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에게 IRA 권하는 어머니

지난 주에는 조금 특이한 경험을 했습니다. 자녀들에게 Roth IRA를 추천하는 부모가 좋은 부모라는 경제전문지 ‘포브스’의 칼럼을 읽고 난 참이었는데 그때 찾아온 분이 공교롭게도 아들에게 IRA를 설명해줬으면 좋겠다는 한 어머니였으니 말입니다. 이 분의 아들은 얼마 전 대학을 졸업하고 어느 작은 회사에서 엔지니어로 일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회사 규모가 작아서인지 직원에게 은퇴연금 프로그램을 제공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그래서 IRA라도 이용해 보라고 권하고 싶으니까 설명을 부탁한다는 것입니다.

30년 가깝게 회계사 일을 해오고 있지만 사실 이런 부탁을 해온 사람은 이 어머니가 처음입니다. IRA의 내용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지 못해서 아들에게 상세한 설명은 못 해주지만 이런 프로그램의 유익함에 대해 분명하게 감을 잡고 계신게 틀림없습니다. 어떻게 보면 아들을 위해 세번씩이나 좋은 교육환경을 찾아 이사를 했다는 맹모보다 이 어머니가 더 현명한 분일 것 같습니다. 왜냐고요? 좋은 교육을 받았다고 반드시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지 않는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일찍부터 어머니 덕에 유용한 저축 습관을 들인다면 이 청년은 노후에 돈문제로 골머리를 썩힐 일은 없을게 틀림없으니까요.

하루라도 먼저 저축(투자)를 시작하는 것은 그만큼 더 빨리 경제적 자립을 이룰 수 있음을 뜻합니다. 매년 5천달러씩 넣고 연 평균 7% 수익을 올린다고 가정한다면 지금 20대 중반인 이 청년이 65세가 될 때 쯤 에는 그동안 부었던 원금 20만달러가 아마 100만달러쯤으로 불어나 있을 것입니다. 물론 젊었을 때는 투자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위험도가 높은 투자수단을 이용하고, 나이가 든 후에는 보다 안정적인 투자를 하는게 좋겠지요. 어쨌든 중요한 것은 IRA든 Roth IRA이든 일찍 시작하는 것입니다. 그래야 하루라도 빨리 “복리 증식”의 이득을 만끽할 수 있으니까요.

일반적으로IRA라고 부르는 프로그램은 Traditional IRA입니다. 이 프로그램을 이용하면 기금에 돈을 불입할 때를 기준으로 소득공제 혜택을 받게 됩니다. 5천달러를 넣었다고 하면 과세소득을 5천달러만큼 줄여주는 것이지요. 그러니까 세금혜택을 당장 받는 장점이 있습니다. 그리고 적립된 기금이 증식을 하게 되더라도 증식분에 대해서는 인출할 때까지 소득세 부과가 연기되는 혜택도 주어집니다.

이에 반해 Roth IRA는계좌에 돈을 넣는다고 해서 당장 세금혜택을 주지 않습니다. 그러니까 After Tax Dollar로 은퇴기금을 키워 나가는 프로그램입니다. 그럼 IRA를 시작하지 왜 Roth IRA를 하느냐는 질문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그건 IRA는 찾을 때 세금을 내야 하지만 Roth IRA는 세금 걱정없이 전액을 Tax Free로 찾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사실 Tax Free프로그램보다 더 좋은 건 없습니다. 죽음과 세금은 피할 수 없는 숙명적인 것들이라고 하지만 Tax Free 프로그램을 이용하면 적어도 그 부분 만큼에 한해서는 세금을 피할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미국 주류사회에서는 Roth IRA를 이용하는 빈도가 아주 높습니다.

그러나 자영 사업에 종사하는 비중이 높은 우리 한인사회에서는 IRA를 선호하는 분들도 많습니다. 소득이 생길 때마다 세금을 납부하지 않고, 세금보고를 하면서 한번에 세금을 내야하니까 캐시플로우 상으로 IRA가 유리하다고 보시는 것이겠지요. 어떤 프로그램을 이용하는 것이 유리한지는 각자의 상황에 따라 다르니까 선택하기 전에 회계사와 의논해 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