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너무 무서워! #2

000가 얘기를 계속한다.
레지나, 나 참 두려워 내가 유방암수술을 한지가 12년전인데 지금 다시 재발되다니……
그런데, 난 수술하지 않을꺼야!
아니, 수술을 할수가 없대!
내나이가 지금 79살이어서 수술은 할수도 없고 내가 감당할수도 없을것 같아!
그런데 왜 이렇게 무섭지!
레지나, 미안해!
네가 몇번씩이나 나를 불러 세우고 하이!했는데 내가 그때 너무 힘들어서 아무말도
할수가 없었던거야!
의사의 진단을 받고는 그냥 멍한상태였던것 같아!
그냥 너무 힘들고 슬프니까 아무생각도 할수가 없더라구!
정말 미안해!
데이지꽃부케 정말고마워!
데이지꽃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꽃 중의 한종류이거든!
그냥 슬퍼서 아무것도 할수가 없어서 힘이 들었던거야!
그리고 정말 속상해!
결국엔000는 눈물을 흘리면서 쓰러지듯이 나에게 안기었다.
나는 벌써부터 몸이 수척해진 000를 감싸 안으면서 한없이 울고 있는 000에게
아무말도 할수가 없었다.
잘될거야!
아니야! 이말은 할수가 없어!
그럼 어떻게 하지 ?
그냥 함께 울어버렸다.
그래!
나도 속상해!
000를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다.
30년이상을 길거리에서 홈리스로 살던 000가 14년전 우리 사무실에서 운영하는
퍼머넌트쉘터프로그램으로 오게된 것도 너무나 다행이었고 감사한 일이었는데,
매일 아침 다운타운거리를 운전하고 차를 사무실하고는 먼 주차장에다 파킹하고
사무실까지 걸어오는길은 5블락이 되었다.

차이나타운 9가하고 킹스트리트파킹랏에 차를 파킹하고 사무실이 있는 3가 까지
걷다보면 9가하고 10가 차이나 타운사이에 있는 긴다리 밑에는 홈리스그룹들이
몇개의 팀으로 나뉘어져서 노숙을 하면서 가끔씩 추위가 오면 자기들끼리 모여서
다리밑에서 나무조각을 모아다가 불을 피우며 추위를 쫒아내고는 하였다.

나는 20여년을 이길을 출근하다 보니 이들과 친해져서 이제는 내가 지나가면 손을
흔들어주기도 하고, 가끔씩 정기파킹랏에 파킹할 곳이 없어서 내가 차를 길거리에
주차를 하면 다른 홈리스들이나 나쁜 이들이 내차 창문을 부수고 뭐라도 빼갈까봐
미리 나에게 당부를 준다.

차안에 아무것도 두지 말라고…..
그리고 내차를 자기들이 잘보이는 곳에 파킹을 해라. 그려면 네가 퇴근할때까지
우리가 지켜보고 있겠다며 (지금은 파킹랏이 모두 미터로 되어있지만 몇년전만하여도
파킹을하고나면 차바퀴에다 분필로 정해진 시간마다 마크를 해놓고 정해진 시간이
지난차들은 티켓을 발부하고는 했었다.)

그러면 오래된 나의 홈리스 보호자들은(???)내차 바퀴의 분필마크를 지워버리고는
해서 나는 한번도 티켓을 받아본적이 없게끔 내차를 돌보아 주었었다.
물론 이들과의 연대감은 나의 오랜직장 생활동안 몸에밴 홈리스가족들과의 친숙함도
있지만 이들과 스스름없이 얘기를 하는나의 성격탓도 있고 가끔씩은 내가 모아다주는
물건 ( 빵가게나 과일가게 도네이션을 받거나 친구들이 컵라면을 도네이션해주면 그
간식거리들이나 옷가지 이불등) 의 효과도 있는듯하다.

하여간, 이들과의 매일의 만남 속에서유난히 긴, 헝클어진 머리의 금발의000가 있었다.
000는 정신적인 문제가 있어서 홈리스가 된 경우로, 가족들이 다른주에 살고있었고
전에는 일반 노인아파트에 살고있었는데 어찌된 이유였든지 이들 그룹들과 함께 있었다.
000를 만나게된 후 나는 틈만 나면 000를 설득했다.

우리프로그램에서 너를 재워주고 먹여주고 입혀줄테니 내가 하자는대로 하면 너는
춥지도 않고 배고프지도 않을꺼야!
000는 고집이 세어서 절대로 말을 듣지 않았다.

그런데 14년전, 어느비가 주룩주룩 내리는 날, 000는 내가 차를 파킹을 하자마자
차에서 내리는 나를 붙잡아 세웠다.
아마도 내가 그시간에 차를 파킹한다는 것을 알고는 기다렸던듯 하다.
000는 내눈을 자기 발로 가져가게 했는데 비를 맞으며 서있는000 의 발등에서는
하염없이 피가 흘러내리고 있었다.
그날 난 회사에 전화를 하고 피가 철철흐르는 000를 태우고 하버뷰병원으로 달렸다.

우리사무실 규정에는 홈리스나 다른고객들을 우리차에 태울수 없었다.
그런데 000는 우리고객도 아니었고, 그리고 고객이라도 응급차를부르든지 했어야
했었지만 나는 발등에 흐르는 피를 보고 그냥 있을수 만은 없었다.
병원에 도착해서 000의 발등을치료했는데 발에 피가 난 이유는 동상이 걸린발을 피가
나도록 긁어댔고 동상상태가 오래 지속되면서 발전체가 상하게 되고 점점
더심한상태가 되어서 방치하다보니 지혈이 되지않게 된 것이었다.

그날 이후로 000는 우리프로그램에서 운영하는 영구적인 쉘터로 와서 살게된 거였다.
000는 하염없이 울다가 나에게 얘기를 한다.
레지나, 나 아픈게 너무나 싫고, 무서워!
그동안 000는두번 의 암수술을 하고 지금은 8년째, 암걱정없이 살아온 건데
지금 다시 암에 걸렸다는 소식을 듣고 그냥 무너져버린 것이다.
그리고 처음 몇일간은 암걸린 사실을 받아들일수가 없어서, 너무 힘이 들어서,
부인도 해보고 암이라는 놈을 그냥 무시해보고 아닐꺼라고 생각을 해보며 그냥
지나가보려고 했던 것인데 시간이 갈수록 변할수 없는 사실이 두렵고 힘이 들어
오늘은 내사무실을 방문한 것이다.

내 어깨에 기대어 엉엉울고있는 금발의 외로운 할머니를 어떻게 위로해주어야 하나!
뭐라고 해야되지?
무엇을 해줄수가 있을까?
내가 어떻게 해야하지?

이날 저녁 나는 내가 글을 올리는 곳에 이사실을 올렸다.
친구들은 내게 답글을 써왔다.

그냥 함께 있어줘!
그냥 함께 아파해줘!
그냥 함께 울어줘!
그냥 안아줘!
그게 답인것 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