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네이션(1)

이편지를 받는대로 첨봉한 파일을 열어 보십시요. 당신에게 2밀리언 달러를 도네이션 하려고 합니다. 그동안 당신이 하는 일들을 눈여겨 보았습니다.(언제?) 당신은 세상에 참으로 필요한 좋은 일들을 많이 하는군요( 이런데 넘어가면 안된다)
참! 말없이 일해도 알아주는 이가 있다니…… 웬지 가슴 저만큼에서 콱 멕히는 감동이 몰려왔다. 남이 알아주기를 바라는 것은 아닌데 가끔씩 누군가 한마디 칭찬해주면 왜 그리 기쁜지! 아하, 때로는 하는일이 힘들어서 누군가 내손을 잡아줄 이를 찾고 싶어질때에….혼자가 아니구나 하는 느낌 때문에……이메일에는 당신에게 감명을 받아 ( 이런 칭찬에 넘어가지 말것) 우리 000께서는 본인이 상속받은 수백만 밀리언중에서 당신이 하는 일들을 돕기 위해 우선 2밀리언을 드리려고 하오니 첨부한 파일에 인포메이션을 넣으시면 곧답장이 전달될 것입니다.

가슴이 뛰었다. 아니 2밀리언 달라가 우리 사무실에 후원금으로 들어온다구? 아니, 이건 하나님의 도우심일거야? 어쩜, 그렇게 하나님은 내마음을 잘 아실까?( 즐거워서 가슴이 콩당콩당) 마음속으로 2밀리언이 생기면 해야 할 일들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청사진을 그려보기 시작했다. 우선 가정폭력 피해자들이 머무를 공간을 사야겠다. 그리고 이들이 자립을 하기 위해서는 일터가 있어야 하는데? 일자리를 훈련시킬수 있는 비지니스로 무엇을 하면 좋을까? 중고가게를 할까? fall city 에서 하던 중고가게는 계약 만료가 되어서 문을 닫았기에…(누가 장소를 도네이션 해주면 정말 좋겠다.) 수입금은 전부 이들을 돕는데 사용되어지는데……중고가게는 물건을 도네이션 받아서 하니까 그다지 큰 투자가 필요한것이 아니니 아마 중고 가게가 좋을것 같은데…아니야, 이들이 너무나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고생들을 많이 했으니 좀 더 밝은 분위기의 장소에서 일하는것이 좋을지 몰라? 그럼 이들에게 기술도 가르쳐주고 할수 있는것은 무얼까? 빵집? 빵기술도 가르치고 나중엔 자기
들만이 개척을 해서 혼자 운영할수도 있게 빵집을 해볼까? 아니, 미장원? 미용기술을 익히게 한 다음, 남의 머리도 잘라주고 사람들을 예쁘게 해주면 그동안 아프고 힘들어서 닫혔던 마음들도 열릴텐데? 아, 미용기술은 학교엘 가야되니까 좀 더 시간이 필요하다, 그럼 뭘할까? 2밀리언을 어떻게 써야할지를 생각하느라 밤새 잠을 못잤다. 카페인이 들어가 있는 음료수를 마신것도 아니고, 미원이 많이 들어간 음식을 먹은것도 아닌데 밤새 잠을 못이루면서 무엇을 하지? 라는 생각으로 잠을 자지 못하다가 새벽3시 48분에 일어났다. 그리고는 또다시 이메일을 열고 000가 제시한 2밀리언을 어떻게 쓸것인가 하고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아니야, 우선 이들이 머무를 다목적용 거주지가 필요해! 우선 여성들을 보호하면서 이들에게 도움을 줄수있는 상담원도 필요하고 이들이 직장에 나가 있는동안에 필요한 아이들을 돌보아 줄 유치원도 필요하고…..우와! 정말로 할게 많은데…

마음을 다 잡을수가 없어 잠이 안오는것이라 일단은 잠을 자두어야 내일 아침에 출근을 할수있으니 다시 잠자리에 누었으나 눈은 점점 클리어하게 떠지면서 잠이 오지 않는다. 벨뷰에 가정상담소를 열고 사람들을 돕기 시작한지5년째, 아침에는 내직장을 다니다 보니 낮에 퇴근하고 벨뷰사무실로 출근을 하면서 도움을 요청하는 사람들을 위해 일한지 벌써 5년이 넘어갔다. 처음에는 거의 무료로 쓰다시피 하던 건물도 이제는 월세를 내야하고 사무실로 도움을 찾아오는사람들은 너무나 많고 이들에게는 갖가지 사연들이 다있었다. 개인들의 신분을 밝힐수가 없어서 더더욱 도움을 청하는 일이 쉽지가 않았다. 미국 가정폭력보호프로그램에서는 시설과 환경이 그래도 잘되있고 프로그램이 잘되어 있지만 많은 한국분들에게는 오히려 그곳에서 상처를 더받는 장소가 되기도 한다.

우선 언어소통이 안되니까 그 사람들하고 함께 지내는 생활이 아주 불편한데 다 서로의 다른 환경에서 오는 사소한 오해들이 가뜩이나 예민해져있던 쉘터 거주자들의 심경을 건드려 놓고는 해서 트러블이 자주 생긴다. 트러블이 자주 생기면 언어가 통하지 않으니까 불안해진다. 마음이 불안해지니까 함께 머무르는 공간들이 불편해진다. 역시 음식도 마찬가지이다. 아침과 저녁은 미국식으로 준비가 되어진다. 그런대다 이런 쉘터에서도 신선한 채소나 과일들을 대하는것이 쉽지는 않다. 거의가 상점들의 도네이션에 유지가 되어지기 때문에 팔다남은 채소나 기간이 좀 지나듯한 통조림 과일 등등으로 먹을수는
있지만 그다지 건강에 도움이 되는음식들은 아니다. 그렇지만 이런 도네이션 음식들이 다 나쁜것은 아니다. 좀 시들해져 있긴하여도 먹을만한 야채이다.

그런데 가정폭력에 연관되어있는 여성들을 대상으로 앙케이트조사를 해본 결과 요리를 제대로 해서 먹어본 여자들이 많이 없다. 이유중의 하나는 가정이 복잡하고 힘들었으니까 음식을 맛있게 해서 먹어야한다는 생각들을 하기가 쉽지않다
어떻게하든 빨리 먹을수 있는 음식, 그리고 쉽게 조리할수 있는 음식을 준비해서 먹고 빨리 전투준비( 시비를 걸어올 상대를 맞기위해)를 해야하든지 아니면 도망갈 준비, 피해야할 준비를 해야한다는 생각들이 이들의 머릿속에 가득차 있어서 어떤 음식을 해먹고 영양가는 어떻고 하는것은 사치일뿐이다. 참으로 슬프면서도 기가 막힌웃음을 지게 한일이 가끔씩 있다.우리 프로그램에서 운영하는 여성쉘터프로그램에 땡스기빙을 앞두고 신선한 터키 한마리들이 배급되었었다. 물론 다른곳에 거주하던 피해자들은 터키들을 요리를 잘해서 먹었던것 같았다. 그런데 그중 두명이 거주 하고 있는 그룹 쉘터를 방문
을 하여서 터키요리 해먹어 봤냐고 질문을 해보았더니 할줄 몰라서 못했단다. 한명은 000이라는 아프리칸 어메리컨여자에 두아이들이 함께 지내고 있었고 또 한명은 미국생활12년째하던 00이라는 한국여자인데 아이들 둘을데리고 집을 나와서 우리 프로그램의 도움으로 개인 쉘터에 머무르고 있었던것이다.

먼저 000인에게 물어보았다. Did you ever know how to cook turkey?
터키요리 할줄 알았었니?아니란다, 자기가 자랄때 엄마하고 아버지하고 싸우느라 한번도 요리를 제대로 해서 먹은 기억이 없고 거의 깡통음식에 의해서 식사를 했기 때문에 신선한재료들은 어떻게 요리를 해야하는지 잘모른단다. 000는 몸무게가 거의 300파운드가 나간다. 음식 때문일까? 아니면 유전적인걸까? 어쨌든 이친구는 병이 아주 많다. 00씨도 역시 마찬가지였다.000씨는 그래도 한국사람이라 이해가 된다. 남편은 매일 집을 들락날락, 도박장 다니느라 정신이 없고 자기는 혼자 벌어서 아이들 둘을 먹여야하니 시간이 나면 그냥 쓰러져 잠자기 바빠서 아이들에게 해준 음식이 별로 생각이 나질 않는데다가 미국음식은 할줄 몰라서 터키를 배급 받고서는 3주째 냉장고 안에 넣어놓고 있는 중이란다. 이날 나는 000과 00씨를 공동 키친으로 불러놓고는 두사람에게 터키를 씻고 다듬고 양념을 하는법, 그리고 양념에 재워서 하룻밤을 냉장고에서 숙성시킨후 오븐에 굽는법을 가르쳐주었다. 나는 요리를 할때 신이나니까. 물론 행복하게 가르쳐줄수가 있었다. 그다음날 두사람에게 전화가 왔다. 이렇게 맛있는 터키는 처음 먹어본다구!

그래! 그럴꺼야.누가 가르쳐준건데……( 의기양양)
우선 터키양념을 잘했고,두번째 온도를 잘 맞추어 구웠냈고,또 자기들이 직접만든 요리라 성취감도 있었을테고…하여간 다시 도네이션 때문에 잠못잔 얘기로 돌아가서.밤새 잠을 못자고 집을 지었다. 가게를 지었다. 쉘터를 지었다, 교육관을 지었다, 하기를 밤새도록… 결국 그날 난 3시간을 자고 출근을 했다. 일은 해야 하기에 정신을 차리느라고 평소엔 마시지도 않던 진한 커피를 두잔이나 거푸 마셔댔다.난 커피를 마시면 심장이 너무 빨리 뛰고 삼투압 작용으로 화장실을 자구 드나들어야 겠기에 카페인이 들어간 음료는 입에 대질 않는데 이날 난 잠을 못잔 이유로 커피를 마시며 두눈 부릅뜨고 일을 할 작정이었다. 별안간 아니, 생전 안 마시던 커피를 두잔이나 연거푸 마시던 내 몸속 안에서는 난리를 치고 십분간격으로 날 화장실로 초대를 하고 정신이 맑다못해 마치 공중부양하는것 같은 내몸은 커피두잔에 구름위를 떠돌아다니는듯한 환상까지 느껴져서 이날 난 정말 하루를 겨우 버티면서 그래도 간밤에 세운 도네이션 2밀리언달라를 가슴에 안으며 힘들지만 룰루랄라 하면
서 하루를 보냈다.

(2)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