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찌개가 이겼다 (2)

아니다! 지금은 무조건 들어가야한다. 내 뒤를 따라와 이곳에서 묵을것인가? 아니다. 묻고있는 털보아저씨에게 혹시 냄새 제거하는 스프레이가 있냐고 물어보니 페브리즈 스프레이 하나를 갖다준단다. 난 아저씨가 가져다준페브리즈를 마구 뿌려댔다. 그리고 한 십분쯤 되어서 다시 문을 열고 들어가려니 오마이! 이젠 담배냄새, 쉰냄새, 곰팡이 냄새에 곁들여진 페브리즈의냄새가 너무 독해서 아예 머리가 핑 돌 지경이다. 어떻게하지?

참, 내가 쓰는 비싼 향수가 있다. 난 그 값비싼 향수를 들고서는 나비춤을 추듯이 방안을 돌면서(모르는 분들은 저 여자 무당춤을추나 했을지도…) 방안에다 뿌려댔다. 그런데 이미 시간은 밤12시가 넘었다. 난 아니, 우리 일해은비장의 결심을 해야했다. 시애틀시간으로는 지금이 11시 아무튼 이방에서묵자,들어가자 그리고 동료들에게 상의를했다. 어떻게 할까?모두들 너무 피곤해서 그냥 묵자라는결론이다. 내가 이 냄새를 제거 할 수있는 방법은 오직한가지 있는데 너희들 괜찮니? 나와 함께온 3명의 동료들은 무조건 오케이란다. 난 내 짐가방을 뒤져서 2인용 밥솥을 꺼내고 함께 가지고온 김치 8온즈를 꺼내 솥에다 넣고 물을 섞은 후 전기 플러그를 꼽기시작한지 10분쯤되자 작은솥에서는 김치가 보글보글 끓으면서 김치찌개 냄새의 위력을 발휘하고 있었다. 김치찌개 냄새가 방안에 퍼지면서 그 코를찌르는 담배냄새, 퀴퀴한 곰팡이 냄새, 쉰 냄새 또한 페브리즈의 캐미칼 냄새들이 기가 팍죽어 스멀스멀 사라져버렸다.

점점 멀어져간다. 머물다만자리에…. 후후~ 난 신났지만 동료들은 그다지 환영하는 눈치는 아니지만 그동안 나하고 출장다니느라 또 시애틀에서 나와함께 한국식당을 따라다니며 먹어본 김치를 생각하며 그런대로 참을만 한듯했다. 그래! 김치찌개의승리였다. 우리 아이들이 아주 어릴때 우리 가족은위스컨신의 작은 마을에서 살게 되었다. 남편의 직장을 따라간 것이었다. 인구가 5,000명 정도의 작은도시였는데 남편의 직장에서 마련해준 집은 이 동네에서도 제일 훌륭하게 지은 집으로 방이 9개에 바닥은 대리석으로 길게 뻗어있어서 한참 자전거 탈 나이인 우리 딸들 나래, 송이가 겨울내내 집안에서자전거를 타고 놀 수 가있었다.
방끝에서 방끝으로 죽자전거를 타고 놀수있는 지금 생각하면 감사한 집이였다. 집 뒷곁으로는 작은 크릭(시냇물)이 흐르고 그 크릭에는 작은 물고기들과 수달들이 떼를 지어다니며 놀고 밤에는 비버들이 그 큰앞 이빨로 나무를 깎아 넘어뜨려서는 나무를 쓰러뜨려 넘어지는 소리가 신기하고 아침이되면 비버들이 쓰러뜨린 나무댐이 멋지게 지어져있었다. 뒷마당에는 크렌베리트리가 있었는데 새벽이면 사슴들이 내려와 크렌베리 나무 밑에 모여 크렌베리 따먹느라 우리 가족들은 거실에서 숨을 죽이며 사슴들을 바라다보면서즐기곤했다. 집앞 100미터정도 거리엔 동네에서 키우는 사슴 우리가 있었는데 우리 두딸 (3살, 5살)은 아침을 먹은 후에 슬리퍼를 신고 쪼르르 달려가사슴우리로 가서는 사슴에게 풀잎도 뽑아주며 사슴과 놀기도 하였다.
어느날 도시에서 살다온 우리 두 딸들에게 너구리를 잡아서 보여주려고 집뒷마당에 덫을 놓고 외출을 하고 돌아온 낯에 그 덫에 기다리던 너구리가 아닌 꼬리가 하얗고 눈이 새까만 스컹크 양반이 웅크리고 있었다. 우리 모두 알다시피 스컹크의 냄새가 얼마나 독한지! 하여간 남편은 집근처를 뱅뱅돌다가 긴 막대기로 덫안에 있는 스컹크를 열어주려고 하는순간 미스터스컹크는퓨육하고 냄새를 발산하였다. 두아이들은 아빠 옅에 붙어서 아빠의 행동을지켜보고 있었는데 스컹크의 발산에 너무 놀래서 울음을 터뜨렸다. 남편은소리를 질러댔다. 눈이 안보여… 숨을 쉴수가 없어! 두 딸들은 무조건 집으로 뛰어들어서는 눈을 못뜨겠다고 울며 난리를 쳐댔다. 남편도 무조건 집으로 뛰어들어와 입고있던 양복을 벗어던지고는 무조건 샤워실로 가서는샤워를 하기 시작했다. 샤워를 마치고 나온 남편 몸에서도 또 아이들 몸에서도 스컹크의 냄새는 사람의 머리를 흔들게 할정도였다. 나만 집안에 있었기에 내몸에서만 냄새가 안나는데 문제는 남편과 이이들이 벗어놓은 옷이집안에있으면서 이미 스컹크의 냄새는 온집안으로 퍼져있었다.

때는 1월달, 온 집안의 문을 열고 아이들과 남편은 목욕탕안에 들어가있고한시간을 문을 열고기다렸어도 냄새는 가시지 않았다. 집안온도는 한겨울의추운 온도로 내려가고… 이곳에서 오래사시는 영 밀러에게 전화를 했다. 스컹크 냄새를 제거하려면 자기집에 있는 토마토 쥬스 1(38병)박스를 가져다줄테니 우선 남편과 아이들은 토마토 쥬스로 목욕을 하고 집안에 베인 스컹크냄새는 문을 며칠간은 열어놓고 향수를 뿌리란다. 아이들과 남편은 목용탕안에서 토마토 쥬스 38병을 뒤집어쓰고 재미있다고 깔깔대고 집안은 냄새가 나서 온 방문이랑 창문은다열어놓고… 추운데 언제까지 문을 열어놓아야하지? 아이들이 감기걸릴까봐 염려도되고…

그때 내머리에 스치는 기발한 나의 아이디어! 난 냉장고로 가서 우리가 살고 있는 곳에서는 구하기 힘든 김치(배추를 팔지않아서 배추를 사려면 위스컨신에서 5시간 운전해서 시카고 한인타운까지가서 사야하니까)를 아니 김치를 커다란 솥에다 쏟아붓고는 펄펄끓여 커다란 대접에다 퍼서는 9개 방방마다 한대접씩 삼일동안 전시하고나서는 겨우 스컹크냄새가 없어졌었다. 물론 스컹크가 발산을 했던 담벼락과 바깥에서는 3달이 지나도 냄새가 났었다.남편의 비싼 양복과 아이들의 이쁜옷들은 쓰레기통으로 가야만했다.

그야말로 김치의 승리 아니 김치찌개의승리였다. I love kimchi!