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도 안늦었어, 32살이면 어때?(1)

What are you doing here?

예슬러 길가와 3가 가 만나는, 지금은 활용하지 않는 분수대 앞에 자리를 펴고 앉아서 좌판을 벌리고 있는
00를 찾는것은 아주 쉬운 일이었다.

우선 00의 특유의 잘생긴 외모에, 홈리스 같지 않은 옷차림에, 00의 모습에서 풍겨나는 근엄함까지 감안해서 본다면
00를 홈리스로 보는 사람은 거의없다.
아니, 이친구가 홈리스 그룹에 어울려 있지만 않으면 분명히 일반적인 정상적인 사람들로 볼수 있을것이다. 그런데 조금더 가까이 00를 지켜보면 00에게 이상한 기미를 눈치챌수 있을것이다.

00는 우리 사무실에 5개월째 출근하다시피하는 우리프로그램 고객이다.
00에게는 약간의 정신적인 질병이 있다. 약을 복용하면 얼마든지 제어할수 있는 질병이기에 우리사무실에서 전문적인 기관과 연결시켜주고 약을 복용하게 하고 우리프로그램에 등록시켜서 앞으로 00가 자립하고 살아갈 길을 돕는 중이었다.

지난주 00가 사무실 약속시간에 나타나질 않자 한주 더 기다려도 되는데 00가 복용해야 할 약이 우리 사무실 내 앞으로 배달되어서 나는 00에게 약을 전달해주어야 했다.

00는 홈리스이다. 아니, 3년전에 집이 이미 준비가 되었었다.
4가와 잭슨길에 있는 저소득층 아파트에 어렵게 어렵게 입주를 시킬수 있도록 도왔던것이다. 조건이 좋았었다. 00는 전쟁 피해자이다.

이라크 전쟁에 참여했다가 정신적인 충격을 받고 문제가 생겨서 약을 먹고 마음을 진정시키지 않으면 순간적인 발작을 일으키며 제어할수없게 날뛰고는 자신에게 해를 가하기도하고 주위에 위험할수도 있는 상황을 연출하기도 하는 것이다.
00가 이라크전에 다녀와서 는 재혼한 00의 엄마집에서 잠을 자다가 잠결에 벌떡 일어나 머리 맡에 두고 있던 총을 집어들고 집안에서 난리를 치기를 몇번째 00는 엄마의 집을 나와야만 했다.

새아버지의 강력한 반대에 엄마도 어쩔수 없이 00에게 이사가 달라고 부탁을 하고…00는 자기친 아버지의 집으로 갔지만 아버지 역시 별 큰도움이 될 수 없는 상황으로 힘들게 사는중이라 00는 정부에서 마련해주는 그룹홈에 자리를 잡고 생활을 하던중 정신적인 충격과 더불어 먹는 약과 코케인을 함께 하는바람에 정신적인, 그리고 육체적인 상황 이 더 나빠진 것이었다.
그리고 틈만나면 밖으로 돌아다녔다.

정신적으로 종잡을수 없는 행동을 하고 아무곳에서나 소리를 지르고 장난감 막대기를 붙잡고 육탄전을 한다면서 행
인들이 오고가는 다운타운 길에서 혼자서 칼춤을 추기도 하였다.
나도 길을 지나가다 00의 광적인 행동을 몇번이나 보았었다. 잠깐 가던 길을 멈추어서는 00의 광기난 행동을 바라보다가 우리프로그램과 연결 시킨 후 언고잉 케이스 매니징을 하면서 00의 자립과 정신건강의 회복을 돕는 중이었다.
00가 약을 먹으면 무척이나 온순하고 차분하다.

아니, 00의 잘생긴외모에, 깨끗한 옷차림에, 00의 매너있는행동은 00를 길가에서 아무데나 쓰러져 자는 중독 홈리스로 보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00는 참으로 젠틀한 모습이다. 말도 과묵한 성격이라 사람들을 끄는 힘이 있었다.
그리고 무척 냉정한 이성적인 판단을 갖고 있기도 하다.
단, 이런상태는 00가 필요한 치료약을 복용할때만 가능하다. 약을 먹지않을 때는 00는 불안에 떨고 걱정이 많으며 너무 두려워서 부들 부들 떨기까지한다.

전쟁 휴유증이기도 하지만 자랄때 환경에서 받아온 상처들이 이러한 성격을 만드는데 한몫을 한것 같다는게 우리 카운셀러들의 의견이었다.
약봉지를 가지고 00를 찾아나섰다.

다행히도 00는 우리사무실에서 그리 멀지않은 곳에 자리를 잡고 좌판을 벌이고 있었다. 신문지서너장을 깔아놓고 벌린 좌판에는 반쯤사용하던 치약한 개, 어디 도네이션에서 얻은듯한 치솔 두개, 먹다만 드롭프스( 캔디), 철수세미( 약을 할때 필요한), 쓰던일회용 라이타몇개, 그리고 어디서 얻었는지 이 분위기에 어울리지 않을 빨간색 양말 한켤레, 누군가가 신고다니다가 밑바닥이 닳아서 버린듯한 운동화 한켤레( 운동화줄은 하나는 하얀색, 하나는 청색줄이다) 그외에 가죽장갑 한짝….

지금 뭐하는중인데? 라는 나의 질문에 00는 별 당황한 표정도짓지않고는
I am working!

나 ,지금 일하는시간이란다. 오케, do you have a time to talk?

너하고 말할시간이 되니? 라고 물으니 자기가 주저앉아있는 계단 한구석을 가리키며 앉으란다. 앞쪽으로는 꽤나 괜찮아보이는 백인여자가 목에 목걸이를 10개쯤 걸고 손목에는 팔찌를 아마도 수십개를 걸은것 같은데 그옆의 약에 취해 흐느적거리는히스패닉 홈리스 친구들과 농을 걸면서 히히덕 거리고 있었다.

여자는 깨끗한 보라색 쟈켓에 운동화도 말짱한것을 신고 그냥 바라보기엔 이 들하고어울릴것 같지않은모습인데 여자와 정신줄놓은 남자들 몇은 앞에 서 대낯에 낯뜨거운줄 모르고 키스세례에 과감한 애정 표현까지 하면서 구경꾼들의 시선을 모으고 있었다.

아마도 제정신들이 아닐껏이라 생각이 되었다.
나도 00와 얘기를 하면서 슬쩍 슬적 곁눈질로 이들의 영화촬영의 진행을 살펴보았다. 마음으로는 아이구!
차라리 방을 잡아 안으로 들어가서 영화를 찍든 말든 하지 이건뭐지?

대낮에 행인들이 오고가는 길가 한복판에서 웬 사랑놀이!!!
하여간 나의 볼일은 00에게 약을 전해주고 다음주 우리사무실로 00를 불러들여서 한달계획을 세울수있게 돕는 일이었다.
00에게 약을 전해주며 하루 한알씩 꼭 먹어야한다고 00에게 다짐에 다짐을 받고는 00에게물었다. 누가 이물건 살꺼니?
친구들… 친구들, 누구? 00는 손가락질로 건너편 홈리스를 가르치며 저기 저친구들이라고 답을 해준다.

오케, 점심은 먹었니? 대답이 없다.

나는 이곳에 오느라고 사무실 키친에서 싸온 피넛버터 샌드위치 두개를 00에게 보이며 먹으려냐고 물으니 00는 얼굴은 다른곳을 쳐다보면서 손을 내밀며 샌드위치를 받더니 허겁지겁 먹는다. 00의 손에 한개의 샌드위치가 남은것을 본 저쪽 건너편의 옷을 입은건지 걸친건지 알수 없는 30대의 약에 취한듯한 머리는 할로윈날 분장하고 나올법한 미친여자처럼산발을 하고서는뛰어오는 여자가 나타나서는 00에게 남은 샌드위치를 달라고 하니까 00는말없이 남은 샌뒤위치를 그여자에게 건네준다.

여자는 게걸스럽게 샌드위치를 다먹더니 00를 보고는 2불만 달란다. 00는 여자가 달라는소리를 못들은건지 안들은건지 대답도 없이 딴곳만 쳐다보고있다.
산발한 머리의여자는 00를 흔들어 시선을 자기로 고정세우더니 또다시 2불만달란다.

00는 아무소리도 없고 아예 여자를 쳐다보지도 않는다.

여자는 아무런 관심이 없어보이는 00를 옷자락을 흔들더니 네가 어제밤에 너하고 하룻밤자
면 돈준다고 했는데 왜 안주느냐면서 악다구니로 소리를 쳐댄다.

여자의 악다구니난리에도 00는 아무말없이 I don’t have money! 라고는 묵묵무답이다. 여자는 화가나서 돌아갈듯하다가는 잠시 돌아와서는 내코트자락을 낚아채더니 그럼, 네가 2불만 달란다.

난 주머니를 뒤져서 차파킹하려고 바꾸어놓은 동전 8개중 4개인 1불을 주니 이미친여자는 나에게 험상궃은 얼굴로 째려보더니 내가 2불 달랬지! 1불달랬냐? 라면서 따진다.

난 더이상 돈없어! 라고 얘기를하니 여자는 내가 아까 동전꺼낼때 네 주머니에서 동전소리가 난것을 들었다며 나머지 동전4개도 내놓으란다.

난 돈없어, 돈없다구! 더이상 귀찮게 하면 경찰 부를꺼야! 라고 엄포를 놓으
니 여자는 OK, I loved to go in jail, call police?

그래! 난 지금 감옥에 가고싶은 사람이야 ! 날씨도 춥고 배도 고픈데 잘됐지
뭐! 오마이, 여기서 이들과 언쟁을 벌이면 나만 손해다. 난 다시 목소리를 가
다듬고 목에다 힘주고 여자에게 말했다.

I gave you $1 already but why would I give more money for you?

내가 너에게 1불을 주었는데 내가 너에게 또 돈을 주어야하는이유는 뭐지?
내가너에게 왜 돈을 주어야하냐구? 라면서 목소리를 내려 깔고 인상을 고약하게하고 되물으니 여자는 나의 변화에 주춤하더니 뭐라고 중얼거리며 뒷걸음치다가는 저만치 사정거리가 멀어지자 손가락하나를 높이세우더니 F욕을 쉴세 없이
해대면서 나를 째려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