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남자(男子)

가을 남자(男子)


필자는 사랑스런 아내와 강아지 두 마리를 둔 50대 중반의 가장입니다. 제게는 고민이 하나 있습 니다. 지친 몸을 이끌고 직장에서 돌아와 잠시 쉬고 싶습니다, 그리고 주말에 못다한 잠을 자고 싶습니다. 잠시 후 아내의 목소리가 제 귀에 들려옵니다. 강아지들과 같이 놀아 주지 않는다고 불평을 하는 아내의 목소리, 연이어 아내는 집안을 왔다 갔다 하면서 들릴 듯 말듯 한 나지 막한 목소리로 불평을 합니다, 몇 일 더운 날씨에 화초가 다 시들어버려 속상하다고.

정말 가장으로써 남편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것일까 하는 반문을 하게 됩니다. 직장에서는 스트레스 받지요, 집에 오면 아내와 강아지들에게 시달리지요, 화초마다 물을 주어야지요 요즘 같아선 몸이 몇 개 더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차리리 정원 없는 콘도나 아파트가 차라리 편하지 않을까 생각을 하게 됩니다, 진정 남편이 쉴 곳은 어디인가요? 어떻게 해야 빵점 짜리 남편과 아버지의 이미지를 모면할 수 있을까요?

이국 땅에서 아버지들은 직장과 가정에서 받는 스트레스 때문에 심리적으로 샌드위치가 된 기분을 경험합니다. 최근에는 어머니의 역할 못지않게 아버지의 역할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게 이루어 지고 있나 봅니다. 아버지학교, 부부동산 행복 뿌리 찾기, 각 교회나 기관에서 주관하는 좋은 아버지 되기 위한 프로그램들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것을 보면 말입니다.

필자의 아버지는 자식들에게 매우 엄하였습니다,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 직접 아버지한테 얘기해 본 경험이 별로 없는 것 같습니다. 늘 어머니를 통해 간접적으로 의사를 전달했습니다. 아버지의 영향력은 많은 부분 제 생활에 투영되어 왔습니다. 어릴 때 보았던 아버지는 같이 시장을 가도 늘 어머니보다 저만치 앞서 갔고, 다정하게 손잡고 걷는 모습을 본 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필자는 빵점 짜리 남편의 이미지를 모면해 보고자 부부동산의 프로그램에 참여하여, 느끼며 배운 이야기들을 함께 나누어 보고자 합니다.

21세기에는 아버지에게 양성적인 역할이 필요합니다.
전통적으로 남성은 돈을 열심히 벌고, 가정의 중요한 결정을 담당하는 역할을 하였고, 가사는 아내에게 맡기고 심한 경우, 집에서는 손 하나 까딱하지 않았습니다. 한편 여성은 가사와 자녀 양육을 전담하면서 남편에게 경제적으로 의존했습니다. 그러나 사회 심리학자 센드라 벰은 남성이나 여성이나 자신의 전통적인 성 역할만이 아니고 상대의 성 역할도 할 수 있는 양성적인 성 역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습니다.

다시 말하면 남성이 회사에 다니지만, 가정에서 요리 및 가사도 할 수 있고, 여성도 가사를 맡지만, 남성이 하는 일도 동시에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남자이니까 집에서는 아내가 차려 주는 밥을 먹어야 한다는 고정 관념을 얼마든지 깰 수 있다는 것입니다. 여성의 70퍼센트가 맞벌이를 하는 상황에서 남성도, 가정에서도 완벽한 주부 역할을 할 수 있고 해야 한다는 생각의 전환이 필요 합니다. 즉 남편이 가사를 도와준다는 생각은 전통적인 성 역할의 태도이고, 가사 역시 아내가 요구하지 않아도 남성이 당연히 해야 한다는 생각이 양성적인 성 역할 태도입니다.
미국이나 서구의 많은 남성은 가정에서 자신들만의 잘하는 요리가 한 두 가지 있고, 자녀를 공통 으로 양육하는 양성적인 남성 역할 속에 생활하고 있습니다. 이제 미국 안에 사는 남성들도 돈도 벌어야 하지만 가정에서는 가사도 자신의 일이라고 생각하고, 특기 요리 하나 정도는 잘할 수 있는 양성적인 남성이 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아버지는 가정에서 정신적, 영적인 리더가 되어야 합니다.
우리가 삶에 매달리다 보면 우리가 어디로 향해서 가는지 방향을 잃고 사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아버지는 항해하는 배의 선장처럼 우리 배가 어디를 향해서 얼마만큼 가고 있는지를 확인하고 가족들과 공유해야 배가 좌초하지 않습니다. 물론 방향을 정할 때는 아내나 가족의 의견도 참조해야 합니다. 아버지는 종교 생활 면에서도 가족들에게 솔선수범하는 자세가 필요 합니다.
우리나라의 아버지들은 대체로 체면과 권위를 중요시하고 가족들이 자신을 무시한다는 생각이 들면 화를 내고 심한 경우에는 폭력까지 쓰는 분이 종종 있습니다. 그러나 가족에게 희생과 배려를 통한 존경과 리더십을 발휘해야지 무조건 복종하고 순종하라는 리더십은 부작용이 많습니다.

이 기회에 아내와 가족들에게 부탁을 드립니다.
여러분 가정의 아버지, 남편은 완벽하지도 않고 아주 부족한 면이 많습니다. 아버지의 부족한 면을 보더라도 불평 대신에 격려를, 실망 대신에 희망을, 비판과 평가 대신에 다음에 잘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자세를 보여 주세요. 요즘 세상에 남자로 살기도 아주 힘들답니다. 자녀 앞에서 아버지의 체면을 살려 주고, 치켜 주고, 고쳐야 하는 점들은 좀 부드럽게 말하면서 접근해 보세요. 남자가 강한 것 같아도 가족의 인정과 칭찬에 굶주려 있다는 것을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아버지는 아무리 힘든 일을 했어도 자신이 힘들게 번 돈으로 가족들이 즐겁게 먹고 일하는 모습을 보면 새 힘이 솟습니다. 이민의 나라에 살고 있는 아버지들이 무뚝뚝하고 애정 표현도 잘 못할지라 도, 속마음은 항상 아내와 자녀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가득 차 있다는 것을 알아주시고 격려해 주세 요. 아버지가 살아야 가정이 삽니다.

누가 이 가을이 성큼성큼 다가오는 것을 막을 수 있겠습니까? 가장 아름다운 열매를 위하여 이 비옥(肥沃) 한 시간(時間)들을 함께 가꾸어 나가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