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 왜요? (2)

친구는 정민아, 내가 왜 사냐? 우리 막내… 너 알지 얼마나 예쁘게살아왔니? 우리들 돕는다고 대학도 집에서 가까운곳으로 가고 가게나와 도와주고 주일학교에서는 다정한 선생님으로 그리고 어려운 이들보면 솔선수범해서 돕던 우리 막내 있잖아. 걔가 뭘 잘못했니? 걔가 지금 치료중이다. 무슨치료? 어쩜 이런일이 있을수 있어? 걔가 지금 아무것도 못 먹는 병이란다. 위가 움직이지 않아서 먹으면 그대로토 하는병이란다. 아무것도 먹을 수 없으니 영양공급이 안되어 옆구리를 뚫어서 영양공급을 하고 있는데 지난 몇달간 들어간 병원비만해도 2밀리언 달라가 들어갔덴다. 이젠 보험도 어렵고 어쩔줄 모르겠다. 아이가 너무나 고통스러워하니까 미칠 것 같다. 하나님도 무심하시지, 우리가 뭘 잘못했는데? 왜 이런일 이 있어야하는데?

친구는 한없이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눈물을 닦아내던 냅킨 뭉치가눈물로 뭉그러졌다. 야! 우리 부부 이젠 이놈의 중국집 그만하구 좀쉬면서 그동안 해보지 못하던 일을 좀 해보고 놀러도 다니고 해보려는데 이젠 다 틀렸다. 이젠 다 그만이다. 모든 일 접어두고 은퇴하려고 계획했는데 은퇴고 뭐고 이젠 끝이다. 아이가 저렇게 되었는데 어떻게 은퇴하냐? 열심히 일하고 돈벌어서 아이 뒷바라지 해줘야지. 난음식을 아주 많이 먹었는데도 배가 부르지 않았다. 그냥 친구를 바라보면서 젓가락질을 하면서 음식을 입에다 자꾸 집어넣었다.

이상하다! 이렇게 많이 먹었는데 왜 배가 부르질 않는걸까? 친구는계속 말을 이어간다. 이젠 다 틀렸다. 내 인생 끝난거야? 나 다그만두고 어디론가 그냥 떠나고 싶어. 왜 이런일이 있는건데? 무한긍정인 내가 이때에 아무말도 생각이 나질않는다. 내가 무얼 먹고 있는지 무엇을 먹었는지 생각도 나질 않는다. 난 잠시 먹기를 멈추다가 화장실에가야한다며 화장실에 들어와 물을 틀어놓고 그 동안 먹었던 짜짱면,짬뽕, 만두 등을 다 토해내기 시작했다. 음식은 내가 씹지도 않고 삼켜서인지 제모습 그대로 식도를 타고 올라왔다. 얼마나 토했는지 눈에는 눈물이 그렁그렁 맺히고 속은 신물까지 나와서 쓰리기까지 하였다. 한참을 토하고 나선 난 대성통곡하듯 엉엉 울었다. 자리에 돌아오니 친구의 눈물이 바다를 이루고 있다. 현대의학으로는 고칠수가 없단다. 다만 조금 통증을 못 느끼게 도와줄수는 있는데 고치기는 어렵다네! 그래! 영어로는 병명이 뭐래? “Gastropraesis”

신경쪽에 이상이 생겨서 위가 움직이지않고 굳어가니까 아무음식도먹을 수 없는병. 물도 소화시키지 못하는병. 아니 우리집안에 무슨 유전병이 있는것도 아닌데. 이게 웬일이니? 인간이 만물의 영장이라구?야! 그거 다 쓸데 없는거다. 아무짝에도 소용 없는 일이라고… 친구딸 아이는 토하고 쓰러지고 또 기운도 없어 일어나지도 못하고… 휴우! 미치겠다. 어떡하라고? 내가 얼마나 열심히 살아왔는데? 막내가얼마나 예쁘게 살아왔는데? 이게 뭐냐구. 열심히 공부해서 정부직장잡아서 이제 두주 다니다가, 멋진 신랑 만나서 백년 가약맺으며 서로반지 주고받은지 몇 달만에, 이게 뭐야? 사는게 뭐냐고? 왜 살아야하는데?
마침 점심시간이 지난 식당안에는 손님이 없었다. 친구는 울음이 터져서인지 이제는 정말 맘놓고 울고있었다. 난 친구의 눈물을 지켜보며 말리지 않았다. 그냥 실컷 울게 놔두었다. 친구가 얼마나 눈물을 참고 있었는지 알 것 같아서 그냥 가슴이 아프기만 했다. 친구는 종업원들의 눈치도 상관없이 가슴을 치며 울었다. 난 소리도 내지 않고 미동도 하지 않고 친구를 지켜보았다. 내가 울면 안될 것 같았다. 난 적어도 친구에게 힘을 주어야만하는데 어떻게 해야되는지 생각이 나질 않았다. 분명한 것은 나까지 울면 안될것 같았다. 적어도 난 친구를 일으켜세워야 하기에… 눈물을 꾹 참았다.

난 내 일정이 있어서 떠나와야했다. 이미 내가 계획했던 시간을 훨씬넘어섰다. 2시30분쯤 도착했던 친구의 레스토랑엔 저녁시간이 되어서 한두사람씩 저녁손님들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친구의 눈물이 멈추기를 기다렸다. 한참만에 눈물을 멈춘 친구에게 말했다. 너 운동해?무조건 해야돼? 매일 한시간 이상씩 뛰어? 꼭 뛰어? 네가 뛸 때 나도뛸꺼야? 알았지? 꼭지켜야되! 차를 몰고 길을 나서는 하늘엔 붉은 석양이 눈부시게 빛나고 있는데 내 마음은 왜 이리 써늘한걸까? 운전대를 붙잡은 내 어깨가 들썩거리며 뜨거운 눈물이 볼을 타고 흘러내린다. 하나님, 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