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 don’t know tomorrow (2)

난 토요일 아침, 눈을 뜨자마자, 거라지로 내려가 음악을 틀어놓고는 옷들을 정
리해서 박스에 담고, 다담은것은 차로 옮겨서 UPS로 가서 부치고, 정리하여 박
스에 담고, 두번째 UPS 로 가려고 하는데 거라지 한구석에 어릴적 우리 아이들이
유아기때 사용하던 인형들이 얌전히 모셔져 있었다.
인형들은 예전에 우리 가족이 다른주에 살때 그곳 미국친구들이 만들어서 선물
로 준 솜인형인데 아주 특이하고 개성들이 강한 모습들이라 아마도 내가 거의 30
년을 가지고 다니면서 이사를 다녔던 것이다. 인형은 모양은 그대로인데 뿌옇게
먼지가 쌓여있었다. 난 인형을 집어들고 빨래기계에 넣고 스위치를 눌렀는데 빨
래기계가 전혀 작동을 안한다. 빨래기계가 이럴리 없는데… 기계를 새로 장만한
지가 아직 일년도 안되었는데… 라고 생각을 하며 다시 한번 버튼을 누르는 순
간, 빨래기계가 꽃혀있던 아웃렛에서 연기가 나면서 매캐한 연기가 집안으로 스
며들더니 별안간 전기가 꽃혀있던 모든 아웃렛에서 연기가 나길 시작을 했다.
아주 짧은시간에 집안은 연기가 가득차고, 난 이층에 있던 아들에게 소리를 치며
소화기를 가지고 내려오라고 하니 잠에 취해있던 아들은 속옷차림으로 소화기
를 들고 내려와 소화기를 작동하려니 무슨 연유인지 소화기는 작동이 되지않고,
그순간 빨래기계가 있던 아웃렛에서 불이 붙기시작을 하면서 불길이 벽을타고
이층으로 올라가는광경이 벌어지고… 이미난 911으로 두번째 전화를 하는 중
이었다.
불이 붙은지 정확히 9분만에 불자동차가 달려오더니 우리집 아래층은 불로 쌓이
고 소방차는 좁은동네에 5대나 와서 앵앵대며 소란스럽고 평소에는 차들 지나가
는 소리외에는 별다른일이 없던 우리동네는 이게 무슨일인가 싶어 온동네사람
들이 다뛰어 나와서는 저만치서 불구경을 하고 있었다. 우리가족들은 소방대원
의 요구대로 집에서 멀리 떨어져서 불구경하는이웃들과 함께 불이 꺼지기만을
기다렸다. 정확이 12시 58분에 진화는 되었지만 집안곳곳을 검사 하느라고 집
으로 들어가도 좋다는 허락이 나온것은 저녁 5시25분 정도, 난 구경하던 이웃들
에게 내가 쓰고 있던 모자를 내어주며 이 평범하고 조용한 동네에 이런 신나는 이
벤트를 보게해 주었으니 너희들 이모자에 $5.00 씩이라도 도네이션을 해라!
그돈으로 집수리하는데 사용하게!” 라고 했더니 옆에 있던 소방대원들도 그리고
동네사람들도 걱정스런 얼굴들로 숙연히 있다가 모두들 별안간 표정들이 밝아
지더니 웃느라고 정신이 없었다.옆집 테일러는 자기집에서 굵은 전선줄을 끌어
내어 우리집 담장을 넘게해서 우선 급한전자제품은 여기다 사용하라고 하여 난
점점 남아있는시간이 없어져가는 소통기계인 전화를 충전할수가 있었고 앞집에
서 끌어다 주는 전기선으로는 집안으로 끌여들여 냉장고를, 그리고 전자 레인지
까지도… 우리집 뒷집에서는 물 한박스를 가지고오고, 이동네에서 오랫동안 함
께 살고있는 에스터는 배가 고플까봐 신선한 터키샌드위치와 따뜻한 차를 가지
고 오고…우리집 개들은 상황을 아는지 정신없이 짖어대다가도 옆집에서 건네
주는 개비스켓에 마음을 뺏긴채 아예 비스켓에 몰두하고 있고… 뒷집 건너편에
사는 앨렌은 추울까봐 따뜻한 옷과 모포를 가지고 와 우리 강아지들을 감싸주
고…
와우 ! 어려울때 이렇게 다가오는 사랑의 손길이 있다니! 집안으로 들어가니 집
안에서는 일렉트릭 탄 냄새가 머리가 아플정도로 나고있고 아래층은 거의 다 타
버리고 물론 안전을 위해 전기와 가스는 끊어 놓았다.아하! 이런 예기치 못한 일
이 있을수도 있겠구나!전혀 생각치도 못한 이런일도 있는거구나!
아침에 난 너무나 기분좋게 옷을 박스에 정리를 하며 유피에스에 갔다가 물건을
보내고 두번째 물건들을 박스에 담아서 다시 유피에스로 가려는 중 이었는데….
소방서에서 보낸 인베스케이터가 내린 결과는 집뒤뜰 덱쪽밖에서 박은 못이 아
주 살짝 전기선을 스치고 있는데 그선이 내가 빨래기계의 버튼을 누르면서 전기
가 연결되어 합선을일으키며 일어난 것이란다.
내가 살고있는 집은 무척 오래된 집이다. 이 집에서 아이들이 국민학교 중학교
대학교 대학원을 마치었으니 진짜 오래 살고있는 집이다. 아이들이 어릴때 몇번
더 큰집으로 이사할 기회가 있었는데 다달이 물어가는 페이먼트를 부담갖고 싶
지 않았고 바쁘게 일하면서 집만크면 일거리가 많아질듯해 생각을 접었었다. 아
이들이 다 자라고 나면 그다음에는 수입을 걱정하지 않고 이 한세상 살아가면서
재미있고 즐겁고 보람된 일을 하고 싶었던 것이 꿈이였었다. 감사하게도 난 누가
뭐를 가졌든 전혀 무감각한 사람이다. 남이 가진 것에 대해 그다지 관심이 없기
때문에 별로 갖고 싶은것도 없고 사야할것도 없었다. 그런데 함께 걸어가는일,
함께 배부를수있느일에는 관심과 열정이 있었다. 난 성자도 아니고 잘난 사람도
아닌데 내 마음은 돕는일에 마음이 끌리고 또한 그일을 아주 잘해내였다. 아마도
돌아가신 엄마의 유전자 덕분이리라 생각해본다.
우리 언니들도 남돕는데 앞장서는 사람들이니까, 오래된 집에서 살다보니 여기
저기 고칠곳이 많았다. 우선 덱은 흔들거려서 안전하지가 않고, 키친 은 인테리
어라고도 할수없게 낡았고, 화장실 캐비넷 문짝도 몇번씩 고쳐쓴 것이고.. 아무
튼 금년계획은 집전체를 리모델 해야겠다고 생각을 하고 플랜을 하면서 몇사람
콘스트락션하고 가격대비를 하는 중이었다. 그리고 덱은 잘 아는분이 아주 좋은
가격으로 해주겠다고 해서 이분의 지시에 따라 오래된 덱을 온가족이 작업복입
고 다뜯어내고 우선 집주위를 다듬느라고 나무를 덧대어 벽에 박는데 아마도 그
때 못이 살짝 전선을 스친것 같다.
이사고의 원인이 거기서부터 시작을 한 것인가? 살짝 전선을 스치던 못이 합선
을 일으키며 불이 난 것이다. 작년에는우리 온가족이 모두나서서 드라이브웨이
를 해냈다. 일마치고 집에 와서 밤 늦도록 하느라 허리가 휘청거렸지만 나중에
결과를보니 얻은것은 가족들간에 협동심, 돈절약, 우리가 해낸것에 대한 자부심,
서로를 돕다보니 가족들간에 더많은 관심과 사랑이 생겼었다. 그래서 이번에도
우리가 할수있는 것은 가족끼리 하자고 결정을 하고 우리가 못하는 부분만을 손
을 빌렸는데…
이런일이 생기다니! 보험회사에서 나와서 조사중인데 아마도 집전체를 다시 손
을 봐야할것 같다고! 이건뭐지? 금년에 집수리하려고 에스티메이트해놓고 기다
리던 중인데? 아이들이 어릴때 남편의 직장을 따라 위스컨신에 유럽피안만 살고
있는 곳에서 몇년을 살았었다. 한국사람은 우리가족밖에 없었고 그때에는 남편
도 학교를 마치고 새로 얻은 직장이라 아직 저금이 없었고 나도 두아이 키우며
밤에는 학교를 다니느라 우리집 경제사정은 빠뜻했다. 학생때 타던 중고차를 그
대로 가지고 그추운 위스컨신에서 첫겨울을 맞으며 우리는빙판길에 차가서서
몇번을 위험에 처하기도하고 또 차가 덜덜거리며 빙판을 뱅그르르 도는 바람에
원치않던 차안에서 스케이트도 타야했었다.
그래서 우리가족은 더 열심히 기도하기로 했다. 3살과 5살이던 딸아이들은 두손
을 모으고 입으로 기도문을 이렇게 외웠다. 디어 갓 위니드카(Dear God We
needs Car?) 기도를한지 3개월이 지나던 어느날 이제는 기도도 지쳐버릴 즈
음… 남편이 직장 사무실 뒷길가 주차장에 차를 파킹을 하고 사무실에서 일을보
는데 밖에서는 도로공사중 이었단다. 마침 도로는 흙과돌로 잘다져지고 마지막
단계에 블랙 타르를 부어서 기계로 다져야할 판인데 그날따라 블랙타르를 다루
는 전문가가 다른 볼일을 보러가서 새로운 사람이 기계를 몰고 블랙타르를 도로
에 쏟던중 남편차가 주차된쪽으로 차를 몰고오던중( 주차장소가 길가였다)
평소처럼 잘 주차되었던 남편차를 보지못하고 그차위에다 그많은 양( 차서너대
를 덮을만큼)의뜨거운 블랙타르를 쏟아부은것이었다. 사무실안에서 이광경을
목격한 남편은 너무나 기가막혀 밖으로 뛰어나오고 난 아이들과 함께 남편사무
실까지 달려오며 나는 속으로 할렐루야! 를 외쳐댔었다. 그날 우린 집에서 감사
기도를 드릴수 있었다.
우리의 전재산이던 덜덜거리는 차는 형체도 알아볼수없게 녹아버리고 주저앉아
서 우리가족에게 선물까지 주고 운명을 다한것이다. 그때에도 온동네 사람들이
다나와서 그조용한 동네에 구경거리를 제공한 나는 모자대신 치마를 벌려가며
구경한대신 1불씩만 도네이션들하라고 했었다.
블랙타르에 압사된 차는견적을 낼수없어서 우리가 필요한만큼의 돈을 주어서
우린 그돈을 디파짓하고 포드 에로스타를 새차로 사서는 얼마나 신나게 다녔는
지! 물론 이번화재로 잃은것이 너무 많다. 그런데 잃은것은 어차피돌아오지 않
는다. 그럼 아직도 남아있는것은 무엇인가? 그리고 다시 돌아올것은 무엇인지 ?
보험회사의 견적이 대충나왔는데 우리가 고쳐야할 것들을 거의 포함시켜놓았
다. 불편하게도 한동안은 집에 들어갈수 없지만, 그래서 호텔신세를 져야하지만
한동안 좋아하는 음식도 못만들지만, 지난번 교통사고로 다친 몸을 추스릴수있
는 귀한 시간으로 생각하니 너무나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내일 일은 난 몰라요. 오늘 신나고,
재미있게,성실히, 최선을 다해 살자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