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한테 전화가 왔다. (2)

영안실에는 아버지의 친지들의 자손들, 우리엄마의 친지자손들이 몇몇씩 자리를 잡으며 술판을 벌이고 있었으며 믿음생활을 하는가족들은 한군데 모여서 기도를하며 조용히 찬송을 부르고 있었다.난 어느누구에게도 끼지않은채 엄마 앞에 엎드려 일어날줄을 몰랐다.
아하!
우리엄마가 진짜로 돌아가셨구나!
아니, 돌아가심 않되는데…
아니야, 진짜로 돌아가셨어..
그래, 돌아가신거야!엄마의 집으로 돌아와 잠을 청했는데 잠이란 놈이 아예 올생각조차 않하는 듯 했다.아침에 검은옷을 입고 다시 영안실로 가서 엄마와 마지막 인사를 드리고 일가친척 모두가 장례차를 타고 아버지가 모셔져있는 대전으로 향했다. 금남면에 도착하여 장례차에서 내리니 아직도 시골에서 고향을 지키고있는 70세가 넘으신 사촌오빠들이 우릴 기다리고 있었다. 오빠들이 준비해놓은 꽃상여와 상여꾼들이 우리가족들에게 정중히 인사를 한다. 관에있던 엄마의 시신은 상여꾼들에 의해 꽃상여 안으로 자리를 옮기고 상여꾼8명은 꽃상여를 메고 한발한발 장지로 향하며 구슬프게 노래를 한다.

어이헤호호어허어허이헤호호
어허어허이헤이헤호호
어허어허이헤이헤호호
어허어허이헤이헤호호
우리네 인생들 태어나서 이세상을 살어올적에 만고풍상 밥바람은 몇몇이나 적셔왔나,
심심한몸 높은산과 가시섞는 얼마를 넘어왔나, 태풍 불어서 거센물길 몇번이나적셔왔나,
살아평생 사는동안 일생인생춘몽인데 빈손들고 나왔다가 빈손들고가는 인생…

나와 우리형제, 친지, 그리고 엄마를 아시던 모든분들은 구슬프게노래하는 상여꾼들의 뒤를 따라가며 눈물을 흘리며 뒤를 따랐다.
엄마,
엄마,
엄마,
한참을 울다가 상여꾼들이 가던길을 멈춘다.그리고는 오빠들을 한번씩 불러내어 노자돈이 부족해서 못간다고 서서 엄마가 안치돼있는 꽃상여만 흔들어댄다. 큰형과 남동생을 먼저보낸 세째오빠는 아픈다리때문에 겨우 따라오는 둘째형을 대신하여 상주노릇을 하며 눈물을 삼키며 여비가 없어 못간다는 상여꾼들을어르고 달래며 준비해둔 만원짜리 지폐 몇장을 상여에 꼽아준다. 상여꾼들은 20분이면 될거리를 대여섯번을 멈추어서는 우리들 주머니를 털고서는 마지막 미국에사는 막내딸의 순서가 되자, 이제야 왔구나, 아이구!막내야, 네가 보구싶어서 내가 어찌가냐면서 구성지게 상여노래를 부르면서 가뜩이나
감정에 복받쳐서 울음보를 터뜨린 나를 앞으로 데리고 간다. 나는 공항에서 직접영안실로 오느라 준비해둔 한국돈이 없어서 지갑을 뒤져 지갑안에 있던 100$짜리 두장을 상여에 꼽아주니 그와중에도 평생을 시골에서 농사만 짓던 오촌아저씨가 오시더니 아가씨, 긍게 그렇게 많이줄 필요없는디…라면서 자기 주머니에서 한국돈 이만원을 꺼내어 상여에 꼽아놓고는 내가 꼽아놓은 돈 이백불을 나에게 돌려준다.
난 내가 꼽아논 돈이백불이 엄마에게 꼭필요한 여비처럼 생각되어서 오촌 아저씨에게그냥 다시 갖다주라고 하니 오촌아저씨는 나의 슬픔과는무관하게 옴마, 아기씨,작은마가 월매나 알뜰허게 사신분인디… 라면서 중얼거리다가 정색을 하는 내눈과 마주치더니 그냥 슬며시 뒤로 빠지신다.

엄마를 태운 꽃상여는 허이허이에헤이에헤이..를 부르며 상여을 아버지가 모셔져있는 장지에 내려놓고는 저만치에서 술판을 벌인다. 우리 형제들은 간단하게 음식을 준비해 놓고는 집안어른들의 강력한 요구로 유교식 제사를 드리는데 남자들만 잔을 돌린다는데 슬픔에 빠져있는 나를 부르시더니 막내, 니도 잔을 올려라! 라면서 내게 잔을 들려 주신다.
그러면서 하시는말이 막내 아기씨는 작음마가 아들처럼 키운 딸 잉게…난 잠시 생각을 하다가 사촌오라버니의 가르침대로 잔을 받아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세번 돌린후 예를 올리고 다시 일어나 기도를 했다.하늘에 계신 우리아버지 이름을 거룩하게 하옵시고 나라에 임하옵시며…
우리 어머님을 돌려보내 드립니다.
어머님을 영접해 주시옵소서!
엄마는 천주교 신자였고 돌아가시기 전에도 신부님이 도와주셨는데 집안의 마지막 어른이 가시는 길을 유교식으로 해야한다는 집안친지들의 강력한 주장에 싸울일이 아니라 생각되어 집안친지들이 원하는대로 하고 우린 우리가 갖고있는 신앙대로 엄마를 보내드리기로 합의가 됐었다. 모든 예식을마치고 이제는 엄마가 꽃상여에서 내려서 아버지 옆의 묘소로 내려지는데 무명천에 꽁꽁 싸매인 모습의 엄마를 보니 난 눈물이 솟으며 평소에 엄마가 꽉맞는 옷을 너무나 불편해하신 생각이나서 오빠에게 오빠, 엄마 저것 너무 불편해하셔… 풀어드리자… 하니 오빠는 내손을 꼭 잡으며 아니야, 저렇게 하는거야… 라며 내 어깨를 감싸 안으며 눈물을 터뜨린다.
엄마가 미리 준비한 묘소안에 안장되는 순간 난 그자리에 쓰러져버리며 엉엉울어댔다.

엄마!엄마!엄마, 조금만 더기다려주지 그랬어!
엄마, 엄마, 나할말이 아직 있는데…
엄마, 이건 아니지!
엄마, 날 보고가야 되는거잖아!
엄마!엄마!엄마, 사랑해요!
엄마의 시신을 깊게 아버지 옆에 묻고는 삽으로 흙을 덮으며 모든이들이 가져온 꽃들로 엄마의 묘소가 봉분이 되는동안 우
리형제들은 울고 울고 울고 울고.
엄마,이제는 만질수없는엄마,수고했어요,
고마웠어요, 엄마, 사랑해요,
엄마, 편안히 쉬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