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분투(2)

몇주째 이짓거리 때문에 머리가 지끈거리고 와우! 병원안의 화장실에서 거울을 들여다보니 아하 !미친0 모습이다. 아! 나는 지금 몸만 다친게 아니고 마음까지도 다쳤구나. 그다지 잘생기지는 않아도 눈코 귀 정확히 제자리에 붙어있으니 남들 하는대로 꺼먼색 색연필을 눈에다 그어주고 볼에는 핑크색도 살살 발라주고 입술에도 분홍빛립스틱 발라주 면 어디에도 빠지지않던 모습인데 아니 요즈음은 다 귀찮았다. 그냥 눕고만 싶었다. 틈만 나면 허리를 대고 누웠다. 그러면서도 웬지 허전해서 무엇인가 도둑맞은 기분이었다. 하기야 차가 대파되고 차안에 있던 컴퓨터니 백이니 시계니 다 도둑 맞았으니…
아니 ,물건이 아닌 그무엇인가를 잊어버린 허망한 기분이랄까? 웬지 투정을 부리고 싶은거다. 어릴때 몸에 이상이 있어서 아프면 엄마는 약을 먹이려고 숫가락에 약을 한스픈 떠서 들고서 막내야! 약 먹으면 사탕하나를 준다면서 지금도 생생한 모양의 초록색 사탕에 굵은 설탕가루를 듬뿍 입힌 왕사탕 하나를 보여주시면 난두 눈을 꾹 감고 그 쓴 약을 마치 독약을 받아마시듯한 얼굴 표정을하고서 약물을 목구멍으로 넘겼다. 그리고는 입을 아 !하고 크게 벌리면 엄마는 그 싸구려 물감을 들인듯한 사탕을 내입안에 쏘옥 넣어주었다.
지금 나 아프니까 사탕줘!라고 졸라대던 어린시절처럼 그달콤한 사탕을 먹고싶은거다. 따뜻한 사탕처럼 부드러운 관심의 말을 듣고 싶은거다. 그동안 나 열심히 일했으니 나좀 알아줘! 라고 투정을 부리며 이번 사고를 계기로 확실하게 인정 받으려고 그러는거다.

응, 그래! 레지나 너무나 아프니…
응, 그래! 얼마나 아팠어,
응,그래! 힘들지?
응, 그래! 뭐 필요한것은 없어?
내가 다해주지!
응, 그래! 누가 그랬어 ?
내가 한대 때려줄까?
응, 그래! 레지나 자기가 너무 열심히 일하다가 다쳤잖아. 다친것은 속상하지만 이번 기회 에 푹 쉬어! 누가 무슨 부탁을 하여도 아프다고 그러고 그냥 넘겨버려!
그래 맞다, 지금 난 교통사고 난것을 계기로 그동안 누려보지 못한 나만의 사랑과 관심을 누리며 왕같은 대우를 바라는거다.지금 나는 사고난 것을 실컷 우려 먹고 싶은거다. 이번에 난 교통사고를 당한것이 마치 이세상에서 나만 다친것 처럼, 아니 무슨 중병이나 걸려서 운신하기도 힘든 병자처럼 굼실굼실 움직이며 상대방이 나에게 주는 관심과 사랑을 독차지 하고 싶은거다. 그동안 난 고객을, 사람들을 돌보아주는 사람의 입장에서 만 있다가 교통사고 난것을 이유로 이젠 무대의 주인공이 되어서 침대에 앉아서 가져다주는 음식을 먹을듯 말듯 앙탈을 부리면서 그래도 그대의 정성이 기특하니 내가 먹어주겠다는자세로 거드름을 피워가며 어찌하든 밥이라도 제대로 먹여서 조금이라도 거룩한 사랑을 실천해보려는 우리 가족들의 사랑을 완전히 미스유스하고 싶은거다. 그래! 지금 나는 아프다는 이유를 가지고 우리 가족들, 친구들, 동료들의 사랑을 등쳐먹으려 하는 것이구나. 아이구, 그동안 얼마나 힘들었길래! 그래, 그러고보면 난 그동안 도움을 주기만 했잖아. 내가 받은것은 뭐지? 머리를 짜내고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나만 준것 같이 서운하고 받은 기억은 하나도 생각이 나질 않으며 웬지 힘들고 서운하고 뭔가 허기져 있었다.

아하! 이런게 아픔이구나!
그래, 지금 나는 아픈거야!
아플때는 충분히 먹어야하고 아플땐 충분이 받아야하고 아플땐 충분이 누려야하는거구나! 난 지금 교통사고의 아픔 뿐만 아니라 내인생의 무게에서 힘들었던 그모든것을 내려놓고서 너, 나와 봐! 지금 나 아프니까 알아줘! 라면서 투정을 부리는거구나. 난 지금 투정중인거다.내가 주위와의 접근령을 해제하고 그룹으로 이메일을 띄웠다. 점점 나아지고 있어요. 라고… 내말은 곧 신호가 되어서 친구들이 한두명씩 찾아오길 시작하고 감사하게도 내가 잘때 찾아와서는반찬을 만들어 아이스 박스에다가 넣어서 문앞에다 음식을 놓고 가기도 하고, 부족한 내글이3주째 없어서 전화를 해보았다는 분은 잡은 오징어를 다듬어서 갖다주고, 함께 활동하는 동료들은 싱싱한 과일도 사다주고…하면서 나의 허전하고 부서졌던 마음에 생기를 불어 넣어주었다. 우리 가족들은 교통사고를 빌미로 어거지로 떼를 쓰는 나를 , 어리광하는 나를, 이제 갓 태어난 아기를 다루듯이 다루면서 비위를 맞춰주고 얼러주어서(??) 나의 허기진 상처를 달래주고 함께 해주었다. 많이 아프고 통증때문에 짜증스럽고 힘들었는데 그리고 나의 어거지사랑에 대한 구걸을 다알아 채면서도 모른체하면서 그래, 그랬구나! 면서 받아주었다.

남아프리카 공화국은 지독한 흑인차별 정책때문에 수많은 흑인이 모멸을 경험하며 죽기도 하였다.절대 해결되어질것 같지 않던 인종차별 정책이 90년대에 자연스럽게 무너졌다. 그때에 차별정책이 없어진 것은 우분투 정신때문이었다고 한다. 우분투는 남아프리카 말로 인간은 혼자서 살아갈수 없는 존재라는뜻이다. 그래, 인간은 혼자서 살아갈수 없는존재이다.

서로 관심을 갖고 도와주며 나누어주고 함께 위로해 주어야 존재의 가치가 있는것이다. 몸이 아프면서 힘들어지자 남의 차를 타고 다니면서 내가 밥해먹지 않고 친구가 만들어준 맛난 밥을 먹으면서 나를 돌보아 주는 의사, 집안을 청소해주고 원없이 멕시칸음식을 먹을수 있도록 만들어준 클라우디아 도우미, 그리고 동료들의 사랑을 충분히 누리고 느껴보는 우분투의 시간이었다, 우분투는 ” 네가 있기에 내가 있다!”
바로 이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