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나 #1

애나
아침에 출근하는길 내가 탄 버스가 웨스트레이크스테이션에 멈춰섰다.
여기서 내려서 몇블락 걸어가면 내사무실이다.
아침 출근길을 버스로 정한 이유는 지난 몇달전 눈에 이상이 생겨서 수술받은 오른쪽
눈이 시력이 잘 안나와서 의사의 말을 들으며 눈이 좋아지기를 기다리지만 날씨가
흐리면 시야가 희미하게 보이고 더구나 시애틀의 겨울날씨에 운전하기가 많이
불편하고 또 조금만 어둑어둑해지면 눈에 피로가 쌓이고 불편해지면서 버스를 타고
다니자라고 결정했었다. 더구나 내가 사는 지역에서 다운타운시애틀사무실로 나가는
출근길은 교통체증이 너무 심하다.
감사하게도 내가 사는 지역에서 다운타운까지 가는 버스는 10여분 정도마다 있어서
그다지 불편하지 않았다.
아침6시16분에 버스를 타면 다운타운에 7시 정도에 도착하고 10여분동안
다운타운거리를 걸어서 내사무실로 가면7시까지 사무실에 도착한다.
보통7시에 출근하는 직원들이 없으니 나는 아침 혼자 사무실에 들어가서 물 끓여서
차한잔과 좋아하는 음악을 틀어놓고 5분간의 묵상의 시간을 가진 다음 일시작을 한다.
사무실로 걸어오는 길목에는 다운타운을 메우고있는 홈리스들이 길바닥이나 남의
가게 처마밑에 누워서 새우잠을 자거나 약에 취한채로 꼬구라져있는 모습들을 자주
보게 된다.
이곳에도 오랜시간 다니다보니 이들과는 이미 안면을 튼사이로 내가 길을 지나가면은
이들은 게슴츠레한 눈으로 눈인사를 하거나 그중에 우리사무실을 이용하는 홈리스
가족들은 저만치서 굿모닝, 레지나! 하고 불러오기도 한다.
그래!
너희들도 굿모닝이기를 바랄께…
언제부터인가 웨스트레이크스테이션을 두리번거리면서 사람을 찾기 시작을 하였다.
아침에 차에서 내리면서 한 5분간 그주위를 둘러보기도하고 때로는 가끔씩
아웃리치프로그램팀들과( 밖으로 다니면서 몸이 불편한 홈리스들을 찾아서
우리프로그램 안전한곳으로 데리고 들어오는 팀들)함께 목표를 정한 이들을
찾아다니기도 한다.
대충 이들이 갈만한 곳을 여기저기 다른프로그램, 또는 정신병원, 병원, 감옥, 등등 에
연락을 해본후 이들이 그곳에 없으면 우리 팀들은 이들을 찾아다니기도한다.
물론 찾아낸 이들중엔 너무나 심하게 약에 취해 우리의 초청을 거절하고 그냥
맨바닥에 서 뒹굴거리며 이곳이 좋사오니! 라고 발버둥을 치면 우리도
어쩔도리가 없다.
그들의 의사를 무시하고 우리의 마음이 아파서 무조건 데리고 들어올수없는 것이
현실법이다. 다만 이들을 거리에서 만나게 되면 이들의 상황에 필요한 도움을
준비해주고 돌아서야만 한다.
이렇게 추운날씨에….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지만 할수있는일이 없기에 그냥 돌아설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렇게 많은시간이 흘렀어도 포기가 안되는 특별한 사람이 있다.
물론 길바닥에서 헤메이는 홈리스전부다 포기하고싶지않다.
가능하다면 모두들 데리고 들어와 따순밥에 뜨거운국물에 밥을 말아서 든든하게
먹이고싶고 깨끗이 목욕시킨후에 깨끗한 옷을 입혀서 쉬게 하고싶은 마음이지만…
본인이 거절을 하면, 또 그사람이 다른사람들을 위험에 처하게 하지않으면 그냥
놔둘수밖에 없다.
애나,
생각을 하면 가슴이 찡하게 아파온다.
지금은 애나가 40대중반이 되었다.
애나는 지금도 0000계단 한구석에 자리를 잡고 밤낮으로 지키고 있다.
아니, 약에, 코케인이나, 해로인등등… 약에 중독되어서 자기자신의 몸을 가누지
못하고 꼬꾸라져있다.
어쩌다 애나를 보게되면 흔들어서 깨워보지만 워낙에 심하게 취한상태에서 정신이
없기에 눈조차 못뜨고 있을때가 많다.
그래도 어쩌다 눈이 떠있으면 그래도 반갑다고 덥썩 안으려고 내게 안기려지만 나는
이미 애나나 누구에게든지 도움을 줄수는있지만 건강상의 문제로 이들을 안아줄수가
없다.
나같은 경우는 기관지가 약해서 매년 폐렴을 한번씩 거쳐가기에, 그리고 겨울이면
감기를 달고사니까 거리에서 잠자는 이들에게 있는 병원균이 내게로 달려오면
그때에는 내가 이들을 돕고 싶어도 도울수가 없기에 내가슴에 안기는 애나를 두손으로
붙잡고 흔들거리는 애나의 중심을 잡으면서 애나를 그자리에 앉힌다.
물론, 애나는 그런 나를 충분히 이해를 한다.
언젠가 내가 폐렴에 걸려서 사무실을 2주간 나가지못하자 나를 찾아온 애나는 발길을
돌리면서 내가 보기보다는 쉽게 아픈사람인줄을 알게되고서 항상 나를부를때 헤이
씩펄슨 레지나(아픈사람 레지나) 아프지 말아야지! 그래야 우리들을 도와주지? 라고
했던 기억이 있다.
아무래도 우리가 상대해야하는 사람들이 위생상 깨끗하지 못한 곳에 살고, 약에
취하면 자기몸들을 관리를 못하니 쉽게 병균에 노출되어있기에 ……..
오늘도 사무실로 향하기 전 웨스트레이크주변을 이리저리 살피며 걷는다 혹시나
애나가 그자리에 있을까봐?
오늘도 애나는 그곳에 없다.
무거운 마음을 가지고 사무실로 들어와 일을 시작하려니 예전 애나가 만들어진
작은 마른꽃부케가 시선을 끈다.
애나는 14살때 집에서 도망을 나왔다.
애나가 8살때 애나의 아버지는 병으로 죽었다.
세상물정을 잘모르고 남편이 하는대로 살아오던 애나의 엄마는 남편이 죽고나자
어찌할바를 모르고 힘들어하다가 애나아빠가 죽고난 다음해에 새로운 남자를
만나면서 인생이 꼬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