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보험의 허와 실

연금보험 (Annuity)에 대해 관심을 가진 분들이 생각보다 많습니다. 주식시장이 폭락해도 원금을 보장해 준다, 죽을 때까지 수입을 보장해 준다니 그럴 말도 합니다. “보장”이라는 말의 유혹은 언제나 달콤한 법이니까요. 그러나 남들은 해주지 못하는 보장을 연금보험 회사는 어떻게 해줄 수 있다는 것일까요? 그래서 연금보험 회사에서 약속하는 “보장”이 과연 무엇인지 이해하기 위해서 이 상품의 구조에 대해 짚고 넘어가 보기로 해보십시다. 연금보험은 가입자에게 몫돈을 받은 후 가입자가 살아있는 동안 매달 일정한 금액을 내주겠다는 상품입니다. 혹시 수익률이 악화되어 원금에 손실이 생겼다 하더라도 연금액수는 애초에 불입한 원금을 기준으로 계산해 주겠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한가지 조건이 있습니다. 원금을 보장하는 대신 반드시 연금 형태로만 돈을 인출한다는 조건에 동의해야 합니다.

이렇게 동의를 해주면 가입자 입장에서는 중도에 마음을 바꿔서 남은 원금을 돌려 달라고 할 수는 절대 없습니다. 또한 매달 받는 연금에는 투자 수익금은 물론 투자 원금도 들어 있습니다. 그러니까 내가 낸 돈의 일부를 다달이 쪼개서 얼마씩 받는 셈이지요. 하지만 노후 생활비의 일정 부분을 연금 형태로 수령하니까 돈 걱정을 덜어주는 장점이 분명히 있습니다. 물론 이런 약속을 받는데 대한 대가는 위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가입자가 사망하게 되면 아직 찾아가지 못한 돈은 전부 보험회사에 귀속되게 된다는 부분입니다. 그래서 생명보험 회사는 가입자가 오래 살기를 원하지만 연금보험 회사 입장에선 가입자가 일찍 사망하기를 원한다는 우숫개 말이 나돌기도 합니다.

그래서 연금보험 회사에서 약속하는 원금 보장이란 말은 많은 분들이 생각하는 그런 보장과는 차이가 있습니다. “아, 내 원금은 그대로 돌려 받겠구나” 라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매달 원금을 얼마씩 돌려 받다가 혹 일찍 사망이라도 하게 되면 돌려받지 못한 원금은 모두 보험회사가 가져가는 그런 구조입니다. 주식 폭락 시에도 원금을 보장해 준다는 말도 사실이 아닙니다. 이렇게 보장 약속을 하는 연금보험 상품들은 거의 대부분 변액 연금보험 (Variable Annuity)이나 인덱스 어뉴이티 들입니다. 그런데 이 상품들의 약관을 살펴 보면 계좌 내에 쌓인 돈을 돌려 준다는 말이 절대 아니라는 것을 알 수가 있습니다. 연금계약을 맺는다면 주식값이 떨어진다 하더라도 약속한 금액을 지급하겠다는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최근 소개되고 있는 연금보험 중에는 물론 연금계약을 맺지 않았더라도 약속한 돈을 주겠다는 상품도 있긴 합니다. 물론 공짜로 그런 혜택을 주겠다는 것은 아니고 추가 비용을 더 내야 하고 인출 액수도 일년에 몇 퍼센트, 이런 식으로 제한을 두는게 일반적입니다. 그래서 원금보장이란 말도 따지고 보면 그렇게 매력적인 것인가, 의문이 듭니다. 더우기 이런 보장을 받기 위해 치뤄야 하는 비용들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습니다.

보험연금을 구입하는 비용은 다른 투자상품들과 비교할 때 너무 높습니다. 뮤츄얼펀드에 투자했을 때보다 적어도 배 이상의 비용을 치뤄야하는게 일반적입니다. 보험회사의 사업비, 계약체결 비용 및 관리비용 등이 겹겹이 부과되니까요. 게다가 이미 말씀드린 것처럼 추가 혜택을 원한다면 그에 따른 비용도 추가로 지불해야 합니다. 그리고 중도 해약 시 치뤄야 하는 위약금 (Surrender Charge)도 무시해서는 안됩니다. 가입자가 조기 인출을 할 때 보험회사가 손해를 입을 가능성이 많기 때문에 부과되는게 바로 이 위약금입니다. 회사마다 위약금 퍼센테이지나 적용 기간이 다릅니다만 일반적으로7- 8%부터 시작해서 가입기간이 늘어날 수록 해마다 1%씩 줄어드는 식으로 부과됩니다.

연금보험이란 상품은 아주 복잡하기 때문에 충분한 사전검토가 필수입니다. 참고로 미국 증거거래위원회 (SEC)에서 연금보험 상품, 특히 주식형 연금보험 상품에 대한 가이드를 제공하고 있으니까 관심이 있으신 분들은 반드시 한번 읽어 보시기 바랍니다. 링크는 http://www.sec.gov/investor/pubs/varannty.htm 입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연금보험의 장점은 분명 있습니다. 약속한 대로 고정된 금액을 받을 수 있으니까 노후 생활을 위한 예산을 짜는데 아주 유용합니다. 평균 수명이 계속 늘어가고 있으니까 경제상황에 관계없이 고정 수입원을 확보해 놓는다는 점은 확실히 바람직합니다. 다만 노후자금의 태반을 이 연금보험 구입에 사용하는게 바람직하냐 하는게 오늘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내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