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사와 재정서비스


한국에선
세무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회계사라 하더라도 세무사 자격증을 따로 취득해야 한다고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미국에선 그렇지 않습니다. CPA인증을 받으면 자동적으로 세무업무를 수가 있습니다. 물론 EA(Enrolled Agent)라고 해서 IRS 주관하는 세법 관련 시험을 패스한 사람들도 세무업무 취급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세무 전문가라고 하면 대부분 CPA들을 떠올리는게 일반적입니다.

그래서인지 CPA 재정서비스를 취급한다고 하면 약간 이상스럽게 생각하는 분들도 계십니다. 특히 한인 교포사회에서 이런 경향이 두드러진 보입니다. 세법 전문가인 알았는데 재정서비스가 말이냐는 것이지요.

그러나 곰곰 생각해 보면 CPA에게 재정서비스를 받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고객의 경제상황에 대해CPA 보다 많이 그리고 자세히 알고 있는 전문가 집단은 많지 않으니까요. 적어도 미국에선 말입니다. 소득세 신고 문제로 일년에 한번은CPA 만나서 자신의 소득 상황 재정 이슈들을 의논하고 계시는게 일반적이니까요.

하지만 20년전만 해도CPA들한테 재정서비스를 받는다는 것은 아주 어려웠습니다. 당시만 해도 대부분의 금융상품들은 커미션 위주로 보상 체계를 짜놓았기 때문에 CPA들이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제도적으로 봉쇄되어 있었던 것이나 마찬가지 였습니다. 왜냐고요? 공인회계사협회 (AICPA) 주정부 회계위원회 (State Board of Accountancy) 규정에 따라 CPA들은 커미션이나 성공보수를 원천적으로 받지 못하도록 되어 있었기 때문입니다.

AICPA에서 커미션 금지 규정을 만들었던 데는 물론 까닭이 있습니다. CPA 고유업무는 인증 관련 서비스이기 때문에 공정하고 정직하게업무를 수행해야 필요성이 있습니다. 기업 등이 작성한 손익계산서 또는 대차대조표와 같은 재무제표에 대한 정확성을 확인해 주는 역할을 하면서 공정하고 정직하게하지 않는다면 누구도 CPA 인증을 믿어주지 않을테니까요. 그런데 커미션을 받게되면 어떻게 될까요? 커미션 수입에 눈이 멀어 공정성과 정직성을 내팽개 치는 CPA 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놀랍게도CPA 커미션 받을 없다는 규정에 도전하고 나선 정부 기관이 있었습니다. 다름아닌 연방 공정거래위원회였습니다. 커미션 금지 규정때문에 CPA들이 재정서비스를 제공할 없다면 소비자들의 선택권이 침해 받는다는 논리를 펼친 것이지요. 결국 공정거래위원회의 입장은 기업회계 중심에서 개인 세무 재정관리를 포함하는 분야까지 CPA업무가 폭넓게 확장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택했던 것이라 있습니다.

이같은 도전에 직면하면서 AICPA 입장도 180 바뀌게 되었습니다. 회계사 윤리강령도 수정하고 협회 내에 Personal Financial Planning Division 신설하고 Personal Financial Specialist (PFS)라고 하는 인증제도를 도입하면서CPA들이 재정서비스를 제공하는 대해 적극 지원을 시작한 것이지요. 참고로 말씀드리면 재정서비스 제공 전문가 가장 알려진 인증은 CFP입니다. PFS CPA 자격증을 가진 자들에게만 제공되기 때문에 대중 인지도는 CFP만큼은 못한게 사실이긴 합니다.

CPA라고 해서 누구나 재정서비스를 제공할 있는 것은 물론 아닙니다. 증권감독원(SEC) 주정부 규정에 따라 증권거래 자격증, 예컨대 Series 7, 24, 63, 65 등을 반드시 취득해야 합니다. 또한 재정서비스 업무 수행에 필요한 지식이나 노우하우를 충분히 습득해야만 AICPA 요구하는competency requirement, 업무수행에 필요한 지식을 갖춰야 한다는 규정에도 위배되지 않습니다.

상황이 이렇게 변했다고 해서 재정서비스 업무를 제공하는 모든 CPA들이 금융상품을 소개하고 커미션을 받기 시작한 것은 물론 아닙니다. 공정하고 정직하게업무를 수행해야 한다는 강박(?) 관념 때문인지 재정서비스를 취급하는 많은 CPA들은 여전히 커미션 모델보다는 ‘Fee Based 또는 Fee Only 모델 채택하고 있습니다. 커미션 구조는 일이 성사되었을 때만 받을 있도록 짜여져 있기 때문에 고객의 이익에 반하는 알면서도 거래를 밀어 붙이는 경우들이 종종 생기기 마련이니까요. 어쨌든 이렇게 엄격한 기준을 지키며 업무를 수행하는 전문가 집단은 CPA 유일하지 않느냐 하는 것이 개인적 생각입니다. 재정서비스도 자격을 갖춘 CPA/PFS 통해 받을 있다는 점을 강조하느라 유별을 떨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