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여름부터였던 것 같다. (2)

나는 내눈수술을 언니에게 알리지 않고 수술대에 올랐다.

양쪽 눈수술을 한후에 안대를 사진을 찍어서 언니에게 보냈다.

언니,

나이도 있고 눈꺼플도 내려앉고해서 쌍꺼플 수술했어!

사진을 받자마자 언니는 나에게 연락을 해왔다.

정말 쌍꺼플 수술이냐고,

나는 언니에게 수술후니까 사실대로 얘기를 해주어야겠다고 생각을 하고 그동안의 과정을 얘기를 해주니 언니는 너는 어쩌면 그럴수가 있냐?

수술을 하면 한다고 해야 기도를 하든 뭐를 하든 뭐든지 할수있을것 아니냐면서 무척이나 속상해 했다.

나는 언니에게 언니가 형부때문에 마음아픈데 내가 또다른 염려를 주고싶지 않아서라고 ….설명을 했지만 그래도 언니는 매일 전화를 했다.

눈에 좋다는 약이름을 구해서 보내고, 결명차를 다려먹으면 눈에 좋다구 하며, 당근을 사서 매일 갈아마셔야된다고 하구, 메리골드라는 차를 매번다려 마시면 눈에 도움이된다고하구,…

그야말로 언니는 매일 전화를 해왔다.

언니의 눈은 더이상 좋아지지 않아서 언니는 모든 물체의 형체를 겨우 볼수있을 정도인데도 항상 씩씩하고 명랑하고 감사한 생활을 하며 돌아가신 엄마를 대신하여 집안의 대소사를 챙기며 기쁘게 지내고 있었다.

우리집안의 쾌활한 유전자는 우리가 우리 부모님에게 받은 가장 귀한, 그리고 가장 감사한 보물이라고 생각을 한다.

우리 형제들은 어려운일이 생기면 근심걱정보다는 우선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건가 생각을 하는 편이다.

그래서인지 우리형제들은 모이기만하면 웃음꽃이 넘쳐났다.

특별히 50대초반에 하늘나라로 막내오빠는 웃음보따리 였다.

암으로 수술을 마치고 아파서 병원에 누워있던 시간들 조차도 간호원들과 방문하는 가족들 웃기기에 최선을 다하는 사람처럼 느껴졌으니까 말이다.

오빠가 생명을 다하기 며칠전 나하고 나눈 얘기는 아직도 내귀에 생생하다.

! 막내, 너네 하나님 지금 쉬시냐?

아님, 네가 지금 너네 하나님께 기도를 게을리 하는거냐?

아직 할일도 많은데그리고 이렇게 잘난 내얼굴을 세상에 알려야하는데 벌써 나를 데려가시면 너네 하나님 손핸데….

오빠는 올케언니의 종교인 천주교성당을 다니고 있었었다.

하루는 오빠의 상태를 염려한 먼시골에서 사시는 사촌오빠의 방문을 받은 오빠는 평생 농사를 짓느라 얼굴이 새까맣게 그을은 사촌오빠에게형님 혹시라도 내가 먼저 세상을 떠나면 화장품 형님 다쓰세요!”

물론 사촌오빠는 특유의 충청도 사투리로동상, 쓰잘데 없는 소리 하덜 말고 어여! 일어나 나하고 막걸리한잔 하자구!

사촌들이나 우리 형제들이나 모두가 삶이 즐거운 사람들이다.

자기들이 무엇을 하든 매우 만족해하며 즐기는 마음들을 갖을수 있는것은 엄마의 유전자 일까? 아버지의 유전자일까?

아무튼, 암수술후 병원에서 투병중인 오빠가 자기가 쓰던 화장품을 평생 농사만을 짓고사느라 얼굴에 로션만 문지르던 사촌오빠에게 화장품을 도네이션하겠다는 것도, 병상에서 고통스러워하는 오빠에게 빨리 나아서 막걸리 한잔 걸치자는 사촌오빠도 모두 재미있는 사람들이다.

언니는 내눈을 걱정하면서 우리가족 한사람 한사람하고 통화를 하더니

엄마 스트레스 주지 말아라!

엄마가 아픈것은 모든게 스트레스가 원인이라고 반공갈을 넘어서 거의 협박수준이다.

눈이 안보이니까,

참으로 불편했다.

책을 좋아하는데 하나도 읽을수 없으니 수술받느라고 받은 휴가를 어떻게 써야할까? 고민이 되기도 했다.

읽고 싶은책이 너무 많은데

눈이 안보이니 집의 계단을 오르락내리락하는게 수월치가 않았다.

눈이안보이니 칼인지 포크인지 모르고 손으로 잡다가 손가락을 심하게 베여서 피가 나기도 했다.

눈이 않보이니 머리도 작용을 안하는것 같았다.

아무것도 안하고 그냥 하루종일 누워있자니 웬지 내자리가 아닌것 같았다.

나는 무엇인가를 해야만 될것같았다.

수술하고 며칠후 같은 회사의 친구가 10분간 방문을 왔다.

캐나다산이라는 눈영양제 한병과 CD몇개를 들고 와서는 아무생각 말고 여기에 있는 좋은 음악들으며 주어진 시간을 충분히 인조이하라며

친구가 주고간 테잎에는 모짜르트의 경쾌한 곡들과 좋아하는가수 보첼리의 감미로운 소리가 들어있었다.

친구는 나에게 당부를 했다세상은 너없이도 잘돌아간다, 네가 해야한다고 생각치말고 이번기회에 그냥 푹쉬고 일어나서 2017년부터 열심히 일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