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가면 우리 언제 다시 만날수 있을까? #1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몰라서 할머니를 가만히 안아드리면서도 자리를 떼지 못하고
머뭇거리는데 머릿속은 많은 생각이 든다.

할머님 , 저 다음에 한번 찾아뵐께요!

아님! 또 뵐수 있을꺼예요!

여기 시애틀에 사시는데 뵐수 있겠지요!

등등… 여러가지 생각들이 머릿속에서 맴도는데 그말은 입안에서만 뱅뱅 돌고 있다.

내가 책임지지 못할 말은 하지않아야 하기때문에….

할머니를 안아드리는 내마음도 웬지 모를 감정이 생기면서 가슴이 뭉클해진다.

할머니, 오래사세요!

그래야 뵙지요.

아니, 내나이가 벌써 92살이야. 이젠 살만큼 살았는데 더살아서 뭐하겠어!

그냥 레지나씨 보니까 죽은아들이 살아온 느낌이라서 웬지 그냥헤어지기가
서운해서 그래!

이젠, 그만살아야지!

늙은이가 더이상 오래사는것도 민폐라우!

다시 뵈올때까지 건강유의하시고 계세요 라는 말을 겨우 마치고 차에 올라서서
시동을 걸고 그자리를 떠나려는데 이게 쉽지가 않았다.

그래도 가야하기에 할머니를 안은 허그를 풀면서 이제는 자그마한 몸매에
왜소해지시고 가냘프신 할머님을 천천히 떠났었다.

할머니는 내차에서 보이시지 않을때 까지 ,한참을 멀어질때 까지, 그자리에서
움직이지를 않고 손을 흔드셨다.

할머니 모습이 결국에 보이지 않자 나는 90번다리를 운전하며 오면서 내내 마음이
무겁고, 아프고, 눈물이 방울 방울 맺히다가 결국에는 흘러내린다.

그래!

삶은 잠깐인거야!

삶은 우리가 어찌할수없는 정해진 시간인 것이라구!

너무 아프게 하고 살지 말자!

너무 인색하지 말자!

그저 그렇게 물흐르듯이 넘어가자! 힘들면 피하자 !

너무 아프면 같이 아프니까!

삶의 끝이 있다는 분명한 사실이 어쩌면 사람들을 삶의 자리에서 신실하게 살아갈수
있도록 만들어가게 되는것은 아닐까? 생각해 보았다.

시애틀시행정에 변화가있을때, 변화된 행정상항과 저소득층의 베네핏을 찾아주는
일을 하는 프로그램에서특별한 모임이 있을때, 영어와 한국말이 편하다는이유로
자주 행사나 모임에 가야하는 상황이 생긴다. 내사무실 외에도 이 일을 함께
한지가 벌써 오래되었다.

지난주에도 시애틀시행정이 바뀌는 상황을 알리는 워크샾이 있었다.

이번에는 쎈트럴시애틀지역의 다민족 아파트에서 모임이 있었는데 모임시간에
맞추어가기 아파트의 주소를 찾아보니 예전 10여년전 내가일하던 비영리단체에서
쇼셜월커로 일할때10여년동안 거의 매주일 이곳을 방문하여서 그곳에 사시는분들의
베네핏을 찾는일을 도와주던 바로 그곳이었다.

운전을 해서 아파트에 도착하니 행사장안에는 시애틀시의 직원인 린다, 제인,
브리트니 등등 몇몇직원들이 이미 나와서 안내서들을 진열해 놓고 어르신들이
드실수있게 피자, 그리고 중국음식등을 테이블위에 가득 차려놓는 중이었다.

내가 행사장 입구에 들어서자 아파트에서 장기근무하는 마음씨 좋은 매니저
(이분은 한국분이셨다.) 00씨 내손을 덥썩 잡으시더니 반가워하면서 허그를 하신다.

곧이어 매니저의 이쁜딸( 마음과 얼굴이 다이쁜)이 이곳에 도착하여서 그특유의
활짝핀 함박꽃웃음으로 나를 반겨주었고, 그다음에 정00어르신,
그다음에 중국할머님, 조금더 있다보니 저쪽 문앞에서 어떤 고운 할머님께서 입구에
들어서시는데 나는 첫눈에 이분을 알아 볼수가 있었다.

이분은 70중반에 미국에 오셔서 77살때부터 그아파트하고 가까운곳에 자리잡은
쎈트럴 컴뮤니티에 영어공부 하시러 다니시면서 가끔씩 나를 뵐때마다 새롭게 배워온
영어를 사용하시면서 그연세에 자신을 향샹시키시는 분으로 할머니는 외모도 아주
고우시고 하시고 다니시는 옷매무새도 아주 곱고 세련된 모습으로 다니셨다.

늦게 미국에 오셨는데도 거리낌없이 버스를 타고 다니시며 영어공부에 몰두하시면서
자기를 향샹시키시는 이할머님이 대단히 존경스러웠었다.

시간을 그대로 보내시지를 않으시고 열심으로 미래를 위해 노력하시는 할머님을
뵈우면서 나도 이분에게 배울점이 아주 많았었다.

이분은 쎈트럴컴뮤니티컬리지에서 3년과정을 다마치시고는 공부하시고
싶으시다며 노스시애틀 컴뮤니티컬리지에 3년더 영어공부를 하러 다니셨던 분이다.

할머님은 외출을 하실때는 항상 곱게 단장을 하시고 립스틱도 빨갛고 화려한 색깔을
하셨는데 그런 할머니모습이 엄청 아름다우셨었다.

입구에 들어서시는 할머니에게 다가가 ,

할머님, 오랫만이내요?

저, 아시죠? 하고 물어보자,

할머님은 잠시 나를 쳐다보시더니 잠시 고개를 갸웃거리시면서 누구지?

그런데 생각이 안나누?

하시면서 저쪽의자로 가서 잠시 앉아계시다가는 생각이 나셨는지

아하! 레지나씨, 레지나 맞지?

그래!

레지나씨 맞아!

이게 얼마만이우?

어쩜, 그대로유?

아니오, 저도 나이가 이젠 꽤들었는데요!

아니야!

그대로인거 같아!

할머님은 나를 알아보시고는 내손을 잡고는 한쪽 구석으로 나를 데리고 가시더니
반갑다며 두손을 잡고눈물을 흘리신다.

레지나씨, 정말 반갑네!

살아있으니까 다시 만나네!

레지나씨, 정말 반가워요

할머니와 나는 반가움에 서로를 껴안고 있었다.

그런데 할머니를 뵈니 할머님의 트레이드마크같았던 그탐스러운머리카락이 없었다.

할머님 그아름다운 머리리카락은자르셨나봐요?

새로운 스타일이신가봐요?

할머니는 그큰눈에 눈물이그렁그렁 맺히시더니 말씀을 하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