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위험, 고수익이란 신기루

따뜻한 날씨 때문에 스캐짓 벨리 튤립 축제가 예년보다 일찍 끝났다는소식입니다. 텍스시즌이 끝나면 오랫만에 튤립 구경을 갈까 했는데 물 건너간 얘기가 되고 말았습니다. 튤립은 사랑을 상징하는 꽃, 사랑하는 이에게 빨강색 튤립을 건넨다고 한다면 그건 바로 사랑을 고백하는 거라고 하네요. 그런데 이렇게 아름다운 꽃이 한때 투기의 대상이 되었던 때가 있었습니다.

바로 17세기 중엽 네덜란드에서 일어났던 일입니다.튤립 뿌리가 황금알처럼 여겨져 구근 하나에 백오십만불을 불렀다고 하니 광란의 시대였던게 틀림없었습니다. 제 정신이라면 아무리 꽃이 예쁘고 꽃말이 곱다한들 뿌리 하나에 거금을 쾌척할 사람은 없을 테니까요. 오감으로 즐기는 관상용이 아니라 돈을 벌어주는 수단으로서의 가능성에 주목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입니다. 그러나 이런 광풍이 계속될 리는 없습니다. 튤립 값이 폭락하면서 결국 쪽박 차는 사람들이 줄을 이었다고 합니다.

황금알의 신기루를 쫓는 투자 광풍은 그러나 먼 과거의 일 만은 아닙니다. 인터넷 주식 열풍이 불어 닥쳤던 90년대 말에는 주식 시장에서 그리고 2000년대 중반에는 부동산 시장에서도 똑같은 일이 반복되었습니다. 연 평균 20% 수익률은 성에 차지도 않는다고 마구잡이로 투자를 했던 것이지요. 결과는 물론 거품이 폭삭 빠져버리는 ‘버블 버스트’로 나타났음은 이미 잘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

신기루의 유혹에 빠진 투자가들이 투자를 시작하는 시점은 대개 시장이 활황세를 보일 때입니다. 전체 시장세가 상승세를 타고 있으니까 어떤 물건을 사더라도 적지않은 이익을 올리는게 어렵지 않습니다. 당연히 투자가들의 자신감도 함께 상승 무드를 타게 되면서 자신의 투자 선택에 대해서 자만을 하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오르면 내리고 차오르면 빠지는게 세상 법칙입니다. 주식시장은 물론 부동산 시장도 마찬가지입니다. 급격하게 올랐으니까 떨어질 때도 밑 모르고 떨어지는게 대부분입니다. 이런 상황을 맞으면 대부분의 투자가들은 공포심에 빠져 버립니다. 손해를 막겠다는 심사로 앞뒤도 돌아보지 않고 갖고 있던 것을 무조건 팔아 댑니다. 그러고나서는 후회막급, 다시는 투자를 안한다면서 신경질적 반응을 보입니다.

이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요? 투자를 장기적 재산증식 수단이 아니라 투기로 파악했다는 애기입니다. 투자를 시작한 이유도 단 시간 내에 큰 이익을 보겠다는 투기성 심리에서 시작되었고 투자를 포기한다는 결심도 큰 손해를 봤기 때문에 즉흥적으로 내린 것이니까요. 이런 분들은 투자수익과 투자위험의 관계를 파악하지 못한 분들이라고 해도 무방할 것 같습니다.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위험하기 짝이 없는 일을 하겠다고 나서는 사람은 드뭅니다. 혹시 그런 일을 하겠다고 나서는 사람이 있다면 아마 그 일을 해서 얻는 댓가가 꽤나 괜찮다고 생각해서 나섰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반대로 높은 수익이 보장되고 위험하지도 않은 일이라면 그 일을 하겠다고 나서는 사람들이 꼬리잡이를 할 것이 틀림없습니다. 이 얘기를 투자의 세계에 적용해 본다면 어떤 그림이 그려질까요. 제 생각으론 그림 내용은 크게 변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위험하지도 않고 수익은 최고, 그런 것은 이 세상에는 없습니다. 그래서 어떤 선택을 할까 보다는 “왜” 그것을 선택하느냐를 짚어 보는게 중요합니다. 안전이 제일이라고 믿기 때문에 CD를 선택했다면 낮은 수익율에 불만을 가져서는 안됩니다. 반대로 높은 수익 때문에 신생기업 주식을 구입했다면 설령 그 회사가 파산했다 하더라도 불평을 하면 안되겠지요. 위험을 얼마만큼 그리고 어디까지 감당할 수 있느냐 하는 문제는 결코 다른 사람이 대신 해 줄 수 있는 부분이 아니라는 점을 기억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