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다시 살아난다면 말이야.

정말 일에 묻혀서 지낸다고나 할까?
매일 매일 너무나 바빠서 점심도 내책상에 앉아서 먹으며 점심을 먹으면서도 눈은 컴퓨터로, 손은 컴퓨터좌판에 갖다댄채 일을 하고 있었다.
워낙에 출장이 많았던 내 업무때문에 한달이면 거의 2주정도를 다른주로 미팅을 다니다보니 정말 몸도 마음도 피곤했다.
그리고 자주 다니는 여행때문에 제대로 챙겨먹지못하는 식사때문인지 아님, 밖의 음식때문인지 몸 건강에 이상이 오면서 일하는 부서를 바꾸어야겠다는 필요가 생겨서 다른부서로 신청을 한지 거의 일년만에 현재의 일도 하면서 출장이 많이 없는 부서로 일을 옮겼다.
출장으로는 여기 워싱톤에서 살던 홈리스 신변을 보호해야 되는 상황이 생기면 이들을 다른주로 옮기는데 안전요원 두명과 홈리스, 그리고 카운셀러인 내가 이들이 가야 하는 곳에 같이가서 적응하기위한 도움이 되기위하여 3일동안 이들과 함께 있으며 새로운 곳에서의 적응을 도와주다가 다시 이곳 시애틀로 오는 경우이다.
홈리스들이 범죄에 연루되어있다가 검찰에 협조를 해주었을 경우 이들의 안전을 위하여 이름과 성을 바꾸어준 후 다른지역으로 이동시켜서 안전한 곳에서 2년동안 보호해주는 일이다. 이들과 3일동안 같은 지역에 있게되면 이들과 자매처럼, 또는 남자형제처럼 친해지기도하여서 나에게는 각민족별로 자매가 얼마나 많은지 모른다.
하여간, 오랫동안 하는 일때문에 원하든 원치않든 비행기는 원없이 타게 되는 입장이다.
어떤분이 얘기를 한다.
나도 레지나씨처럼 이곳저곳 여행을 다니면 좋겠다고,
그런데 물론 다른주로 출장을 가지, 여행을 할수가 없다.
그래서 다닌곳은 많지만 여기저기 둘러볼 기회는 거의 전무하다.
그곳에 도착하면 미팅도 해야 하고, 또한 홈리스 자립시키는데 필요한 그지역의 관공서 찾아가서 베네핏 신청을 도와주어야 하고, 새로운 그룹홈에서 왕따 당하지 않게 하기위하여 원래 있던 사람들과의 융화를 위해 교육도 해야 하고…
출장가서 그곳 지역을 다녀보기란 그야말로 하늘의 별따기이다.
부서를 옮기고 나니까 출장기회는 거의 한달에 3,4일로 줄어들었는데
와우! 서류해야할 일이 너무나 많아서 그야말로 오 마이! 마이!
아침에 출근을 해서 내메일이 들어오는 오픈서랍을 지나치다가 내 서랍에 들어있는 서류들을 보면서 도망가고 싶은때가 한두번이 아니다.
너무 일이 많으면, 그래서 머리가 터질것 같으면, 다 접어두고 사무실근처에 있는 파이크플래이스로 가서 시애틀 명문의 생선가게의 퍼포먼스도 보고 사람들이 좌판을 벌이고있는 꽃가게를 다니면서 이쁜꽃들을 감상하면서 아름다운 꽃들을 사진에 담아 보기도 하다가 때로는 꽃한다발 사다가 우리사무실 키친에 갖다놓고( 우리사무실직원40여명인데 누구든지 오며가며 들러보는 키친에서는 꽃을 모두 함께 즐길수가 있으니까…파이크플래이스에가면 생선을 팔면서 물건을 파는과정에 보여주는 퍼포먼스가 있다.)
아무튼 이날도 머리가 무거워 잠시 파이크플래이스로 나갔다가 시애틀의 풍경을 즐기고 들어와 다시 서류를 집어드는데 전화벨이 울렸다.
Hi, this is Regina?
My name is 000. I am a Swedish Hospital social worker.
We have your client 000 in our Ballard detox center.
스위디쉬 병원 쇼셜월커에게 전화가 왔다.
하이, 레지나 너의 클라이언트000가 몇시간 전에 지금 병원에 입원을 했는데 지금 상태로 보면 이런 상태로는 좀어렵겠는데…
뭐지?
000가 입원을 한 이유는 알코홀쇼크인데 혈중 알코홀 농도가 포인트 6.9 이고 이정도까지 술을 마신 사람은 내가 여기 근무한지 7년동안 처음 있는 일이거든, 보통 운전할수있는 용량이 0.7 포인인데 그리고 알코홀 농도가 포인트 4가 되면 신체기관에 이상이 올수있는 상태이거든..
아무튼 너에게 알려주니까 네가 방문하고 싶으면 미리 전화를 해서 오면 방문허가를 해줄께!
지금 00가 입원해 있는 곳은 디톡스쎈터이기 때문에 아무도 방문을 할수 없으니까 네가 온다면 미리 전화를 해줘!
통화를 마치고서 잠시 생각을 정리해야 했다.
그래! 지금부터 해야할 일은?
우선, 하던 일을 마무리 해놓고 병원으로 향했다.
병원에 도착해서 디톡스 디파트먼트에서 쇼셜월커인 00에게 내가 도착했음을 알리니 사람을 한사람 붙여준다며 기다리란다.
얼마후 건장한 안내원이 나를 데리고 간곳은 응급실 한쪽의 디톡스(약물중독치료쎈터)쎈터였다.
00가 누워있는 방으로 들어가 산소호흡기를 꼽고 아무런 의식이 없는 000를 바라보자니
그냥 아무런 생각이 나지를 않았다.
자! 저친구 이제는 어떻게 해야하지?
잠시후 담당의사가 방으로 들어오더니 나에게 설명을 한다.
자기가 5년동안 이병원에서 중독자들 치료를 하는데 이렇게 농도가 높게 알코홀을 마신 경우는 처음인것 같다고 …
전체적인 의견인데 000가 다시 살아나도 신장이나 기관들이 많이 상해있을 것이고 지금 상태로는 의식이 안돌아오니까 뭐라고 할말이 없단다.
의사가 떠난후 빈병실에서 모든 생명보조장치를 하고 누워있는 00를 바라보자니 생각이 많아졌다.
그럼, 이친구 인생은 이곳에서 마치는 건가?
너무 속상하다. 아직 39살밖에 되지않았는데 벌써 가야한다니…
좋은, 행복한 삶이 뭔지도 모르고 이대로 간다는 한사람의 인생이 너무나 가여워졌다.
한참을 의식없이 누워있는 000를 바라보며 나도 모르게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만일 네가 이번사고후에 다시 살아난다면 너는 다시는 이런삶을 살면 안돼!
너, 나하고 약속했잖아! 힘들어도 이겨내겠다고!
아프지만 참아내 보겠다고!
내가 너의 스케쥴을 잡아주었잖아! 어떻게 하루를 보내고 어떤사람들하고 어울려야하고, 힘들면 나를 찾아오라고 내가 바쁘면 내사무실 로비에서 기다려주면 내가 잠깐이라도 시간을 내어서 너하고 차한잔을 마시겠다고 했잖아?
어떻게 해야 술을 끊을꺼냐고!
내가 어떻게 도와줄까 ?
너의 대답은 절대로 술먹는사람들 그룹에 안끼겠다고 했었지. 그래서 내가 너에게 이렇게 대답을 해주었잖아.
지속적으로 상담받으러 오고, AAA그룹에 열심히 참석을 하고, 아침에 쉘터에서나오면 추워서 한잔마시던 술대신에 YMCA 가서 운동하고 뜨거운 물에 샤워하고, 도서관으로 가서 컴퓨터 배우라고… 어느정도 너의 치료가 안정이 되면 네가 할수있는일을 찾아줄꺼라고..
지금은 너의 알코홀중독 증세때문에 네가 어디를 가도 일을 제대로 못할텐데 내가 너 한사람하고만 일하는게 아닌데 내가 너의 말만 믿고 직장 찾아주었다가 신용 깨지고 다음부터는 아무도 소개못할 일 있니?
아무튼 넌 참 바보구나!
네가 너를 도와준다고 했잖아! 이 바보야!

병실에서 한참을 혼자서 독백을 했던것 같다.
아무튼 네가 다시 살아날수가 있다면 어디보자…
우리 어떤계획으로 다시 살아나가야 할 길을 찾을지…
나도 아마도 힘이 빠져서 지쳐버린듯 집에 와서는 그냥 쓰러지다시피 잠에 빠져버렸다.
다음날 사무실에 출근하여 병원으로 전화를 거니 아직 의식이 돌아오지 않았단다.
그리고는 너무나 많은 케이스일을 하느라 그냥 하루가 지나갔다.
000가 술중독 쇼크로 발작을 일으켜서 병원에 입원을 한 이틀째 아침에 내사무실로비에서 스피커폰으로 나를 찾는 소리가 들려왔다.
레지나 !레지나! 000 is HERE!
WHAT?
후런트데스크에 전화를 걸었다.
ARE YOU SURE?
000 HERE?
정말000가 맞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