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 안하는 것도 선택


특별하게 실수도 하지 않고 나름 열심히 살아 왔는데 왜 돈 걱정을 하는 형편이 되었는지 모르겠다고 한탄하는 분들을 뵐 때가 있습니다. 그런데 원인없는 결과가 이 세상에 있을까요? 오늘 상황은 과거 자신이 선택했던 행위의 결과라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닙니다. 내일을 위한 투자보다는 당장 돈을 쓰는 쪽을 택했던 분이라면 돈을 모을 수 없었음은 자명합니다.

돈 쓸 데는 많은데 들어오는 돈이 적다면 미래를 위해 저축 또는 투자를 하는 것은 물론 힘듭니다. 그렇다고 아무 것도 안한다면 미래가 불안해집니다. 그래서 이럴 때는 수입을 늘릴 수 있는 방법이 뭐 없을까 하고 먼저 고민해 봐야 합니다. 아무리 살펴봐도 수입을 늘릴 방법이 없다면 그 다음 순서는 돈 쓰는 곳들을 점검해 보는 일이겠지요. 꼭 필요하지 않은데도 습관적으로 돈을 쓰고 있는 곳은 없는가, 만일 있다면 그런 구멍을 막는게 중요합니다. 그렇게만 할 수 있다면 불가능해 보이던 저축이나 투자도 가능해집니다.

한국의 어느 대학에서 인테리어 디자인을 강의하는 분한테서 이런 얘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사는 집이 마음에 들지 않을 때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방법과 소극적으로 대처하는 방법에 대해서 논하라라는 시험문제를 냈다고 합니다. 그런데 한 학생이 5분만에 답안지를 내놓고 나가길래 답안지를 훑어 보다가 실소를 터뜨렸다고 합니다.

적극적 대처 방법은 이사 간다’, 소극적 대처 방법은 참고 산다’ – 이렇게 써 놓고 나갔으니 이 교수님이 놀랄 만도 하지요. 하지만 곰곰 생각해 보면 꼭 우숫개 소리 만은 아닙니다. 마음에 들지 않지만 돈이 없어서 이사를 가거나 집을 고치는 선택을 할 수는 없을 겁니다. 그렇다면 참고 사는 선택을 하는 도리 밖에는 없습니다. 결국 참고 사는 것도 선택인 셈입니다.

흔히들 선택이라고 하면 적극적으로 어떤 일을 해 보겠다고 나섰을 때 만을 생각합니다. 하지만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도 선택입니다. 돈을 모으겠다고 돼지 저금통에 푼돈을 집어넣거나 주식이나 채권에 투자하는 것만이 선택이 아닙니다. 소비욕구를 만족시키려 저축이나 투자를 외면하는 것도 선택이고 투자는 위험하니까 안하겠다는 것도 선택입니다.

선택이 어려운 것은 최선의 선택인지 아닌지 자신이 없어서 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자신이 없으니까 어떤 선택을 하든지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이것을 선택하면 저쪽 것이 좋아 보이고, 반대로 저것을 택하면 이쪽 것이 좋아 보입니다. 그래서 어떤 선택을 하던지 과연 옳게 선택한 것이지 불안합니다.

선택에 대해서 이처럼 불안한 마음이 드는 이유는 한가지 때문입니다. 필요로 하거나 원하는 것들은 많은데 그것을 충족시켜 줄 수 있는 자원과 돈은 한정되어 있다, 바로 그것 때문입니다. 그래서 선택의 고민을 해소하려면 두가지 방법 밖에는 없을 것 같습니다. 원하는 것을 줄이거나 아니면 자원과 돈을 무한정 조달할 수 있도록 하거나, 이 두가지 말입니다.

두번째 방법이 가능하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하지만 그게 가능하지 않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선택의 고민을 해소하기 위한 현실적 방법은 첫번째 방법입니다. 어떤 결과를 원하는지를 분명하게 한 다음 그 결과를 얻기 위해서 부담해야 할 비용을 계산하는 식으로 접근한다면 선택에 대한 불안감은 훨씬 줄어들게 틀림없습니다. 상황에 맞는 가장 현실적인 선택을 했다는 확신을 가질 수 있을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