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는기억만잃는병이아니라관계를시험하는병입니다 (2)
치매 환자를 돌보는 가족들이 가장 많이 하는 말이 있습니다. “어머니가 예전 사람이 아니에요.” “아버지가 저를 의심하세요.” “도와드리려고 하는데 화만 내십니다.”
가족들은 서운하고 상처를 받습니다. 평생 자신을 사랑해 주었던 부모가 이제는 돈을 훔쳐 갔다고 의심하거나, 자녀를 낯선 사람처럼 대하기도 합니다. 때로는 욕설과 폭언이 이어져 가족들의 마음은 깊이 무너집니다.
그러나 치매 환자의 입장에서 세상을 잠시 바라보면 조금 다른 모습이 보입니다. 기억이 계속 사라지는 세상은 매우 두렵습니다. 방금 있었던 일이 없어지고, 물건을 어디에 두었는지 모르겠고, 얼굴은 익숙한데 이름이 떠오르지 않습니다. 이런 혼란 속에서 사람은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나름의 설명을 만들어 냅니다. 누군가 가져갔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자신이 틀린 것이 아니라 주변이 잘못되었다고 믿으려 합니다. 그것은 거짓말을 하려는 것이 아니라 무너지는 현실을 견디기 위한 뇌의 마지막 노력인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치매 환자와 논리적으로 다투는 것은 대부분 좋은 결과를 만들지 못합니다. “아까 말씀드렸잖아요.” “그건 사실이 아니에요.”라고 반복할수록 환자는 더 큰 불안과 수치심을 느끼고 방어적으로 변할 수 있습니다. 오히려 먼저 감정을 이해해 주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많이 불안하셨겠네요.” “같이 한번 찾아볼까요?”라는 말 한마디가 환자를 훨씬 편안하게 만들기도 합니다. 사실 환자가 원하는 것은 정답보다 안전감인 경우가 많습니다.
치매를 돌보는 가족 역시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오랜 간병은 신체적인 피로보다 정서적인 소진을 더 크게 남깁니다. 죄책감과 분노, 슬픔이 반복되면서 우울증에 빠지는 가족들도 적지 않습니다. 따라서 가족이 자신의 삶을 지키고 충분히 쉬는 것 역시 환자를 위한 돌봄의 중요한 일부입니다.
치매는 한 사람만의 병이 아닙니다. 한 가족 전체가 함께 살아내야 하는 긴 여정입니다. 그 여정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완벽한 간병이 아니라 서로를 이해하려는 마음입니다. 기억은 조금씩 사라질 수 있지만, 따뜻한 눈빛과 손길이 전하는 안정감은 오래 남습니다. 우리는 치매를 완전히 멈추게 할 수는 없을지라도, 그 시간을 조금 더 존엄하고 따뜻하게 만들어 줄 수는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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