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수록 무서운 미국 세무제도


미국 세법은 다른 나라들과 비교했을 때 아주 특이합니다. 미국 ‘시민’이라면 미국 영토 밖에서 소득을 올렸더라도 반드시 소득신고를 해야 한다는 조항이 대표적입니다. 대부분의 나라들에서는 ‘시민’이라 하더라도 외국에 거주하면서 그곳에서 벌어들인 소득에 대해선 과세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미국은 다릅니다. 그런 경우라 하더라도 소득으로 신고해야 한다고 고집을 부립니다.

소득세법 상 비과세라고 규정되어 있지 않은 한 “모든 수입은 과세 대상 소득으로 취급”하는 포괄주의 세법도 미국 세법의 유별난 점입니다. 한국 등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열거주의 세법, 즉 소득세법에 과세 대상이라고 규정되었을 때만 과세할 수 있다는 원칙을 따르고 있습니다. 그런데 미국은 그렇지 않은 것이지요.

미국 조세 제도 특징 중의 또 하나는 종합 소득세 제도입니다. 소득 종류에 따라 따로 따로 분리해서 과세를 하지 않고 납세자의 모든 소득을 하나로 묶어 과세 소득을 산출한 후 과세액을 결정하는 종합 소득세 제도를 채택하고 있기 때문에 납세자의 소득이 누락되어 세금을 내지 않게 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렇기 때문에 불법적인 활동 (예컨대 마약 매매)으로 돈을 벌었다가 당국에 입건되는 경우 원래의 죄목 외에 탈세가 추가되는 경우가 일반적입니다. 전설적인 갱스터, 알 카포네가 다른 혐의들에 대해선 증거 불충분으로 풀려 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지만 수사관의 기지로 탈세로 죄값을 치뤘던 얘기는 아주 유명합니다. 그리고 지난 여름 ‘실버로드’라는 마약 밀매 웹싸이트를 운영하다 적발된 울부리히트란 자에게 중형이 선고될 수 있었던 것도 마약단속국에 배속된 IRS요원의 활약 때문이었다고 합니다.

미국에서는 모든 경제행위에 실명이 요구되는 실명제가 실시되고 있습니다. 때문에 소득을 탈루시켜 세금을 적게 내는 것이 용이하지 않습니다. 물론 납세자 스스로 자신의 소득을 보고하는 자진 신고를 통해 세무 보고가 이루어지기 때문에 외관상으로는 아주 느슨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을 알고 보면 꼼짝 달싹할 수 없도록 묶어 놓은 곳이 바로 미국입니다.

더우기 9/11 사건 이후 더 한층 강화된 법규에 의해 돈세탁 행위는 아주 엄하게 처벌되고 있음에 유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미국에서 탈세를 한 돈을 한국이나 제 3국으로 보냈다가 다시 미국으로 반입하여 합법적인 돈으로 탈바꿈시키는 것은 미국의 시스템내에서는 아예 불가능한 얘기라고 생각하는 것이 좋습니다.

앞에서 잠깐 말씀드린 것처럼 미국은 세금신고를 납세자에게 맡기는 자진 신고제를 따르는 나라입니다. 그래서 세무 자료가 합법적이고 정당한 것인가를 증명해야 할 책임도 납세자에게 있습니다. 그게 뭐 대수냐 할 수도 있지만 실제 상황에선 납세자에게 아주 큰 부담이 되는 내용입니다. 탈세를 하지 않았다는 증명을 납세자가 스스로 밝혀야 하니까 반드시 소득 자료와 비용 및 지출에 대한 증빙 자료를 보관하고 있다가 세무 당국의 요구가 있을 때에는 제출해야 하니까요.

이 점은 형사 문제에 관한 한 피의자의 범법 사실을 기소자가 증명하여야 한다는 원칙과 크게 다른 부분입니다. 물론 문제가 커져서 탈세 혐의로 형사 소추를 받게 되는 경우에는 납세자의 탈세 사실을 배심원들이 인정할 수 있도록 검사측에서 증명을 해야 함은 일반 다른 형사 문제와 동일합니다. 그러나 탈세에 대한 추징액을 산출하는 선에서 끝나게 되는 통상적인 세무 감사 케이스에서는 탈세를 하지 않았다는 “탈세 무죄 증명”은 납세자의 몫임을 기억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