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찌고 상(2)

친구000 계속 밥먹자!

커피마시자!

어디 같이가자! 하고 연락을 해왔지만 피곤한것도 있지만 마음속가슴속 저만치 밀어놓아두었던 슬픔하고도 딜을 해야했다. 자고 울고, 자고울고…. 엄마집에서 가지고 그릇에다가 엄마가 좋아하셨던 요리를하면서도 눈물을 흘리다가 결정을 했다.

그만
울자! ! 이젠 그만 일해야지!
우리 프로그램중에 홈리스로어렵게 살던 세월을 뒤로하고 지금은 나이가 많아서 그룹생활을 하는 프로그램이 있는데 어제는 사무실 출근길에 거기를 들러서 그동안 있었던 일을 보고 받아야 했었다. 마침 내가 그곳에 들어서니 점심시간이어서 그곳에 사시는 분들 모두가 식탁에 모여앉아 식사를 하려고 하는중이였다. 아직은 음식이 나오질 않아서 기다리고 있는중이라 이곳에 계신분들을 한분씩 한분씩 안아주는데 너무나 반가워하며 손을 잡고 놓치않는 분들도 있었지만 내가 잘아는 미찌고상은 내가 옆에가서 하이? 하와유? 디스이즈 레지나!
아무런 반응이 없다. 미찌고 상의 등을 어루만지며 손을 잡아보지만 미찌고 상은 어색한 웃음만 날리며 혼자서 뭐라하는데 잘들리지 않는다. 미찌고상의 얼굴을 마주 보며 미찌고상 두유 리멤버미? 나를 기억하느냐고 다시 물어보지만 여전히 잘모르겠는데 몰라서 미안하다며 이렇게 말한다. 당신은 참으로 친절한사람같은데 누구인지 잘모르겠다면서 너무 미안하단다. 너무나 안타까워 미찌고상의 얼굴을 몇번이나 쳐다보며 디스이즈 레지나 라고 말해주었지만 미찌고상은 여전히 모르겠다는 얼굴이다. 미찌고상이 머리가 아플까봐 뒤로 물러나 다른이들을 한분씩 안아주다가 그곳의 일을 해결하고 내사무실로 돌아와서도 내머릿속은 미찌고상의 치매가 너무나 많이 나빠진것을 느끼며 가만히 한숨을 토해냈다.

우리프로그램그룹홈에는 거의가 미국사람들이다. 거칠고 어렵고 힘들게 살아왔던 미국사람들 사이에서 미찌고상역시 힘들고 어렵게 살아왔지만 키도 자그맣고 몸도 작은, 그래서 이사람들틈에서는 찾아내기 힘든 연약한 그룹홈 식구인데 우리프로그램에서 이곳에 매주 방문을 해야하는 내가 가면 미찌고상은 내옆에 찰싹 붙어서 떨어지지를 않았었다. 내가 움직일 때마다 내옆에 붙어서 마치 아기가 어미를 따라다니듯이 나를 따라 다녔다. 내가 일때문에 미팅중이면 문앞에서 미팅이 마칠때까지 나를 기다리고 내가 여유가 있어 이분들의 프로그램을 둘러볼라치면 옆에 붙어서 나를 따라 다니셨다. 그래서 이분의 별명이 레지나 껌딱지 였다. 내가 프로그램 보고를 받기위해 그곳을 방문을 하면 내옆엔 미찌고상이 항상 있었었다.

미찌고상은 젊었을때 일본에서 미군인을 만나 결혼을 해서 이곳 미국으로 와서 자녀를 낳고 살다가 남편은 먼저 세상을 떠나고 자녀둘은 어디사는지 연락이 되질않고 홈리스 신세가되면서 치매가 생기자 이곳 쉘터로 오게된 분이었다. 사무실에 돌아와서도 미찌고상의 상태가 생각이 나며 공연히 가슴이 아파왔다. 한달을 못보았는데 아예 내가 누군지도 생각을 못하네! 어찌하지? 사는게 잠깐이라는생각이든다.인생이 어찌그리 짧은지… 하루하루 시간이 너무나 아깝다. 살다가 치매라도 생기면 인생은 더짧아진다. 치매가 오면 아무런 기억도 없으니 삶에 의미를 두기 쉽지않다. 삶이란 생각하고 나누고, 기뻐하고, 느끼고, 해야하는데 치매가오면 느낌이라는것이 생각나지않기에 산다는 의미보다는 그저하루를 보내는것과 같다.

미찌고상의 모습을 생각해보면서 결심을 해본다.
지금 건강할때 더많이 사랑하자!
지금 건강할때 더많이 나누자!
지금건강할때 많이 감사하자!
지금 건강할때 더많이 섬기자고….

하늘을 쳐다보니, 시애틀의 밤하늘에 별들이 반짝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