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줌마, 빨리 되는 것, 뭐 있어요?

아줌마, 빨리 되는 것, 뭐 있어요?

우리는 늘 일상적으로 ‘빨리빨리’라는 말을 자주 외치는 것 같다. 집안에서도 그렇죠. 식당을 가도, 택시를 타도, 회사를 가도 어디서나 흔히 듣는 말이죠. 이국 땅에 이민온 사람들을 보면 하나같이 종종걸음을 치고 얼굴은 잔뜩 긴장 되어 있다. 거기다 빨리 빨리를 아예 입에 달고 산다.


우리처럼 바쁘게 서두르는 사람을 다른 나라에서는 별로 본 기 억이 없는 것 같다. 외국인들이 한국 직장에 와서 가장 먼저 배우는 말이 빨리 빨리라고 한다. 일도 빨리빨리, 밥 먹는 것도 빨리 빨리, 공부도 빨리빨리 하라고 독촉한다. 아줌마, 빨리 되는 것 뭐 있어요? 네, 다 빨리 됩니다. 빨리 주문하면 빨리 됩니다.

그러다, 보니 제대로 되는 일 또한 별로 없다고 탄식한다. 마냥 서두르기만 하기 때문에 ‘까짓 것 대충’하지 않으면 남들을 따라잡을 수가 없다는 것이다. 이렇게 매사에 독촉하다 보니 부실한 공사로 다리나 건물이 무너져 입은 피해가 얼마인가? 또 음식은 왜 그리 급하게 먹는지 그것 때문에 위장병도 늘 세계에서 첫손을 꼽는다. 운전은 또 어떤가. 남을 앞세우고는 못 참는 성격 때문에 교통사고 1위라는 오명을 벗기는 여간 어려운 일인 모양이다.

우리 주변에는 늘 조바심 때문에 병 통인 사람이 적지 않다. 무리하게 자기 혼자 마감 시간을 정하 고 일을 몰아 붙이지 않으면 못 견디는 성격, 남에게 인정 받으려는 욕구가 강하고 뛰어나고 싶어 하며, 자신의 일에 방해가 되는 사람을 적으로 간주하거나 한꺼번에 여러 일을 하며, 편안히 쉬고 있으면 죄책감까지 느끼는 성격을 지닌 사람들이 적지 않다.

내일 일은 내일 염려하라

사람들이 염려하고 걱정하는 일 중에서 실제로 그런 사태가 발생하는 경우는 겨우 4퍼센트에 불과하다는 통계를 본 적이 있다. 백에 아흔여섯은 쓸데없이 걱정하고 있다는 뜻이다. 그러고 보면 우리는 어떤 일에 열정을 지니고 일하기보다는 염려하느라고 너무 많은 정력을 낭비하고 있다. 차분하게 때를 기다리고 여유를 지녔더라면 삶의 실타래가 술술 잘 풀렸을 텐데 서두르고 허둥대 느라고 오히려 꼬이고 얽혀서 머리를 싸매고 드러눕는 사람이 너무 많다.

주변을 둘러보면 정말 그런 사람 한둘쯤은 어디서나 쉽게 볼 수 있는 세상이다. 세상에는 조바심 이나 걱정으로 해결되지 않는 일이 아주 많다. 그것을 알면서도 거기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사람 또한 너무 많다. “너희 중에 누가 염려함으로 그 키를 한 자라도 더할 수 있겠느냐 그러므로 내일 일을 위하여 염려하지 말라 내일 일은 내일 염려할 것이요 한 날의 괴로움은 그날로 족하니라 (성서에서)

칠레인 들이 본 빨리빨리 문화

에르난 브란테스 칠레대사는 지난해 6개월간 한국에 대해 받은 인상을 이같이 전했다. “한국 사람들의 이른바 ‘빨리빨리’ 문화는 삶에 열중하는 치열한 모습 그 자체라고 생각 합니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늦게까지 일하고 서두르는 모습에 많은 감명을 받았습니다. “그는 “칠레인들 에게도 한국인들의 부지런함은 귀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인 들이 본 빨리빨리 문화

대지진 후 혼란상황에서도 질서를 지키는 일본인에 대해 한국, 중국은 물론, 미국에서도 감탄과 찬사를 보냈다. 물론, 현지에 있는 우리 교민들도 이런 급박한 상황에도 치안 걱정 없이 지낼 수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일본을 높이 사고 있다. 그러나 재난 대응 방식도 공감하느냐라면 고개를 갸웃한다.

지난, 대지진 발생 후 아비규환이 된 일본 동북 지역. 전세계가 일본의 대지진을 대서 특필 했고 한국에서는 세계 어느 나라보다 빨리 구조대를 보내왔다. 일본과 첨예한 대립을 하고 있던 중국에 서도 구조대가 입국하고, 스위스 등 전세계 90여 개국 이상에서 일본에 자원봉사단 파견 의사를 보내왔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현재 피난소에 있는 사람보다 재해지역 어딘가에서 구조를 기다리 고 있을 재 난민을 찾아야 한다”라며 이들에게 인내를 요구했다. 피난소에 있는 사람들은 일부 불평을 했지만, 대부분 이런 의견에 동의했다고 한다.

하지만 물자 부족 상황은 닷새를 넘긴 지금까지 계속 되다 보니. 피난소에는 여전히 충분한 구호 물 품이 구호 물이 도착하지 않아 힘들어하는 사람이 늘어만 갔다. 안정적인 공급활로가 확보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국이라면 샛길이라도 뚫어서 물자를 공급하고 있겠지만, 일본은 정확한 전달과 배분을 위해 체계적인 루트를 만드느라 시간이 걸리고 있다는 것이다.
아직도 방송에서는 아직 어린 아기가 있는 엄마들이 우유와 기저귀를, 갈아입을 옷조차 챙기지 못한 재난 민들은 타 올과 속옷이 필요하다며 울상을 짓는 장면이 방영된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이것에 대해서도 제한하고 있는 상태다. 개인이 여기저기서 물건을 보내면 현지 자원봉사자 들이 관리하기 힘들기 때문에 시나 구를 통해 모아서 보내라는 것이다.

이렇게 일본은 엄청난 재해, 재난 속에서도 철저한 체계를 요구하고 있다. 일본이 원래 이렇게 꽉 막힌 나라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큰 재앙을 겪고 보니 다시 한번 일본의 시스템적 사고에 숨이 턱 막혀온다.
우리의 빨리빨리 문화를 바라보는 외국사람들의 시선이 위와 같다, 사람 사는 일에는 고쳐 못할 일이 많다는 것을 깨우쳐 준 일이어서 한편으로는 한국의 빨리빨리 문화가 때로는 다행스럽다는 생각도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