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을 다 마쳤다.(2)

청년의 말인즉, 3달전
순대국집 아저씨가 머리가 아프시기 시작을 해서 병원으로 실려 가셨는데 브레인 암으로
판명되고는 암이 진전을 한상태라 그즉시 수술을 받던도중 운명을 하셨단다.
주인아저씨가 혼자 밤늦게까지 열심으로 일을 하셨다는데 아마도 요리 비법에 대한
전수가 없었던것 같단다.
주인아저씨가 돌아가시고 그아저씨가 하시던 방법으로 요리를 해낼 사람이 아무도 없게
되니까 가게를 팔지도 못하고 그냥 문을 닫아 버렸단다. 난 커피집사장과 주인 아저씨에
대해서 한참을 얘기를 하다가 함께간 나의 고객00와함께 한국음식점이 아닌 햄버거집으로
발을 돌렸다.
지금 나의 기분은 밥상을펴고 머리를 맞대고 음식을 먹을 기분이 아니었다.
햄버거는 혼자 말없이 먹어도 되는음식이니까 지금 같은심정엔 아무말도 하고 싶지가
않아서…
차를 몰고 운전을하는 도중 머릿속에는 오만가지 생각들이 떠올랐다.
매년 몇번씩 엘에이 출장을 올때마다 매번 한번쯤은 이순대국집에 들러서 밥을 먹었었다.
음식맛도 아주 중요하지만 이집의 후한 인심이 특히 좋아서 자주 들르곤 했다.
이집의 순대국은 정성으로 이틀을 고아낸 뽀얀 국물이 전혀 고기비린내도 없이
담백한맛을 내며 시원한맛을 느끼게 해주는 그런국물과 주인아저씨의 노하우로 삶아낸
머릿고기, 간, 허파, 등이 아무런 부담없이 먹을수있는데 특별히 아저씨만이 아신다는
순대의 맛은 뭐라고 말할수없는 삼빡한 순대 맛이었다.
가격도 아주싸서 커다란 뚝배기 한그릇에 수북히 고기를듬뿍 넣어주고 순대는 따로
한접시 내어주고 신선한 갓김치에 맛깔스런 깍두기 한접시 빨갛게 버무려진 배추김치
한접시에 또 순대국에 말아먹으라고 부추무침 한접시까지 내오며 가격은 아주 적었다.
이집은 항상 손님이 문전성시를 이루기 때문에 예약을 하지않고 식사시간이 임박해서
가게되면 한두시간은 줄을서서 기다려야 했었다.
가격이 싸서 손님이 많은걸까? 아니면 음식맛이 좋고 가격이 싸니까 손님이 많은걸까?
나도 거의 몇년간은 한두시간씩 기다렸다가 그귀한 순대국 한그릇을 먹고나오며
룰루랄라 즐거웠었는데 지난해에는 이곳으로 출장을 오며 볼일을 일찍 마치고는
아주 이른아침에 이집에 들렀었다.
물론 손에는 주인아저씨가 좋아한다는 중국케잌을 들고서 ( 지난해 3시쯤 되어서 일부러
들러서는 아저씨와 함께 그냥 쓸데 없는 얘기를하면서 아저씨의 마음을 열게하고는
이집의 그맛있는 순대국에 대하여 질문을 했었는데 주인아저씨는 절대 입을 열지
않으셨다.) 그 이후로 내가 몇번을 더들르며 아저씨에게 질문을 해보았지만 아저씨는
내가 사들고 간 케잌만 드시고는 내가 묻는 질문에 대답대신 웃으시기만 하셨었다.
난 음식에 대한 못말리는 열정이 있다.

왤까?
이번 여름에 한국을 다녀오면서 대전에 유명하지도 않은 조그만 밥집에서 만들어 파는
순대국 한그릇에 마음을 빼앗기고는 며칠을 출근을 하여서는 그할머님의 비법을
전수받아가지고 왔었다.
이곳으로 출장을 오기전 우리가족들에게 내가 새로 배운 레시피로 순대국을
끓여주었더니 우리집 가족들이 엄지손가락을 세웠다.
그래! 바로 이맛이야! 라면서 행복해 했었다.
나는 요리하는것,음식을 장만하는것은 예술이라 생각을 한다. 여러가지 재료들을 구해서
그것들을 다듬고 무치고 끓이면서 양념들과 함께 어우러져 내는그맛, 그것은
종합예술과도 같은것이라고 생각하기에 음식을 만드는 사람은 예술가라는게 나의 결론이다.
물론 어쩔수없이 하시는 분들말고, 어떤분은 이렇게 말씀하시는 분들도 있었다.
아이구!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하는것이지… 이게 얼마나 힘이든다구!
글쎄 내가 아직 현장교육을 몰라서 하는 소리인지 모르겠으나 난 그렇게 생각한다.
커피집 청년과 한참 얘기를 나누면서 내가 배운것은 우리도 점점 세월이 가니까 우리가
알고있는 그무엇이라도 정리를해서 넘겨줄 준비를 해야한다는 것이다.
금년 여름에 99세로 돌아가신 어머님은 웬일인지 사후에 대한 정리를 해놓치 않으셔서
내가 예정에도 없이 어머님 사후정리를 하느라 오랫동안 한국에 남아서 엄마의 유품을
정리했었었다.
얼마전 직장에서 노후준비, 사후준비를 위한 세미나에 갔었는데 거기서 배운것은 우리가
소유하고 있는 재산이나 은행구좌 번호, 그리고 이메일 패스워드같은것들을 메모해 놓고는
그것을 비밀장소에 넣어놓고는 그비밀 넘버를 본인이 사고시에는 남은 가족들이
열어볼수있도록 유언장에 작성해놓아야 한다는 것이다.
난 그릇에 관심이 많아서 새로운 장소에 가면 그무엇보다도 특이한 그릇들을 한가지 정도를
사게되곤 하는데 지난번 캐나다에 출장을 가면서 도자기 굽는분을 찾아갔다가 그분의
말씀에 공감이 되어서는 이제는 그릇을 사는 일도 중단하였다.
그분은 내가 자기의 그릇을 사러 왔다는데에도 하나만 사가라고 하셨다.
지금 나이가 몇인데 그릇은 많이 사서 뭘하느냐고 물으셨다.
그분은, 이젠 정리를 하셔요.
조금씩 줄이십시요.
더 갖는것 그만하시고 나누십시요!
라고 말씀하셨었다.
좋아하던 음식점을 하시던 분이 돌아가시고, 또 다른이가 그비법을 전수 받을수
없었다는것이 너무나 아쉽지만 본인이 하는일에 최선의 노력으로 최대의 효과를
내셔서 많은이들에게 즐거움을 주셨던 돌아가신 그분께 다시 한번 감사를 드리며
그분의 명복을 빌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