

그런데 그게 어디 그렇습니까? 위험하다는 말은 변화의 속도나 정도가 예측하기 힘들다는 말일지도 모릅니다. 안전하다는 것은 변화를 예측하기가 쉽다는 뜻이고요. 만일 예측이 틀린다면 큰 손해를 볼 것이고 제대로 맞췄다면 큰 이익을 보게 되는 것이지요. 그래서 투자위험이란 것도 결국 변화의 한 모습이다, 이런 결론도 가능합니다. 값이 오르는 것도 변화, 내리는 것도 변화이니까요. 앞날을 내다 볼 수 있는 초능력을 가진 사람들은 예외겠지만 일반 보통 사람들이라면 자신을 보호하려면 위험을 관리할 수 밖에 없습니다.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대비해야 된다는 것이지요. 어떤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대처할 수 있다면 위험이 관리되는 것 아니겠습니까?

위험관리라는 목적을 위해 특별히 고안된 상품이 보험입니다. 요새와서는 보험을 투자수단의 하나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심해졌지만 원래 만들어진 목적은 그런 건 아니었습니다. 콜럼버스의 신대륙 발견 후 유럽 여러나라들은 모두 인도로 가는 뱃길을 뚫는데 혈안이 되어 있었지요. 문제는 바다 항해가 갖고 있는 위험때문에 섣불리 덤벼 들기가 어렵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문제를 해결해 준게 바로 보험입니다. 선주들이 돈을 모아 보험회사에 준 다음에 혹시 해상사고가 일어난다면 너희가 보상해 달라, 이렇게 계약을 맺은 것이지요. 조금 비약을 한다면 보험 덕분에 자본주의가 득세를 했다는 결론도 가능합니다. 투자 예측이 빗나가 투자한 돈을 잃었을 때도 보험을 들어주면 좋겠는데 아직까지는 그런 상품은 나오지 않은 것으로 압니다. 그렇다면 투자위험 관리는 결국 투자자 스스로 하는 수 밖에 없다는 셈인데 어떻게 하면 가능할까요. 답은 분산투자입니다. 위험 수준이 다른 여러가지 종목에 투자금을 나눠서 골고루 투자하는 것이지요.

달걀을 한 바구니에 넣었다가 만에 하나라도 떨어 뜨리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다 깨지고 말겠지요. 그러나 여러 바구니에 골고루 나눠 담았다면 그 바구니들을 모두 한꺼번에 떨어 뜨리는 일은 얼마나 자주 일어날까요. 이 개념을 응용한게 바로 분산투자입니다. 예상치 않은 사태가 생겨도 준비를 해놨다면 당황할 일은 별로 없을 것입니다. 브렉시트 사태로 많은 사람들이 우왕좌왕하길래 오늘 CPA톡톡에서 얘기해 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