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분투(1)


교통사고 이후로 아픈 몸 때문에 직장을 3주 쉬며 내가 하고자 했던 모든 일들을 중지 할수 밖에 없었다. 목을 다치면서 디스크가 생겨서 목을 곧추 세우는게 힘이 들어서 목을 세우고 책을 읽거나 티비 라도 볼라치면 머리를 무엇인가에 기대여 목에 힘을 실어주면 안되었다. 정말 머리가 크지 않은것이 다행이다 싶었다. 머리가 커서 무거우면 지금 더 힘들테니까! 어릴적 나보고 얼굴이 작아서 머리에 든게 없다드니… 하면서 놀리던 돌아가신 오빠에게, 그리고 40대중반에 뭘 기대하느라고 막내딸인 나를 임신하시고서 절절매던 엄마가 항상 하시던 말씀 ( 넌 정상애들보다 너무 작아서 오래 못살것이라 생각했다고…) 감사해야 할 판이었다. 허리가 아파서 일어나 서 있어도, 앉아있어도 통증이 괴롭혀서 진통제에 매달리다 보니 진통제 부작용으로 마치 무엇인가에 홀린 사람처럼 기분이 들떠 흥분이 되면서 이러다가 약물중독이 되겠구나 싶어서 아무래도 통증을 버티는게 낫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일 때문에 자주 만나는 아편장이( 옛날엔 어른들이 이렇게 불렀다) 들이나 다른 약물중독자 처럼 기분이 업되어서 약먹고나서 뭔지 알수없는흥분된 상태로 있는것은 아주 기분이 나빴다. 제일로 기분이 나쁜것은 통증약을 먹으면 내기분이 아닌 다른 기분이 되어서 내감정을 조절할수가 없는기분이었다. 결론을 내렸다.

중독성이 없는 가벼운 통증약으로 버티자! 라는 생각을 하고는 의사가 준 진통제( 차안에다 두었다가 약먹는 인간들에게 눈에띄면 차윈도우가 박살 나고 없어질 약) 자체를 단호히 끊어버렸다. 3주동안 먹던 약을 끊고서는 금단증상때문에 며칠동안 몸을 부르르 떨며 흔들고 다녔다.( 약물중독이 정말로 무섭다는것을 체험해보는 시간이었다.) 와우! 이렇게 힘든 상태인데 뭘 얻겠다고 약에 취해 사는 내홈리스 고객들이 참으로 이해가 되지않는 시간들었다. 참! 약을 먹어도 힘들고 안먹으려니 또 힘들고 ,버티자! 버티자! 며칠동안은 아이고고! 아이고고 ! 소리를 달고 살았다.

아이고고! 소리를 자주 내다보니까 아예 누워있어도 아이고고 소리가 저절로 나와서 이건 아니겠다 싶었다. 그래서 입속에서 아이로 시작될것같으면 입을 다물었다. 아파도 참으리라. 마치 전장터에 나가는 병사처럼 굳게 다짐을 했다. 안먹고 죽으면 죽으리라라는 심정으로…. 참고 지내다보니 아무리 참아도 아픈 통증때문에 얼굴 이 찡그려져 갔다.

그래도 현재 나이보다는 나이가 덜들어 뵌다고 자주 듣던 내얼굴( 주로 시력이 나쁜 분들이 어머! 레지나 씨 얼굴이 동안이예요 라며 살짝 아부를 하면 난 입으로는 아,네, 제가 좀 철이 안들어서 그래요! 라고 시침미 뚝떼고 겸손을 가장해서 말하면서도 동안이예요 라는말에 정신이 빠져서는 내가 좀 어려뵈지! 라면서 근처에 있는 거울을 찾아 얼굴을 보며 음,음, 그래! 이만하면 된거야… 라면서 신나하던 한심한 나인데.. 지금은 세수도 대충하고( 고개를 숙이고 세수를 하려니 목이 아파서) 대충 손에 물만 묻혀서 닦아주고 머리는 수건으로 가볍게 털어주면 끝! 그리고는 틈만 나면 자리를 잡고 아고,아고! 하자니 내가 거울을 쳐다보아도 묻고 싶었다.

아줌마, 누구세요? 라고안되겠다. 아픈사실은 부인할수 없는현실이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야 아픔이 나아질것이다. 분명히 죽을병은 아니다. 그런데 나는 죽을병 걸린 사람처럼 움직이지도 못하고 살살 다니며 아이고고…신음 소리만 내는것이다. 그것도 혼자있을때는 덜 하다가도 집안에 가족들이 있으면 신음소리가 더 커지는 현상은 뭐지? 아이구, 참! 지금 내가 나 아프니까 알아주시오! 라고 시위 비슷하게 하는것 이다. 물론 너무 아프다. 그런데 아파도 머릿속엔 해야할 일 때문에 아픔을 누릴수가 없다. 아무튼, 통증도 내가 콘트롤 해야지 계속 아프다고 중얼거리다가는 아예 버릇처럼 입에 달고 살겠다. 이건 벌써 며칠째 머리는 쑤세미처럼 뭉개져서 까치집인지, 제비집인지 모르는 모양을 하고 얼굴은 누워만 있어서인지 누렇다못해 싯누렇다. 친구분 들이나 아는분 들이 병문안 온다면 아예 질색을 하고는 지금 안오는것이 나를 도와주는 일 이라고 못을 박고는 주위에 아무도 얼씬거리지 못하게 하고 나만의 방안에 갇혀있었다. 집안환경 역시 마음에 안든다. 일하는사람을 고용했는데 내 마음대로 치워주지 않으니 마음에 안들어도 별 투정을 부리기도 그렇고 그나마 일당 쪼금 받고 3시간 와주는 클라우디아에게 고맙다고 절을 해야할 판인데 이친구 아는게 멕시칸음식이라 어제는 버리토 오늘은 치킨타코 …. 난 멕시컨 음식을 좋아하는편인데 2주째 계속먹자니 이젠 고개가 절로 돌아간다. 노 탱큐! 라고 약먹고 자고 병원갈려면 가족들 바쁘니까 운전하시는분 고용해서 이곳 저곳 치료다니느라 차안에 짐짝처럼 실려져 다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