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부자

진정한 부자

고지난 주말에 조카들을 대리고 서커스 구경을 하기 위해서 길을 떠났다. 아이들의 모습은 벌써부터 흥분이 시작이었다. 몇 년 전에 서커스 구경을 한 것이 기억에 남았던 모양이다. 멀게 느껴지던 여행길이 어느덧 목적지에 도착을 하게 되었다.

길게 늘어선 매표소 앞에서 차례를 기다렸다, 길게 늘어선 줄은 점점 줄어들었고 드디어 우리 차례가 되었다, 아이 둘에 어른 둘입니다. 얼마입니까 여직원이 여러 차례 표 값을 말했다. 표 값을 지불하려고 이리저리 주머니를 뒤져 보았지만 지갑이 보이지를 않는 것이다.

바쁘게 서두르다 지갑을 두고 온 것이다. 이제 와서 어떻게 아이들 지갑을 두고 왔다고 얘기한단 말인가. 한껏 기대에 부푼 조카들 앞에서 서커스 구경할 수 없게 되었다고 말할 순 없는 일이었을 것이다. 바로 그때였다. 뒷줄에서 이 장면을 묵묵히 지켜보았던지 한 남자가 주머니에 손을 넣더니 지폐 한 장을 꺼내 바닥에 떨어뜨렸다. 그런 다음 몸을 굽혀 다시 주워 들더니 앞에 서 있는 나에게 어깨를 가만히 두드렸다. “여보시오, 방금 당신의 주머니에서 이 돈이 떨어진 것 같소.”
인생을 가르쳐준 그 사람 필자는 잠시 얼떨떨해 하다가 이내 무슨 영문인지 알아차렸다. 결코 남의 적선을 요구하지는 않았지만, 절망적이고 당혹스런 상황에서 그의 도움의 손길은 실로 있어지지를 않는다. 지폐를 거저 받은 나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고맙소, 선생. 당신은 나와 내 가족에게 정말로 큰 선물을 주었소.” 고맙다고 말하는 나의 눈에선 눈물이 앞을 가렸다. 아이들은 영문도 모른 채 건네준 표를 받아 들더니 서커스 장 안으로 들어갔다. 잠시 후 공연은 시작되었지만, 그 곳엔 돈을 건네준 남자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일까 공연은 이내 시작되었지만 그 사람이 어디에 않아있을까 하는 생각뿐이다. 큰 조카 아이가 어깨를 툭! 치며 하는 말 재미없어? 아니.

언젠가 자서전을 읽어 보던 중 윌리엄 펜이 한말이 생각난다. “우리의 삶은 지나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만일 내가 베풀 수 있는 작은 친절이나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지금 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한번 지나가는 인생 길에 그 순간만큼은 다시 되돌아오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서커스 공연보다 더 값진 인생을 배우게 되었다.

우리가 살아가는 동안
주먹을 불끈 쥐고 태어나는 것부터가 인간의 탐욕의 기본 형태라고 말하는 쟈크라캉의 자서전에서 엿볼 수 있다. 불 끈진 그 주먹은 우리가 살아가는 동안 언젠가 다시 주먹을 펴고 살라는 것이다. 세상에 욕심이 문제되지 않는 곳은 한 곳도 없다. 일본도 심심하면 독도를 욕심 내고, 중국도 백두산까지 욕심을 내더니 이제는 제주도 남쪽에 있는 이어도 가 어떻다느니 하고 속 뒤집는 소리를 하고 있다. 얼마 전에 어떤 재벌 총수의 황혼 이혼도 서로 간의 욕심대결이라는 이야기를 신문에서 하고 있다. 야당과 여당도 끊임없이 싸우는 것을 보면 결국 자기 이익을 위해서 상대를 헐뜯고 흠집 내려는 의도가 빤히 보이는 경우가 많다. 국가간의 문제에서 내 개인의 문제에 이르기까지 세상의 모든 문제는 결국 인간의 욕심에서 비롯된 문제라 해도 틀렸다고 시비 걸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우물가에 노인 이야기
어느 메마른 사막 한가운데 작은 우물이 하나 있었다. 언제부터인지는 알 수 없지만 이 우물가에 노인 한 사람이 앉아서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두레박으로 물을 길어 주는 것을 보람으로 삼고 있었다. 모래바람이 이는 먼 사막을 건너온 사람들이 이곳에 와서 시원한 물을 꿀꺽꿀꺽 마시는 모습은 늘 이 노인의 가슴에 기쁨이 솟아나게 했다. 그러면서 가끔 노인에게 답례로 동전을 몇 개씩 주는 사람들이 있었다. 어느 날 노인은 자기가 모은 동전이 거의 두 자루나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러자 돈을 이렇게 모으면 뭔가 좀 더 큰 돈벌이를 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두 자루만 더 모을 수 있다면 사업을 벌여야겠다고 생각한 노인은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돈을 모으기 시작했다.

이제는 물을 마시고 그냥 지나가려는 사람에게는 은근히 사례를 하라고 암시를 주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우물을 들여다 본 노인은 우물물이 줄어들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 돈을 두 자루 더 모으려면 한참 걸려야 할 텐데 우물이 마르면 큰일이다 싶었다. 그러자 바로 자기가 날마다 그 그늘에 앉아 있는 종려나무가 물을 훔쳐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그는 종려나무를 가차없이 베어내고 말았다. 얼마 후 종려나무가 사라진 그 우물은 바닥을 드러냈다. 이 노인도 그 사막에서 목이 말라 죽고 말았다.

이제는 아무도 그곳이 어디였는지조차 알 수 없는 곳에 노인도 묻혀 모래바람에 사라지고 말았다. 내 마음의 인정의 샘이 마르면 세상도 자꾸 말라 보이는 법이다. 진정한 부자는 선한 마음에 있다고 봅니다. 선한 마음을 붙잡으며. 선한 마음을 나눕니다.사랑과 행복을 나눌 때 축복이 얼마나 커져서 되돌아오는지 느껴지는 가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