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이 걸었네

사무실문을 나서니 비가 조금씩 오는데 우산을 가지고 나오지 않아서 다시 사무실로 들어가서 우산을 가지고 나올까? 말까?
잠시 고민을 하다가 그냥 길을 나섰다.

우산을 갖고 나와도 둘이 쓰기엔 내 우산 사이즈가 너무 적고 또 00와 함께 우산을 같이쓰고 다니려면 내 머리가 너무 아플듯 해서이다. 00는 오늘 함께 스토어가는것 때문에 샤워는 깨끗이 했는데 옷에서 머리아픈 냄새가 여간 아니다. 그냥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거리를 걸어서 버스정류장이 있는 3가 하고 wall street까지 걸어갔다.

버스를 기다리는데 퍼시픽바다에서 불어오는 매서운 바람결에 몸이 움츠려들었다.
얼마전에 감기가 폐렴이되어서 엄청 고생한터라 나는 옷도 두껍게 입고 목도 둘둘 싸매었다.

버스를 타고 우리사무실 본사가 있는 예슬러 까지 가서 차에서 내린후, 함께 간 00를 내본사 사무실로비에 앉혀놓고 이층 쉘터로 올라가 지난주에 내사무실로 온 우리홈리스 고객의 아이디를 전해주러 갔는데 사무실입구 계단에는 부슬비를 피해 자리를 잡고 누어있는 홈리스친구 몇사람이 자는 중인지 아니면 쓰러져있는 중인지 널브러져있어서 발을 떼기가 힘들게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계단에 여기저기 자리를 잡고 있는 홈리스그룹들을 피해서 이층 쉘터 입구로 들어가려니 입구에 앉아있는 직원이 나에게 아이디를 보여달란다. 보통 우리직원들이 방문을 하면 묻지도 않고 문을 열어주곤 했는데 아마도 지금 후런트데스크에서 일하는 이친구는 새로 들어온 직원같다.

우리가 하는일들이 워낙에 힘든일이다보니 이직율이 참 많다.
만나는 고객들이 홈리스 들이다보니 이들의 몸에서 씻지못해서 역겨운 냄새도 나고 정신질환자들이 많다보니이상한 행동들도 하고 약물에 취해서 흐느적거리는이들과 함께 일을 해야하는 것이 너무 힘들어질때가 있다.
물론 우리사무실에서 장기간 카운셀러로 일을 하고 있는 나를 모르는 이는 거의 없다. 우선 우리사무실 400여명의 직원가운데 동양여자가 거의 없고 내가 이곳에서 오래 일하다보니 웬만한 직원들하고는 안면이 있는 사이라 내이름은 잘몰라도 나를보면 아하! 하는직원들이 많기에…

아무튼 쉘터안으로 들어가니 200여명의 홈리스고객들이 모여있는 곳이고 이곳은” Harm Reduction” 이라는 프로그램으로 약물중독을 치료를 해주려는 목적이지만 어차피 한번에 끊을수 없는 일이라면 이들의 안전을 보호하고 퍼블릭의 안전을 위해서도 이들과 격리시켜야 하니까 이곳에 들어와 있게 하는 것이다.

이들이 약에 취해서이 추운 겨울에 길가에 쓰러져 깊은잠에 빠지면 죽을것이 뻔한일이고 또 이들이 약에 취해서 지나가는 행인들에게 행패를 부린다면 그 또한 위험한일이니까는…

우리들은 최대한 퍼블릭의 안전을 위해서 이길이 서로돕는길이라고 생각을 하기에…
물론 여러가지말들도 많다. 어차피 죽을놈들 아무데서 죽으면 어떠냐고…
나는 그렇게 생각을 하지 않는다.
인생은 잠깐인데 어떤 이유든 이들이 길바닥을 떠돌다가 단하루만이라도 따뜻한 곳에서 도움을 받게하고 싶다. 오늘이 이들의 마지막일수도 있으니까… ( 물론 우리에게도 오늘이 마지막일수가 있는 것이지만… )

쉘터안에 들어서니 그특유의 홈리스들의 씻지않은 냄새가 코를 찌르고 머리가 지끈거리게 통증을 나게 한다.
그래서 내가방안에는 오렌지향, 레몬향, 페퍼민트, 라벤다 등의 향기병등을 갖고다닌다. 이런곳에 들어가려면 내 손에 한방울정도 떨어뜨리면 지독한 냄새를 조금이라도 없애는데 도움이 된다.

이곳 쉘터는 우리사무실로 찾아오는 홈리스고객보다도 더심한 중증의 홈리스들이 모여있는 곳이다 보니 목욕시설을 준비해놓고 아무리 씻으라 해도 본인이 안씻으면 강제로 목욕을 시킬수가없고, 또 비오는 시애틀날씨에 젖은옷으로 이곳에 들락날락하니 젖은옷에 이들의 몸에서 나는 냄새에다가 대마초냄새, 코케인에 취해서 아무데나 널부러져있다가 바닥에서 묻힌 역겨운 냄새등이 내영혼까지 흔들어놓을 기세이다.

잠시 숨을 고르고 이많은 사람들중에서 한국 여자분인00를 찾아냈다.
60대초반의 망상증 환자로 잘살던 아파트에서 아파트매니저하고 대판 싸우고 집을 쫒겨나서 우리프로그램쉘터로 들어온지 몇주되었다. 싸운 이유는 개인적인것이어서 말을 할수가 없다. 이분은 정신병을 오래 앓고 있으신 분이다.
내가 찾은 00는 밖에서 대마초를 피다가 들어왔는지 내앞에 나타난 00의 몸에서는 대마초 냄새가 코를 찌른다.

하이! 안녕하세요.
이분은 70년도 초반에 미국에 오신분인데 영어가 더 편하신 분이다.
그리고 본인은 한국말은 하시기가 싫으시단다.
아무튼 이분에게 필요한 아이디를 드리고 물어보았다. 지난번보니까 기침을 꽤 하시던데 대마초 피면 기관지에 별도움이 안될텐데요? 이분 말씀이 레지나씨 생각해 보란다. 내가 이냄새나는 곳에서 대마초라도 안피우면 어찌 견디겠냐구? 이분은 엄청 깔끔한 분이셨다. 그리고 다시물으셨다.
지나씨, 내가 이사 들어갈 아파트 찾아주세요!
물론 내대답은 열심히 찾고있는데요! 아직은…

이분에게 아이디를 주고 밖으로 나와서 우리 메인오피스로비에서 나를 기다리고있는 아프리칸 어메리칸 미국인인 나의 고객00를 불러내어 다시 버스정류장으로 갔다. 내가 내고객00를 쉘터로 데리고 들어가지않는이유는 더심한상태의 홈리스고객들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가 않아서이다. 에슬러길가에서 7번버스를 타고 디어본거리에 있는 굿윌스토어 근처에 도착을 하여 3블락을 걸어서 굿윌스토어 가구있는 곳으로 갔다.

마침, 가구가 있는곳에 우리가 찾는 일인용침대가 있는데 침대쎗트가 아무래도 플라스틱백에 쌓여있는게 헌물건은 아닌듯 하다. 가까이에가서 베드쎗트를 살펴보니 역시 브렌뉴베드쎗트이다. 가격을 보니 베드는 199불 박스는 99불 합해서 세금까지 $300여불이 넘는다. 와우! 함께 간 00의 입이 딱벌어진다.

나는 자리를 옮겨 굿윌스토어서브스데스크에 매니저로 일하는 오래된 친구 욜란다를 찾아갔다. 하이 !욜리 나 자기 도움이 필요해…
이친구 10여년간 길바닥에서 노숙하던 친구인데 이번에 시애틀하우징에 신청했던 아파트가 5년만에 나와서 이사들어가는데 수입은 정부보조금 $765불 뿐이야. 좀 도와줘…
욜리는 레지나, 이번에 우리 굿윌스토어시스템이 바뀌어서 전처럼 그냥 줄수는 없고 너의 고객이 굿윌프로그램에 등록을 하고 교육을 받던지, 아니면 정기적으로 상담을 받던지 해야만 디스카운트를 해주던지 아니면 물건을 무료로 주던지 할수가 있어! 흠, 그럼 어떻게 하지?
나는 내고객인 00를 쳐다보았다.

00는 그 큰키에 이 비오는날에 뭐때문에 쓰고있는지 궁금하게 하는 썬그라스를 벗지도 않은채로 머리를 숙이더니 아무말도 없다. 이친구는 765불중에서 아파트1/3 내고 전기값, 그리고 정부가 보조해주는 정신질환자 약값중 자기몫을 내고나면 먹을것은 당연히 부족해서 몇개의 후드뱅크를 순례를 하는데 돈 300여불을 어디서 마련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